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현역 국회의원들의 떼법 시위는 ‘국가 변란 행위’다

道雨 2010. 5. 1. 13:40

* 한겨레신문 사설(2010. 5. 1)

 

 

       한나라당 떼법 시위는 ‘국가 변란 행위’다

 

 

이것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무법천지다.
법치주의는 능멸당했고, 헌정질서는 유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누리집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전교조 죽이기나 사법부 흔들기 차원을 넘어선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심하게 말하면 다수의 위력을 빌려 법을 무력화하려는 집단적 국가 변란 행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원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교조 명단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한나라당은 ‘조폭 판결’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동원해 매도했다.

하지만 정작 조폭적 행동을 하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조폭이란 게 뭔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떼로 몰려가 난장판을 만들고 힘으로 해결하려는 무리들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싫다고 다른 의원들까지 무리를 지어 법원 결정문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행동이야말로 정확히 조폭들의 모습이다.

이런 집단행동의 밑바탕에는 ‘떼를 지어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법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오만하고 교활한 계산이 숨어 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조전혁 의원을 말리고, 정당한 법절차에 따르도록 충고해야 옳다. 이것이 명색이 집권여당이자 법과 질서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보수정당이 보여야 할 태도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거꾸로 갔다. 심지어 “의원들 사이에 조 의원을 무조건 돕자는 감성적 공감대가 있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한다. ‘조폭적 3류 의리’에 지나지 않는 빗나간 동료애다.

 

한나라당은 이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상실했다.

애초 한나라당이 전교조 명단 공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교육권 문제였다. 이렇게 교육을 걱정한다는 한나라당이 정작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나 민주주의 따위는 잊어라.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면 떼지어 판결 불복종 운동을 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한나라당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전교조 문제를 계속 쟁점화해 이번 지방선거를 ‘색깔선거’로 몰아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얄팍한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지도 의문이지만, 나라의 기본을 거덜내고라도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고 개탄스럽다.


 

 

 

** 아래는 한겨레신문 기사(2010. 5. 1)

    한나라 의원들, 법원판결 집단 불복…“법치 훼손” 비판
- 한나라당 의원 15명 ‘전교조 명단공개’ 동참
- 사법 판단 흔들기…“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 공개를 금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명단 공개를 확대하는 등 집단적인 불복에 나서 집권 여당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두언·김효재·김용태·구상찬·진수희·차명진 의원 등은 3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에 동참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현재까지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15명이 넘었고, 궁극적으로 5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확인된 동참 의원은 김효재 심재철 정진석 정두언 진수희 차명진 이춘식 임동규 정태근 구상찬 박영아 강용석 김용태 장제원 이두아(무순) 의원이다.

 

김효재 의원은 “전교조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에 따라 결성된 합법적 노동운동 단체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법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서울남부지법의 한 판사의 편향된 판결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고자 명단 공개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의원의 행동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조전혁 의원이 법에 없는 짓을 해서 법원이 ‘잘못됐다. 중단하라’고 명령했는데, 거기에 정면대응해 법원과 맞짱을 뜨고 있다”며, “여당이길 포기했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이기까지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조직적으로 판결 불복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학부모들의 알 권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교사의 인권 파괴,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데 앞장서는 조폭 집단인가”라고 반문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기 위해 조합원 명단을 올리는 모든 의원을 상대로 일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의 근거가 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제정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장선 것으로 밝혀져, 자신들이 만든 법을 앞장서 어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07년 5월 이 법안의 발의자 19명 가운데 대부분이 한나라당 의원이었으며, 이번에 전교조 명단 공개에 동참하는 정두언, 진수희 의원도 대표 발의자였다.

이 법은 “이 법에 따라 공시 또는 제공되는 정보는 학생 및 교원개인정보를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조 2항)고 못박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양재영)는 지난 15일 전교조가 조 의원을 상대로 낸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신청에서 “교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며 공개금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조 의원은 19일 자신의 누리집에 해당 자료를 올렸고, 법원은 27일 이를 중단할 때까지 하루에 3000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안창현 정인환 기자 blue@hani.co.kr >

 

 

 

                                파시즘 이행기

 

 

 ***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의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는 <미국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파시즘 이행기’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부시 정권이 민주주의에서 파시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그는 '파시즘 이행기’를 판별할 몇 가지 잣대를 제시했습니다.

 

 

* 참고 : '파시즘 이행기’를 판별할 몇 가지 잣대


△ 집회·시위에 나서거나 비판적 발언을 하면 신체적 위협을 가한다. 시민들의 무차별 체포와 투옥을 꺼리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준군사조직’이 등장한다.

△ 일반 시민을 사찰한다. 도청을 합법화하고 개인의 전과와 정치 성향, 사생활 등을 기록한 개인 자료를 활용한다.

△ 교수·공무원·언론인·문화예술인 등 비판적 인사들을 전략적으로 겨냥해 직장에서 쫓아내거나 경력을 파괴한다.

△ 시민단체에 첩자를 심어 조직을 파괴하거나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으로 괴롭힌다.

△ 비판적 검사를 해임하는 등 법의 지배 방식을 뒤엎는다. 인격모독을 포함한 고문, 근거 없는 고발,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대한 마구잡이 기소 등의 사법독재가 등장한다.

△ 정치적 압박으로 자유언론을 탄압한다. 언론인을 모독하거나 수치심을 주고, 해당 언론의 책임자들이 언론인을 해고하게 만든다.

△ 시민들의 사상·행위·표현을 범죄로 만들기 위해 불법행위의 범주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새로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 ‘법의 이름으로’ 처벌한다.

△ 일련의 과정에서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킨다.

 

 

 

 

       “차라리 ‘쇼’가 필요했다 인정하세요”

 

 

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해서 금태섭 변호사가 쓴 글에 대한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반론을 읽고, 저 또한 변호사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강 의원은 반론에서 금 변호사의 글이 논리나 법리의 측면에서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금 변호사와 국민께 솔직하게 ‘지방선거를 위한 쇼’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훨씬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강 의원이 전교조 명단 공개에 동참한 것이 “법리”보다는 “의리” 때문이라는 변명을 보고 저는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연히 삼권이 분립된 민주국가에서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이 사법부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그 이유가 “법리보다는 의리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원의 자격을 포기한 것입니다.

“법리보다 의리 때문”이라는 말은 조직폭력배들이나 할 만한 발언입니다. 의리 때문에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도 된단 말입니까? 이런 말을 국회의원이 했다는 사실에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정확한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전교조 선생님들이 많이 있는 학교는 수능 성적이 좋지 않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수능 성적 차이는 소득별·지역별·계층별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특목고와 일반고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한 것은 어떠한 의도를 드러낸 자료의 왜곡입니다. 특목고를 일반고와 동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우선 특목고나 자사고는 우수한 학생들을 별도로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또 학교 성적의 차이가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 능력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 언론에 여러 번 보도가 된 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전교조 선생님들의 숫자만이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자기 입맛대로 자료를 왜곡한 정두언 의원의 발표는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법원이 전교조 명단 공개를 금지 시킨 것은 바로 이런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 의원은 전교조가 우리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선거 때마다 전교조에 대한 정치 공세를 통해 교육 현장을 오염시키고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 한나라당이야말로 우리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번 전교조 명단 공개도 이번 선거에서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키려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의도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강 의원이 용기를 내서 당 대신 금 변호사와 국민들께 사과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전교조 명단 공개를 중단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정치 공세를 즉각 중단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존중해주기를 바랍니다.

 

<이종걸 민주당 국회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