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신용등급 떨어지고 중국은 국채 팔고…위기의 미국

道雨 2025. 5. 19. 18:21

신용등급 떨어지고 중국은 국채 팔고…위기의 미국

 

 

 

무디스 미 국가신용등급 108년 만에 강등

눈덩이처럼 쌓여 가는 미국의 재정 적자

중국은 미국 국채 계속 팔아 보유 비중 낮춰

난공불락 같았던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나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아래로 내렸다. 무려 108년만의 일이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모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상급에서 내리게 됐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배경에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도 모자란 미국의 재정적자가 도사리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계속 매각하면서 보유액이 3위로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중국의 미국 국채 지속적 매도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미국의 패권에 균열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무려 108년 만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내린 무디스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장기발행자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등급 변경 보고서에서 "지난 10여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급격히 증가해왔다"면서 "이 기간 연방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감소했다"라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무디스는 "재정 적자와 부채가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도 현저히 증가했다"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자 비용을 포함한 의무적 지출이 총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약 73%에서 2035년 약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무디스는 이에 대해 "과세와 지출에 대한 조정이 없다면, 예산의 유연성이 제한적인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무디스는 미국 경제가 가진 다수의 강점이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제공한다며,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앞서 지난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디스는 그동안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왔다. 3대 신평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앞서 피치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하향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신용등급이 하향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앞으로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여, 정부 예산과 통화 관련 정책은 물론, 통상정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전세계 교역대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높은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국가의 세수를 늘려 국가 채무를 해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가신용도 강등을 계기로 '관세 드라이브'를 더 강력하게 펼쳐 나갈지도 주목된다.

 

다만, 3대 신평사 중 가장 뒤늦은 등급 하향인 데다, 앞서 무디스가 2023년 11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며 강등을 예고한 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 미국 뉴욕의 신용평가사 피치 본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미 재정적자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로 정부 부채 증가를 지목하면서, 미국 정부의 재정 상태에 시장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약 36조 2200억 달러(약 5경 744조 원)다. 이 금액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설립된 이래 연방정부에 누적된 부채 원금과 이자의 총액이다.

부채는 어느 한 해에 정부가 쓴 돈이 수입보다 많아 국채 발행을 통해 돈을 빌릴 때 생긴다.

 

그간 미국의 부채는 꾸준히 늘었고,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급증했는데, 그 이유는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이후 매년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9∼2021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50%나 늘렸다. 2024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조 8300억 달러였다.

 

문제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앞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주된 수입은 개인과 기업에서 거두는 세금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로 줄어드는 수입을 관세로 충당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발의한 세제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10년간 3조 8000억 달러 상당의 감세가 이뤄진다. 그렇게 되면 국가 부채가 2조 50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이자도 만만치 않다. 한 해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이자를 내는 데 쓰이기 때문에, 부채 증가는 다시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재무부는 2025년 4월 기준으로 미국의 부채를 유지하는 데만 6840억 달러가 들어가며, 이는 2025회계연도 정부 지출의 1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2024회계연도에 미국 정부는 평균 3.32% 금리로 돈을 빌려 쓰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지급한 국채이자는 국방비를 넘어섰다. 부채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부채를 갚을 능력인데,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00%를 넘었으며, 2024년 123%를 찍었다.

 

* 미국 국가부채 추이, 출처 : 연합뉴스

 

 

 

미국채 보유액이 3위로 내려온 중국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부지런히 내다팔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3월 외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3개월 연속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9조 495억 달러(약 1경 2674조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 보유량은 7654억 달러(약 1072조 원)로 전월보다 189억 달러(약 26조 원) 줄어, 1∼2월 보유량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 순위에서 3위로 내려갔고, 3월 미 국채 보유량을 290억 달러(약 40조 원) 늘린 영국(총 7793억 달러·약 1092조 원)이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영국보다 낮아진 것은 2000년 10월이 마지막으로, 이번 세기 들어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3년 11월 1조 3160억 달러(약 1844조 원)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17년 말 1조 1840억 달러(약 1659조 원), 2018년 말 1조 1240억 달러(약 1575조 원)로 꺾인 이후, 2022년 말에는 8670억 달러(약 1127조 원), 2023년 말 8160억 달러(약 1143조 원)로 줄었고, 작년 말에는 7590억 달러(약 1063조 원)까지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 감소가, 미국에 대한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경고음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느리지만 꾸준히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대한 경고"라며 "이런 경고는 수년 전부터 있었으며, 미국은 진작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수치가 3월 말 기준으로, 지난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이후 중국이 취한 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브래드 세터 미국외교협회(CFR) 수석연구원은 "눈에 보이는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채권 포트폴리오의 만기를 단축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 6주간 중국의 비축량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나야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가 권고하는 수준의 하한에 못미치는 97%를 기록했다. 권고 수준을 미달한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3년째이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2023. 4. 5. 연합뉴스

 

 

 

난공불락 같던 미국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나?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불가항력처럼 쌓이는 미국의 재정적자, 중국의 지속적인 미 국채 매도가 지시하는 바는 간명해 보인다. 2차 대전 이후 8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패권에 미세한 균열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달러 패권과 해외 국채 매각과 국내 대량소비'라는 공식으로 유지되던 미국의 경제패권이, 트럼프 발 관세전쟁과 감세 전쟁의 쓰나미에 생각보다 빨리 동요되는 모양새다. 미국의 경제 패권이 흔들리면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만큼, 새로 구성될 민주정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상황이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