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쉬는시간 5분제’ 엄마들이 뿔났다

道雨 2010. 5. 6. 16:36

 

 

 

    쉬는시간 5분제’ 엄마들이 뿔났다

 

- “애들 화장실 가기도 벅차”
- 증산초 학부모 300여명, 인권위·교육청에 탄원서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김새롬(가명·10)양이 다니는 서울 은평구 증산초등학교는 수업 사이에 쉬는 시간이 5분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그 5분 동안에 용변을 보고, 손을 닦고, 다음 수업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음악이나 과학 수업이 있는 날은 해당 교실이동해야 해 화장실 가기가 더 어렵다. 김양은 “생리 기간인 친구들은 쉬는 시간이 모자라 쩔쩔매는 모습도 봤다”며 “체육 시간이 끝난 뒤에는 물 마시고 땀 식힐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초등학교 쉬는 시간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587개 초등학교 가운데 ‘쉬는 시간 5분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모두 35곳이다.

이 자료가 공개된 뒤 학생들의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고, 서울시교육청은 ‘쉬는 시간을 10분으로 늘려달라’고 해당 학교에 요청했다.

하지만 증산초를 포함해 22개 학교는 여전히 쉬는 시간 5분제를 강행하고 있다. 증산초는 5분제를 유지하는 이유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수업이 빨리 끝나 이후 활동에 대한 선택 폭이 넓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학교가 이런 방침을 고집하자, 이번엔 증산초 재학·졸업생 학부모 300여명이 쉬는 시간을 10분 이상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증산초 학부모 김아무개(45)씨는 “학교에서 대변을 보지 못해 아예 아침밥을 먹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 시간이 거의 없어 또래들끼리의 사회집단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밝혔다.

김씨는 “학교에서 교과 내용만 가르치면 사교육과 다른 점이 대체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학부모 박아무개(40)씨도 “1학년 때는 아들이 부산하게 떠들어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봐 5분제를 찬성했지만, 지금은 아이가 힘들어해 5분제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증산초 교사는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면 학생들의 통제가 쉬워져 교사의 처지에서는 더 편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학생들이 5분 안에 용변과 수업 준비를 모두 마칠 수 없어 수업 시작이 늦어지고, 수업 중에 용변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 학습권이 침해된다”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