반환점 돈 윤 정부의 낯 뜨거운 경제 성과 자화자찬
기재부, 4개 분야 20개 과제 성과 발표
현실은 저성장·세수 펑크·가계부채 폭증
경제 활력 떨어지고 고물가에 서민 신음
국민 실질 소득 줄고 자영업자 폐업 속출
윤 정부 지엽적인 통계 지표로 혹세무민
기획재정부(기재부)는 11일 ‘윤석열 정부, 반환점을 맞아 경제 성과 점검’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최악의 반도체 불황 등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양호한 경제 성과를 냈다는 게 요지다. 예산과 조세, 재정 국제 등 4개 분야에 걸쳐 20대 과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세한 성과 수치를 열거하기도 했다.
예산 분야에서는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와 약자 복지, 선도형 연구·개발(R&D) 전환, 협업예산 편성,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출범, 고등·평생 교육 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조세 분야는 법인세 인하와 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재정 분야에서는 지난 10월 결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국제 분야에서는 외환시장 거래 연장과 각종 투자 유치 등을 나열했다.
윤석열 정부 2년 반 경제성장률 역대 최저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경제정책의 결과물인 성장률만 봐도 윤석열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출범 첫해인 2022년 2.7%이었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로 곤두박질쳤다. 올해와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유일한 분야인 수출마저 지난달부터 회복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금융기관과 투자은행들도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낮은 성장률은 역대 정부와 주요 20개국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던 문재인 정부 때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2년은 성장률이 2.05%에 머물렀다. 역대 정부 최저 성장률이다. 주요 20개국 성장률 순위에서 역대 정부는 대체로 10위권 안에 들었으나, 윤석열 정부는 10위권 밖에 있다.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변할 것 같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2.2%와 2.0%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며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전재정’ 외치며 내수 부양에는 소극적
이처럼 성장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 치솟는 금리와 물가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며 내수 부양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 실생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11일에도 나왔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국 소매판매가 10분기 연속 감소했다는 통계청 자료가 그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물가도 1%대 진입했는데 소매판매액이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현실과 경제 지표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큰 폭으로 오른 물가는 여전히 서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출 정책으로 시중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윤석열 정부는 고금리 시기에 저리의 정책자금을 마구 풀어 가계 대출을 부추겼다.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에서 대출을 조이고 있다. 자본 선진국 중에 어느 나라도 이런 엇박자 정책을 펼치는 정부는 없다.
고물가·고금리에 작년에만 100만 명 폐업
고금리와 고물가의 폭탄을 맞은 국민은 실질 소득이 감소했고 결국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버티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은 날렸다. 자영업자는 높은 금리에 따른 빚 부담과 소비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 중에 상당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다. 정부는 ‘완만한 내수 회복’을 외치고 있으나 ‘희망 사항’일 뿐이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정부가 돈을 쓰지 않는데 어떻게 소비가 살아날 수 있나.
지금처럼 가계와 기업이 어려울 때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 도그마에 빠져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총지출 증가율은 3년 연속 3%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국민 복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경제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낮아져 세수가 줄면 정부 지출은 더 감소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야당과 협력 외면, 산업 정책도 지지부진
문제는 정부가 건전재정을 외치는데도 나라 살림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인세 인하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부동산과 주식 부자에 대한 감세 등으로 정부가 스스로 세수 기반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펑크 난 세수는 56조 원에 달했고 올해도 부족액이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 감세 정책을 고수한다면 윤석열 정부 내내 세수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이는 내수 진작과 약자 복지를 위해 써야 하는 예산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들먹이며 추진하는 산업 정책도 성과를 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 지원 정책의 상당수는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적지 않아서다. 야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정부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실행이 어렵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야당을 우회하는 편법과 꼼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 실효성은 떨어진다. 기업들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으나 정부의 지지부진한 정책 실행에 불만이 가득 차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윤 정부 경제정책 부정 평가
R&D 정책도 그렇다. 느닷없이 올해 예산을 대폭 줄인 탓에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과학계 카르텔’을 운운하며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3% 이상 줄였다. 이로 인한 부작용과 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공계 인재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곧 결과가 나오는 연구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됐다. 정부 자금을 받아 신기술 개발에 나섰던 중소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복구했으나 무모하면서도 어설픈 정책이 초래한 피해는 금액으로 따지기 힘들 정도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제 분야 정책 평가를 물어본 결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잘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경제개혁연대가 분기마다 조사하는 평가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점수는 낙제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가 지엽적인 지표와 통계 수치를 내세워 경제 성과를 아무리 자랑한들 국민은 수긍하지 못한다. 갈수록 지갑이 얇아지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데 어느 누가 정부가 성공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보겠는가.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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