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

우리의 자랑 범진이에게 (1995. 6. 16)

道雨 2007. 6. 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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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자랑 범진이에게



  범진아, 우리가 눈 내리는 겨울, 미끄럼차의 아슬아슬함을 만끽하며 여행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에 접어들었구나.

  

  그동안 우리 집은 많은 변화가 있었지? 한의원을 시작하게 되었고 ,엄마가 7년 동안 힘을 기울였던 가게도 정리하였고, 또 지금까지 살던 어느 곳 보다 넓고 편리한 이 집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잖아. 짧은 시간 동안에 너무나 크고 많은 변화가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미처 손이가지 못하는 것도 많아 불편한 점도 많으리라 생각되는구나. 4층이라는 높은 곳에 살다보니 오르내리기도 불편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예전 같지 않을 것 같구나.

  7년 가까이 함께 지냈던 워리와 헤어지게 된 것도 마음이 아프겠지? 나도 그렇단다. 그러나 고사성어에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듯이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니. 워리도 나중에 더 좋은 때가 있을 것이라는 바램으로써 나도 애써 마음을 달래본단다.

 

  나는 우리 범진이가 매우 자랑스럽단다. 무슨 일이든지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또 친구들이나 형님들과 잘 어울리며 어려운 일들도 잘 헤쳐나가고 남을 돕기를 내 일보다 열심히 하니까 모두가 범진이를 좋아하잖아. 인정 많고 착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는 범진이는 훗날 훌륭한 젊은이가 되고, 또 가정과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위해 일하는 멋진 배달인(배달민족의 후손이니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에 아빠와 엄마는 새로운 일(한의원, 이사 등)로 매우 정신이 없고 늘 피곤해있는 상태라서 너희들에게 별로 신경을 써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여러 가지 약속들도 공수표가 되기 일쑤이고 너희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그랬지. 그러나 착한 범진이니까 엄마나 아빠의 본뜻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는다.

  옛말에 ‘귀한자식 매 한 대 더 주고 미운자식은 떡 한 개 더 준다’는 말이 있지? 엄마나 내가 하는 잔소리도 모두 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지. 비록 방법상의 문제는 있겠지만 마음은 항상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범진이도 알 수 있을꺼야.

  

  사람이란 완전하지가 못한 존재란다. 그래서 어딘가 부족하고 또 실수하기도 하는 것이지. 그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자 늘 노력을 하는 사람이 나중에 훌륭하게 될 수가 있고, 잘못을 모르고 또 고치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늘 다른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거야.

  엄마는 범진이가 조금 삐딱하다고 걱정을 하고 있지만, 나는 범진이의 좋은 점이 더욱 많기 때문에 그것이 별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범진이가 커가면서 스스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친구들을 위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더 양이 많아지는 법이니까 나중에 더 열심히 하도록 하고 지금은 그때에 대비하여 건강하고 체력을 길러야 된다. 나중에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면 힘드니까 조금씩 책상에 앉는 버릇도 기르고, 컴퓨터, 독서, 각종 운동이나 놀이도 열심히 해서  자신감을 키우고 무엇에나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가 지적해주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면 더욱 좋겠다.

  앞으로도 좋은 점은 계속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은 보충해서, 보다 나은 범진이, 발전하는 범진이, 씩씩한 범진이, 잘 웃는 범진이, 건강한 범진이, 훌륭한 범진이가 되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곧 더워지고 땀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건강에 유의해서 아프지 않도록 식사 잘 하고 운동이나 공부도 적절하게 해서 활력있는 나날이 되기를 바란다.

                                     

                           

                                           1995.6.16     아빠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