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진이례 퇴이의’ < 進以禮 退以義 >

道雨 2011. 9. 10. 10:57

 

 

 

      ‘진이례 퇴이의’  < 進以禮 退以義 >

 

- 안철수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
 

 

 

 

9월6일 오후 4시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안 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원장은 이번 출마설로 정치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었다.

닷새간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심했지만 박원순 변호사와 6일 회동하자마자 불과 20분 만에 불출마 선언을 하고 ‘박원순 변호사 지지’를 선택했다.

이번 일을 보며 한 문장이 떠올랐다.

 

전한 말 양웅이 지은 <법언>의 ‘군자편’에 보면 ‘진이례 퇴이의 난려야’(進以禮 退以義 難儷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해석해보자면 ‘나아갈 때는 예에 따르고, 물러날 때에 의에 따르는 것은 나란히 하기 어렵다’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지위를 탐내거나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은 쉬우나, 자신의 예와 의에 입각해서 일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예’(禮)라는 글자는 공손함, 사양, 겸손 등의 ‘삼가하는 정신’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진이례’라는 말은 ‘나아가는 데 있어서 어렵게 생각하고 조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의’(義)라는 글자는 옳음, 의로움 등의 ‘마땅한 정신’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퇴이의’라는 말은 ‘물러나는 데 있어서 결단력 있고 쉽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양웅은 어떠한 경우에도 나아가는 것이나 물러나는 것은 흉내내기 쉽다고 말한다. 다만 공자와 같이 나아갈 때는 예에 따르고, 물러날 때는 의에 따르는 일은 누구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늘 안 원장의 행보를 보면 나란히 하기 어렵다는 ‘진이례 퇴이의’를 아주 쉽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36.7%라는 기록적인 지지율을 얻은 안 원장은 욕심을 내서 출마 선언을 했을 법도 한데, 예에 따라서 말을 아끼며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높은 지지율에 대해서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여긴다”며 자신을 굽힌 안 원장은, 지지율이 7배 차이 나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선뜻 서울시장 출마 자리를 양보했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정치인들의 행보와 사뭇 다른 것이었기에 그 놀라움은 더 컸다.

 

더군다나 안 원장은 “박 변호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아름답고 훌륭한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런 조건 없이 쉽사리 시장 출마를 양보했다.

안 원장의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과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진정 자신의 의에 입각하여 물러난 것이다.

 

야권통합을 위해 쉽사리 불출마를 선언한 안 원장의 ‘물러남’은 쉽게 물러난 듯하면서도 오히려 앞으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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