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기막힌 인사, 권재진 임명은 불법사찰 재수사 대비책?

道雨 2012. 3. 20. 13:55

 

 

 

기막힌 인사, 권재진 임명은  불법사찰 재수사 대비책?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 오주르디 /2012-03-20)


 

 

 

권력이 부당하게 민간인을 사찰하고 보복을 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김종익씨의 억울한 사정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10년 6월경. 야당 국회의원과 PD수첩이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불법사찰, ‘진실의 입’이 열리다

이런저런 핑계로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던 검찰이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선 건 그로부터 한 달 후. 아니나 다를까. 수사는 부실투성이였다.

그래도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은 “성공적인 수사는 아니었지만 충실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수사가 돼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결정적 증거 부족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정적 증거가 담긴 하드디스크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지원관실 직원에 의해 모두 파괴되고 말았다.

 

 

 

최근 ‘진실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드디스크를 파괴했던 지원관실 장진수 주무관이 폭로한 진상은 놀라웠다. 증거인멸을 지시한 곳이 청와대였고 청와대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연루돼 있었다. 사회정책수석실뿐만 아니라 민정수석실까지 불법사찰에 개입했다.

장 주무관이 진실을 말하겠다고 하자 청와대는 다양한 입막음을 시도했다. 현대자동차에 좋은 조건으로 취직을 시켜주겠다, 형량을 벌금 정도로 낮춰 경북지역에서 공무원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끝까지 뒤를 봐주겠으니 안심해라는 등의 회유에다 금품까지 제공했다.


청와대의 끈질긴 회유, ‘입막음 대가’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제안

사회정책수석실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2000만 원을,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은 5000만 원을 입막음 대가로 장 주무관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박영선 최고위원은 “총리실 모 국장이 장 비서관과 장 주무관 사이를 조율한다면서 5~10억을 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청와대 비서실장도 입막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임태희 비서실장도 구속기소된 이인규 지원관과 장경락 과장에게 “1억 원의 위로금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게 모두 사실이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사회정책수석실이 직접 불법사찰을 진두지휘하면서 관련 보고를 받아왔다는 얘기가 된다. 또 2010년 검찰 수사는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한 ‘덮기용’ 수사였다는 게 분명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과 사회정책수석이 불법사찰 내용을 보고받았다면 일부라도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재수사? 도둑이 제 도둑질을 스스로 수사하겠다니…

검찰이 재수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국민여론은 극히 부정적이다.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증거인멸을 실무적으로 지휘했던 최종석 행정관, 지원관실의 ‘윗선’에 해당하는 이영호 비서관, 5000만 원으로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장석명 비서관 그리고 불법사찰이 자행됐던 시기에 민정수석이었던 정동기, 검찰 수사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권재진 전 민정수석. 그가 사정라인을 거머쥐고 있는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불법사찰과 관련해 그의 처지는 극과 극이다. 검찰 소환조사에 응해야 할 피조사자 신분이면서 동시에 수사의 최고 책임자다.

 

 

도둑이 스스로 수사책임자가 되어 수사관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조사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대단한 아이러니다.

사정라인의 수장을 일개 검사가 소환해 조사할 수 있을까? 있다면 희대의 진풍경이 펼쳐지게 된다. 검사가 현직 법무부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한다는 건 손주가 할아버지를 쥐어박는 ‘불효’나 다름없다.


권재진 법무 기용, 재수사에 대한 대비책이었나?

이런 아이러니를 연출하려고 권재진을 법무부장관에 앉힌 건가. 작년 8월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내정할 때 야당뿐 아니라 국민여론도 잘못된 인사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의 비서를 사정라인의 수장으로 앉히면 사정기관이 청와대의 영향 아래 놓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반대가 극심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권재진 카드를 버리지 않고 끝내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에도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이런 경우를 미리 예상한 포석이었을까? ‘권재진 법무부장관’ 카드는 재수사를 염두에 둬서 마련한 ‘대비책’일 수도 있다.

 

 

권 장관이 사정라인의 수장인 이상 재수사 역시 부실 축소수사로 끝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권 장관이 버틴다면 현 정권 임기 동안만큼은 불법사찰의 진상이 밝혀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 주무관을 돈으로 회유하는 상황이 그대로 녹음된 녹취록도 있다. 이 정도면 결정적인 물증으로 손색이 없다. 첫 수사 때와 달리 증거 불충분을 핑계 삼아 수사를 적당한 선에서 끝낼 수 없게 됐다.


검찰은 국민 앞에 이미 ‘피의자’, 권 장관 사퇴하고 특검해야

검찰의 청와대 봐주기가 들통난 이상 검찰은 국민 앞에 이미 ‘피의자’다. 먼저 권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 그가 수사라인의 지휘관으로 있는 이상 제대로 된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특검을 해야 한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거물급 정권의 실세들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 책임 없다는 식으로 딴전을 피우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청와대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피의자’로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이 대통령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