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란 이름의 첨가물
녹차 추출액, 비타민C, 탄산수소나트륨, L-아스코르빈산나트륨. 요즘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녹차음료의 공통 원료다. 이 물질들을 물에 녹여 병에 넣은 것이 우리가 마시는 녹차음료일 터다. 음료치고는 그런대로 무난한 원료 구성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유독 우리의 시선을 끄는 물질이 하나 있다. 바로 비타민C. 이 비타민C를 꺼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좋은 물질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업체는 고맙게도 그 좋은 걸 녹차음료에까지 넣어줬다. 과연 건강음료답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비타민C가 녹차음료에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요즘 혜성처럼 떠오르는 각종 추출차들, 스포츠 드링크나 아미노산 음료 등에서도 비타민C라는 이름이 발견된다. 또 발효음료는 물론 토마토나 당근주스, 심지어 오렌지주스 따위의 과일계 음료에까지 그 물질은 보무당당하게 진출해 있다. 웬만한 음료는 거의 다 이 물질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너무 남용하는 게 아닐까. 혹시 어떤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 아닐지.
여기서 일본의 식품 저널리스트 군지 가즈오의 설명을 들어보자. “음료에 비타민C를 넣어줘서 고마워하신다고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업체의 편의를 위해 첨가한 것이거든요. 비타민C는 강력한 산화방지제 아닙니까. 음료 성분들의 변질, 이를테면 갈변현상 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
사용 목적이야 어떻든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으니 좋은 게 아닐까. 몸속에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든 유익하게 작용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이 비타민C는 출신이 다르다는 것. 음료에 첨가돼 있는 비타민C를 보고 상큼한 과일이나 신선한 채소를 연상한다면 오산이다. 그 비타민C는 엉뚱한 곳, 정체불명의 화학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이름하여 ‘합성 비타민C’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농도의 순수한 아스코르빈산이다.
문제는 이 합성 비타민C가 우리 몸속에서는 천연 비타민C와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는 사실. <비타민 쇼크>의 저자인 독일의 한스울리히 그림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타민은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해요. 미네랄 같은 다른 영양분들과 결합한 상태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죠. 즉, 복합체여야 한다는 이야긴데 천연 비타민만이 그 조건을 충족합니다.”
또 일본 도시샤대학 니시오카 하지메 교수의 논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합성 비타민C는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적잖게 만든다. 활성산소는 암세포를 만드는 유해물질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건대, 합성 비타민C는 섭취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물질이다.
그래서다. 음료에 들어 있는 비타민C,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그 비타민C는 영양분으로 보기 어렵다. 그것은 한낱 첨가물에 불과하다. 1kg을 몇천원이면 구할 수 있는 싸구려 첨가물이다. 우리는 첨가물 음료를 마시며 열광하고 있다. 요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비타민 음료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최근 미국 암연구협회가 “영양보충제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발표했다. 같은 맥락이다. ‘인공물질 무용론’은 비타민C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모든 영양분에 똑같이 적용된다. 영양분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의 식생활을 통해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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