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복지공약, 뱀을 부른다
섣부른 복지와 ‘코브라 효과’
(CBS 노컷뉴스 / 변상욱 / 2012-02-21)
여야 복지공약대로 하려면 5년간 최대 220조에서 340조원 정도를 쏟아 부어야 하는데 국가 재정이 크게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지금 수준의 복지제도만 유지해도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갈 판에 부당하다는 것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여야 공약을 검증하고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팀까지 구성했다.
정부가 여야공약을 검증하고 일찍부터 대응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 다만 목표 자체가 ‘복지 확대를 막으려는 의도’라면 정치적으로 불순하다고 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전제로 하는 이야기이다.
여야 정당, 특히 여당과 제 1야당의 복지 공약 경쟁은 누가 봐도 ‘뭐든 해주겠다’, ‘묻지마 복지’식이다. 사업 공약을 내걸려면 객관성, 타당성, 현실성, 우선순위 검증을 거쳐야 함에도 너무 쉽게 단기간 만들어내니 믿기 어렵다.
◇ 모르면 모른다 하는 것이 아는 것
정부가 정부의 감당 능력을 솔직히 밝히며 정치권을 비판하고, 정당들은 비판에 대꾸를 하건 반박을 하건 더 연구해 보완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이후 검증에 나서준다면 유권자가 판단을 내리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우선 공약이 옳은지, 유효한지를 가려야 한다. 좋은 공약이라 해도 돈과 행정능력상 한꺼번에 다 해낼 수는 없으니 어느 것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지 토론도 벌여야 한다.
여야 정당 입장들이 당장은 엄청난 공약들로 표를 얻는다 치자. 그러나 어차피 나중에 실천 못 하면 사회 전체가 신뢰의 위기에 빠진다. 또 사회 갈등이 심화된다.
약속했던 여러 공약 중 현실적으로 10개 중 2,3개만 가능하고 나머진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어느 것부터 할지를 놓고 계층 간, 지역 간 충돌과 반목이 생긴다.
신공항 유치를 놓고 벌어졌던 경남북과 부산의 소모전, 과학 비즈니스벨트 분산 배치 소동, 공기관 지방이전을 놓고 벌어진 전국적인 소란을 기억하실 것이다.
또 반값 등록금에 가진 돈을 쏟아 붓느라 노인 복지나 장애인 복지가 부실해지면 그런 것도 문제이다.
4대강에 죄다 쏟아 붓느라 지역마다 서둘렀어야 할 다른 사업들이 멈춰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 섣부른 복지, 서민 아닌 엉뚱한 배만 불릴 수 있어
예를 들어 보자. 공약은 우선 유효해야 한다. 효과가 분명히 있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지원, 장학금 확대, 생활비 지원을 계속 하는 게 옳은가?
대학도 대학생도 너무 많고 학력 과잉 시대라면 고교와 평생 교육을 보강해 굳이 비싼 대학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지향해 멀리 보고 가는 게 옳은 것은 아닐까?
군 복무 중인 사병들에게 매달 30만원~40만원을 주어 적립시킨 뒤 제대할 때 찾아서 사회 복귀자금으로 쓰라고 하면 반가운 일이긴 하다. 그것보다는 전문 직업군인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이뤄 현역병 숫자를 줄이면서, 군 복무기간을 1년이나 1년 반으로 줄이면 어떤가?
그것이 국가 전체의 생산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고 차라리 그게 낫다고 할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사병들에게 사회복귀를 위한 적립금을 마련해주자는 건 옛날에 나온 이야기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006년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일 때 ‘평생교육법 개정안’으로 13만원 씩 주자고 했고 지금 기획재정부 장관인 박재완 의원도 좋다고 싸인한 내용이다.
그러다가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사라졌다. 그랬으면 자기들이 여당 되고 장관 된 다음에 다시 추진해야지 여태껏 한마디도 없다.
그러니 공약이건 법안이건 꼭 해야 한다고 만든 것도 아니고 꼭 하자고 싸인 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그리고 아무리 국민을 위해 돈을 쓰겠다고 하는 것이지만 사회 시스템과 받아들이는 국민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갈팡질팡하며 국고만 낭비하게 된다. 그건 마치 농민은 배추값 폭락으로 배추밭을 갈아엎을 판인데 도시 슈퍼마켓에서는 배추 값이 여전히 비싸 서민들이 죽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복지는 전달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받아들이는 계층의 인식과 준비도 필요하다.
복지에 대한 신뢰 기반과 수혜자의 인식, 전달 체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코브라 효과’의 예를 든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을 때다. 코브라 뱀이 여기저기 출몰해 골치가 아팠다. 주민들에게 코브라를 잡아오면 보상금을 주는 걸로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면 너도 나도 코브라를 잡아오고 코브라 씨가 마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잡혀오는 코브라 숫자가 늘어도 코브라 피해는 줄지를 않았다. 나중에 살펴보니 인도 사람들이 집안에서 코브라를 키우며 당국에 가져다주고 보상금으로 생계에 보태고 있었다.
보상금을 중단하자 인도 사람들은 코브라를 내다 버렸고 인도의 코브라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우리도 최근 미소금융의 예가 있다. 서민 생활자금 생계자금 지원한다고 급히 만들었다. 그러나 보수 우익단체, 정치권 주변을 기웃거리던 인물들이 끼어들고 횡령 착복으로 잡혀 들어가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제대로 된 전달체계와 제대로 운영할 훈련된 전문 인력이 없으면 복지는 도중에 새버리고 영악한 사람들의 배만 불리게 된다.
변상욱 / CBS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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