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작을 직무라고 강변하는 국정원
“너희들은 조국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7급 공무원>에 나오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사입니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국정원’이었더라면 감동적인 대사이겠지만, 지금 우리는 그 대사를 들으며 코웃음을 치게 됩니다. 국정원에 다시 들려주고픈 대사는 이런 겁니다.
“너희들은 정부와 여당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 기간에 보여준 국정원을 기억해 봅니다. 참으로 씁쓸합니다.
당시 여당 후보에 의해 ‘민주당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선량한 공무원(?)’이 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는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손수 16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여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등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숲 속의 참치’, ‘봄날은 오는 중’ 등 그가 사용한 아이디명과 셀프 추천까지 했다는 보도는 보기에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2월4일 경찰에 따르면, 김아무개씨가 사용한 아이디 5개를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누구와 아이디를 공유했을까요? 혹 그 아이디는 국정원 ‘선거 개입전’에서 일등공신으로 쓰였던 공유 아이디였는지요?
참외밭에서는 일부러 짚신을 고쳐 신었으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의로 바로잡은 셈입니다. 작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더욱 뜨악한 것은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한겨레> 기자와 인터넷 사이트 관계자, 경찰 관계자를 고소했다는 점입니다.
직원 김씨의 인터넷 아이디를 불법으로 기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와 경찰 관계자를, 이 아이디를 이용해 불법으로 사이트에 접속해 기록을 열람한 혐의로 <한겨레> 기자를 고소했습니다.
설상가상 국정원 직원 댓글사건에 대해 언론기고문에서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에게도 고소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모두 직무에 충실했을 뿐이었습니다.
표창원이라는 전문가는 국정원의 무능을 탓했으며, 언론인은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단 정부조직법 제16조에 의해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조직된 국가기관’인 ‘국정원’만이 직무를 망각했을 뿐입니다.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되지 않은 댓글 달기와 찬반 추천 등이 대북심리전이며, 조국을 위해 올인하는 것인가요? 국정원법 위반이며 선거 개입이지요.
여당에 유리한 정치적 행위를 통해, 국정원이 하려던 것은 무엇인가요?
민주주의를 흔든 댓글 달기와 국민을 우롱한 거짓 남발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고소장의 남발로 위악적 행태를 보이는 국정원은 과연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 맞습니까?
저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엄정한 ‘국정조사와 형사처벌’을 요구합니다. 대통령선거에 개입해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면,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며, 응당 사과하고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합니다.
대선 직전 발표를 통해 역시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수사 담당자를 다른 서로 보내는 비이성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경찰에 엄격한 수사를 기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제안합니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사안의 진실이 밝혀지면, 책임선도 어디로 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담당국장에서 최고 통수권자까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국민의 대축제인 선거 때마다 찌질한 국정원을 만나야만 할까요?
안보를 위한다며 선거 개입을 일삼는 국정원을 언제까지 바라보아야만 할까요?
무능을 넘어 위선과 거짓까지 일삼는 국정원, 국가기관이 기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치졸한 고소전을 일삼아야만 할까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치명적 위기에 빠진’ 국정원이라는 걸림돌 하나를 치우는 일은 ‘국정원의 쇄신’만이 가능한 일이며, 국정조사야말로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투명한 국정원의 민낯을 만나고 싶은 바람은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원욱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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