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검찰이 못 보는 것

道雨 2011. 11. 14. 13:53

 

 

 

                   검찰이 못 보는 것 

 

‘민사소송 지원’까지 하려는 검찰, 순수성은 아무도 믿지 않게 됐다
‘수사권 문제’를 누가 지지해주랴

 

 

» 금태섭 변호사
지난주 대검찰청 공안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와 인터넷 유언비어·괴담 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소송 지원을 통해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내용이다.

 

 

검찰의 발표를 보면서, 얼마 전 한 후배 검사와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그 후배는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근의 논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실질적인 수사지휘권 확립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사실 수사권 조정 문제 자체만을 놓고 볼 때는 경찰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15만 경찰 공무원이 중앙집권적 단일 조직으로 구성된 우리 경찰의 특성상 권한의 남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독립된 수사권을 가지고 검찰과 상호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지만, 경찰의 분권화, 지역화가 선행되기 전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경찰청장의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우리 경찰이 ‘독립’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연방 경찰, 주 경찰, 시 경찰 등 수많은 경찰 조직이 독립되어 있다.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누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현오 청장 한 사람의 명령에 전국 모든 경찰이 따르게 되어 있다. 이런 조직을 검찰의 지휘에서 풀어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권 문제에서 검찰 편을 드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검찰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서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대검의 발표만 봐도 그렇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검찰의 의도가 개인의 명예 보호에 있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명예훼손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있기 전에는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명예 보호를 들고나온 것은 어떻게든지 형사 문제로 구성을 해서 여론을 통제하려는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도대체 왜 수사 및 소추기관인 검찰이 ‘민사소송 지원’까지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이미 검찰은 미네르바 구속,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기소 등 무리한 권한 행사로 많은 비난을 받고 역풍을 맞았다. 한마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순수성은 이제 아무도 믿지 않는 수준이 됐다.

그런 이유로 검찰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수사권 혹은 수사지휘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를 놓고 경찰과 충돌했을 때 검찰은 심각한 내홍을 겪어야 했다. 청와대가 만류했음에도 검찰총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부 반발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경찰을 지휘해서 수사에 법치를 세우는 역할을 빼앗긴다면 검찰의 존립 이유가 흔들리는 것이니 검사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다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의 통제라는 엉뚱한 일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수사권 문제에서도 지지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스스로 ‘민사소송 지원’에 나서겠다는 검찰이 수사지휘를 안 받겠다는 경찰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검찰은 지금 큰 그림을 못 보고 놓치고 있다.

검찰이 민사소송이나 지원하고 경찰이 아무런 지휘 없이 수사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괴담’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