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조선전기 완형 창, 숫깍지 최초 출토

道雨 2007. 12. 13. 10:35

 

 

 

      조선전기 완형 창, 숫깍지 최초 출토

 
 
 
[[오마이뉴스 장원주 기자]11일 화요일 오전 11시경 부산지하철 3호선 수안 정거장부지 제2-2차 동래읍성 해자 발굴현장에서 (재)경남문화재연구원의 발굴조사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지난 10월 1일 이래 발굴조사의 성과를 공개하고 조사유적의 처리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 현장설명회 전경 11일 오전 11시 발굴현장에서 현장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 장원주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앞선 1차 및 2-1차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해자 유적의 남동쪽 구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결과, 조선전기의 동래읍성 해자와 이후 조선후기에 설치된 배수로 2개소, 근세 건물지로 추정되는 적석군 1개소, 현대 우물 등이 확인되었다.


해자의 호안석축 아래에서 인골, 도, 창, 화살촉, 깍지, 청동숟가락은 조선전기에 해당하는 목익이 흩어져 있는 흑갈색 점질토층에서 출토되었는데,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상층부에서는 백자편과 옹기편 및 수골류가 출토되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앞선 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들에 더하여 더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출토된 유물은 목익으로 추정되는 목재, 보존상태가 양호한 5개체 이상의 인골과 소·말 등의 수골, 잔존상태가 양호하며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사례가 없는 깍지(숫깍지) 1점, 창 3점, 칼 4자루 및 화살촉 11여 점, 청동숟가락 2점 등과 조선후기의 백자편, 옹기편, 기와편 등이 출토되었다.


특히 출토 유물 중 이번 조사에서 새로 출토된 조선전기 완형 창과, 숫깍지는 우리나라에서 발굴조사를 통하여 확인된 최초의 유물이다.

▲ 숫깍지 이번에 최초로 발굴된 조선전기의 숫깍지는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해서 지금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 장원주


우리나라의 활은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쏜다. 깍지는 강력한 활의 시위를 맨손가락으로 당겨서 화살을 쏘다 보면 엄지손가락이 잘릴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는 대부분 이 깍지를 사용해 활을 쏘았다. 궁수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끼우는데, 긴 혀가 달린 숫깍지와 혀가 없는 암깍지로 나누어진다. 이번에 발굴된 숫깍지는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해서 지금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 완형 창 노출 전경 창은 단병접전 무기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전근대적 군대가 주력무기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창날과 자루, 석반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소투, 상투, 하투 등의 부분이 완형에 가까운 상태로 출토된 조선전기의 창

ⓒ 장원주


창은 단병접전 무기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전근대적 군대가 주력 무기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총 3점의 창이 출토되었는데 그중 1자루가 슴베 부분의 자루 일부분만 훼손되었을 뿐 창날과 자루, 석반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소투, 상투, 하투 등의 부분이 완형에 가까운 상태로 출토되었다.


완형 창은 창날의 평면 및 단면형태가 제형이며, 슴베의 형태는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알 수 없다. 창의 전체 길이는 300cm, 창날의 길이는 24cm이다. 나머지 2점의 창은 창날의 단면은 삼각형이며 슴배의 단면은 장방형에 가깝다.


이외에도 환도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칼이 4점이 출토되었는데 길이는 60cm 전후이다. 화살촉은 모두 유경식 철촉으로 촉신의 형태가 추형·능형·유엽형이며, 촉신의 단면형태는 대부분 긴 마름모형 또는 마름모형이다.

▲ 환도 추가로 출토된 전형적인 환도형태의 칼 들
ⓒ 장원주


청동숟가락은 완형 1점과 손잡이 부분 일부가 결실된 1점이 출토되었다. 모두 술부분이 장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한 편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도 찰갑편이 출토되었다. 2-1차 조사에서 출토된 찰갑 및 찰갑편과 유사한 형태이다. 인골과 동물 뼈 또한 조사지역 전체에서 출토된다. 인골은 두개골과 골반뼈, 갈비뼈, 경추 등이 집중적으로 출토되는데 전투 당시의 상황 때문인지 온전한 유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짐승의 뼈는 소, 말의 대퇴골·효골·중수골이 출토되었다.

▲ 인골과 목익 등 노출 전경 임진왜란 당시의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는 흑갈색점질토층
ⓒ 장원주


기존 조사결과 동래읍성 해자는 양쪽 호안석축인 남·북 2개소가 북서-남동 방향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해자가 동쪽으로 진행방향을 꺾고 있다. 추가조사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해자 유적이 하나은행 북쪽을 통과하여 동래읍성 남문 터로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유적 전경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인 동래읍성 해자 유적은 계속 놀라운 발굴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적은 하나은행 북쪽을 통과하여 동래읍성 남문 터로 이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장원주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인 동래읍성 해자 유적은 계속 놀라운 발굴성과를 거두고 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임진왜란 중 동래읍성 전투의 격전지에서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하는 조선전기의 도, 목궁, 화살촉, 창, 깍지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어 실질적으로 조선 전기의 무기체계를 복원할 수 있는 좋은 자료를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의 논리에 밀린 우리 유적의 현실 속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역사가 바로 서지 않은 나라는 뿌리를 잃고 표류할 것이다. 유적의 추가 발굴과 확실한 보존, 나아가 이를 활용한 자원화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