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박 대통령, ‘진심과 공감’이 없다

道雨 2014. 4. 29. 10:58

 

 

 

        박 대통령, ‘진심과 공감’이 없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2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사과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유력하게 나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의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 그런데 ‘지각 사과’를 하면서도 직접 국민 앞에 서지 않고 국무회의 자리를 빌리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니 실망스럽다. 국민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사과하라고 하니 마지못해 하는 것일 뿐 진정으로 미안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왜 모든 책임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가’ 하는 억울함이 깔려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세월호 사건이 난 뒤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평범한 일반사람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땅에 사는 거의 온 국민이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진 것과는 달리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고, 감정 표현도 일절 없었다.

 

그런 태도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사태 수습을 위한 침착하고 강인한 면모라면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실제 나타난 모습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는 침착은커녕 스스로 우왕좌왕, 갈팡질팡을 거듭했다. 그러면서도 관심은 오직 대통령한테 책임의 화살이 날아드는 것을 피하는 일에만 쏠렸다.

 

결국 박 대통령의 냉담함은 진심의 결여, 공감의 부족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고통과 연결된 정서적 끈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 같다”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의 분석은 정곡을 찌른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냉담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대한 국민의 깊은 실망감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겸허한 성찰과 반성이다. 총리 경질이니 장관 교체도 좋지만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의 인사 난맥상에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깊은 죄의식이나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호통치고 야단쳐서 상황을 수습할지에만 골몰하는 듯 보인다.

 

청와대의 책임 회피는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인 유병언씨 일가에 무한책임을 지우려는 태도와도 대조된다. 유씨 일가의 비리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일종의 ‘악마 만들기’ ‘집단적 분풀이’로 흐르는 대목은 경계할 일이다. ‘구원파’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구원’ 투수로 활용돼서는 안 될 일이다. ‘청해진 무한책임, 청와대 무한회피’는 그 자체로 난센스다.

 

벌써부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로서는 매우 불쾌하고 거북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부글부글 끓는 정서는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지금 국민의 눈에 박 대통령은 진정으로 책임지려는 마음도 없고,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지도 않는 대통령으로 비치고 있음을 청와대는 유념하기 바란다.



[ 2014. 4. 29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