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없는데 월세 꼬박꼬박…국정원서 지원 의혹
댓글 ‘제3의 인물’ 의문투성이
고시원서 은둔 생활하면서 활동
주인 “월세 밀릴까 걱정했는데…”
직원 김씨와 지인이라면서 13살차
“소개 안했다” 국정원 해명도 의문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와 함께 ‘오늘의 유머’(오유) 누리집에서 활동한 이아무개(42)씨가 국정원의 해명과 달리 김씨의 단순한 지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씨는 20대가 아닌 40대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국정원은 이씨에 대해 “김씨의 지인이다. 국정원에서 소개해준 사람은 아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40대 남성인 이씨가 20대 여성인 김씨와 인터넷 아이디를 나눠 쓰는 지인 사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씨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 ㅅ고시원에서 1년 넘게 지내면서 매달 45만원의 월세를 꼬박꼬박 낸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고시원 주인은 “이씨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해서 월세가 밀릴까 걱정했는데 매달 18일 딱 맞춰서 돈을 냈다”고 말했다.
이씨가 대선 여론조작 등의 활동을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은 이씨의 행방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13일 “수사팀이 지난해 12월께 이씨를 한번 만났다. 그때는 소환에 응하겠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참고인 신분이라 강제구인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 역시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국정원과 연관이 있다는 혐의점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국정원이 직원 김씨의 인터넷 활동에 대해 “(국정원 업무인)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음에도 경찰청장이 애써 국정원의 조직적 연관 자체를 부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이 이씨 신상을 확보해 소환조사할 수 있음에도 그냥 두고 돌아왔다. 경찰이 과연 수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수사)을 배제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임수경 의원도 “언론의 취재와 누리꾼의 검색 결과를 경찰이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는 행태로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청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수사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거나 “내용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12월16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는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여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속히 발표하겠다’고 해놓고 왜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느냐”고 질타했다.
최유빈 정환봉 기자 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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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여론 조작 의심 아이디 뭉치 더 있다
[인터뷰] 오늘의유머 사이트 운영자 이호철씨
(미디어오늘 / 이재진 기자 / 2013-02-13)
여론 조작 의심 또다른 아이디 뭉치 발견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김씨의 오늘의유머 사이트의 계정 아이디는 16개다. 이중 김씨의 아이디 5개는 이아무개씨가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30개 아이디의 게시글이 동일 아이피 혹은 유사 아이피 대역에서 작성된 흔적이 나오면서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총 46개 아이디를 놓고 수사 중이지만 이에 더해 또다른 아이디 10여개도 김씨와 이씨의 아이피 대역과 겹친 것으로 나와 여론 조작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의유머 사이트 운영자 이호철씨(41)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10여개의 아이디 묶음이 기존 아이디의 아이피 대역과 겹치지만 그 횟수가 제한적이어서 (여론 조작에 사용됐다는 의혹의) 아이디 묶음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추가적으로 또다른 아이디 뭉치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수사에 협조 중인 이씨는 이미 지난 1월 아이디 30개를 찾아내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은 자료를 검토해 여론 조작 흔적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씨는 경찰에 제출했던 30개 아이디에 대해 "경찰 쪽에서 인정을 하고 이아무개씨의 것으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수사 중인 아이디는)동일인 내지는 동일인 그룹의 것으로 봐야 한다. 패턴을 보면 추천 반대한 것이 굉장히 유사하고 게시글이 이명박 정부를 홍보하거나 북한과 관련된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오늘의유머 사이트 |
이씨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대단히 큰 사이트가 아닌데도 최소 2명 이상이 활동한 것을 보면 우리보다 큰 사이트는 어떻게 했을지 유추를 할 수 있다"며 국정원조직 차원에서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하지만 46개 아이디 이외에 추가적으로 아이디를 확보해 수사 중이냐는 질문에 "아이디 숫자가 변경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저희가 조사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국정원에 고소 당한 이호철씨, “정의와 상식이 바로 서야”
이씨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과 맞서게 되면서 정신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91학번인 그는 "제 친구들이 깃발들고 한강을 건넜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학생운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치 서적을 열심히 읽는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정의가 상식 바로 서는 나라에서 사로 싶다는 소시민적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정원 사건 이후 이씨에게 평생 겪지 못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씨는 국정원 직원 김씨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오늘의 유머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털리는 일까지 겪었다.
"그날(1월 31일)은 한 언론이 김씨의 아이디와 게시글 내용에 대한 보도가 나간 날이었는데 오후 4시 50분경 서버가 정지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998년 사이트를 운영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이뿐만 아니라 그날밤 자정에 운영자 계정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취득하는 과정의 해킹을 당했고, 이름과 전화번호, 도메인 등을 확보해서 제 신상을 일베 사이트에 올린 일이 일어났습니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일들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이씨는 인터뷰 도중 테이블 옆을 지나가는 낯선 남자의 출현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장소에 머물게 되면 주위를 살피는 것도 버릇이 됐다.
이씨가 두려우면서도 언론과 적극 접촉하면서 국정원에 맞선 것은 오늘의유머 사이트가 종북 사이트로 매도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인생의 전부다. 지난 1998년 이후 오늘의 유머 사이트 운영이 생업이 됐다. 건축학과를 나온 이씨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이씨는 기자에게 자신을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오늘의유머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기에도 모자랄 정도로 사이트 운영 관리에 집중해왔다. 국정원 사건 이후 이씨는 경찰 수사만 10여차례 협조했고, 국정원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데이터 자료를 정리했다. 지난 두달동안 일상적인 업무가 진행이 안될 정도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는데 '종북'이라는 프레임에 얽혀 이씨는 졸지에 종북 사이트를 운영한 셈이 됐다.
"물밑으로 경찰 수사에 열심히 협조를 했고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했습니다. 일체의 언론과도 접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국정원 보도자료를 받아 중앙 언론에서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종북으로 모는 기사가 나오면서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씨는 경찰 수사를 믿고 있지만 혹여 부실한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국정원 여론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오늘의유머 사이트 책임운영자로서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이씨는 “앞으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수사에 협조하겠지만 사회 각층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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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오유’ 사찰…생각만해도 소름 돋아요”
‘오늘의 유머’ 운영자 이호철씨
언론 보도뒤 서버 장애·신상털기
국정원 도청·미행도 하는지 걱정
“국정원에 고소당해 무섭지만 종북누리집 매도 참을수 없어”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91건의 정치적 글을 올리는 등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온 지난달 31일, ‘오늘의 유머’(누리집 갈무리) 운영자 이호철(41)씨는 난데없는 일을 겪었다.
이날 오후 ‘오늘의 유머’ 서버가 40분간 멈춰 접속장애가 일어났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이날 밤 12시께엔 이씨의 ‘오늘의 유머’ 운영자 계정이 해킹을 당해 전화번호 등 이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웃음을 전하겠다는 꿈을 인터넷에 펼쳐온 이씨가 졸지에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올해 들어 그의 주변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의 절정은 국정원의 고소였다. 지난 5일 국정원 직원 김씨는 자신의 아이디를 외부로 유출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냥 겁이 난 게 아니고 무서웠어요. 주저앉고 싶었어요. 상대가 국정원이잖아요.”
7일 오후 <한겨레>와 만난 이씨는 한숨을 쉬었다. 국정원이 그저 고소만 했을까, 자신을 미행하거나 도청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걱정이 많지만 이씨는 언론 인터뷰를 마다하진 않았다.
“이젠 공포보다 분노가 더 커요. ‘오유’(오늘의 유머)를 종북 사이트라고 매도하는 건 참을 수가 없거든요.”
대선 개입 의혹이 번지자 국정원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북한과 연계한 친북 인사들이 ‘오늘의 유머’ 등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 김씨의 여론조작이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과정에서 들이댄 논리였지만, 이씨로선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였다.
19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이씨는 당시만 해도 종종 벌어지던 집회·시위 현장에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졸업 뒤엔 인쇄업체에서 명함이나 전단지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무료한 일상을 달랠 겸 1998년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은 전자우편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인기가 폭발했다. 전자우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넘쳤다. 2000년 ‘오늘의 유머’라고 이름 붙인 누리집을 정식으로 열었다. 뒤이어 직장을 그만두고 누리집 관리에만 매달렸다.
18대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29·오른쪽)가 25일 오후 3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지난 13년 동안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씨는 ‘오유’ 누리집을 혼자 관리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는지 살펴보면서 누리집이 성장하는 모습에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급기야 회원이 20만명이 넘는 인기 누리집 가운데 하나가 됐다. 소소한 웃음과 재미를 찾는 누리꾼들은 가끔 정치·사회·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고, 그것 역시 수많은 누리꾼들이 주고받는 정상적인 표현과 소통의 과정이었다.
그런 누리집을 ‘종북주의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국정원이 몰고 가자, 이씨는 자신의 존엄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10여년 동안 그 무엇보다 사랑했던 오유가 모욕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김씨의 업무에 대해 국정원은 “대북 심리전을 위해 종북글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주장대로라면 국정원은 오유 이용자의 상당수를 추적하면서 사찰한 셈이다.
“국정원이 매일 우리 누리집을 살펴봤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오유에서 이씨의 별명은 ‘바보’다. 착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이씨의 바람이 깃든 별명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씨를 ‘바보’로 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국정원이 오유를 종북 사이트로 모는 것은 김씨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이라고 봐요. 어떻게든 우리 사이트를 종북으로 덧씌워야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화되니까요. 하지만 입대 영장 사진이 게시판에 올라오면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지는 게 오유예요. 나라를 아끼는 마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종북이죠?” 이씨는 되물었다.
이씨는 요즘 경찰 수사에 협조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발 경찰 수사가 잘돼서 이번 일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죠.”
이제는 김씨의 고소에 대응하느라 또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제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은 힘들지만 오유 회원들의 응원 때문에 힘을 얻어요.”
이씨는 얼마 전 전자우편 하나를 받았다.
“10년 넘게 회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힘내세요. 이런 사이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무엇보다 힘이 됐다.
권력기관인 국정원에 혼자 맞서야 하는 이씨는 며칠 동안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을 하고 있다. 회원들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누리집을 살피고 가꾸는 일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늘 했던 일이지만, 요즘 들어 더욱 새롭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씨는 초저녁 어스름을 뚫고 누리집을 관리하는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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