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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권위 이름으로 인권을 모욕하지 말라

道雨 2010. 12. 11. 13:08

 

 

 

            이제 인권위 이름으로 인권을 모욕하지 말라
한겨레

 

 

세계인권선언 62돌(12월10일)을 맞은 지금 대한민국 인권의 자화상은 참담하기만 하다.

수십년간 인권운동에 헌신해온 인권시민단체들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은 사라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상황이 퇴행을 거듭하고 인권위는 본연의 의무를 방기한 채 엉뚱한 일에 매달리고 있으니 당연한 개탄이다.

 

집권 초부터 인권위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이 정권은 인권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기구를 축소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들을 인권 문외한들로 속속 채워 나갔다.

그나마 인권위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발버둥쳤던 상임위원들은, 인권위를 유명무실화하려는 권한축소 조처에 따라 동반사퇴했다. 그 자리를 극우인사들이 차지한 뒤 인권위는 거침없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본래의 사명인 우리 국민의 인권 증진엔 눈감은 채 대북 압박 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한 것이다.

 

‘2010년 대한민국 인권상’ 중 단 두개뿐인 정부 포상 부문을 북한 인권운동가와 연구자에게 몰아준 것이 그런 사례다.

앞서 상임위원을 극우인사들로 교체한 뒤 처음 열린 지난 6일 전원회의에선 대북 전단 살포와 선동방송을 권고하는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및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를 통과시켰다.

반면 ‘야간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은 부결시켰고,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진정사건 조사결과 보고’는 보류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는 거리가 먼 위험한 선전활동일 뿐이다.

더군다나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위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조는 이 법의 적용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국민의 인권은 나 몰라라 하면서 북한 인권만 거론하겠다니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정권의 보위부이자 나팔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인권상 수상자들의 집단 수상 거부 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아시아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하향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국제앰네스티 본부도 인권위 사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 정부 아래서 인권위는 이제 희망이 없는 조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