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듣보잡’ 배, 실종 사건. 경인운하(아라뱃길) 사업의 부실 책임은?

道雨 2014. 7. 11. 11:14

 

 

               ‘듣보잡’ 배, 실종 사건

 

 

 

경제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가정을 좋아한다.

문제는 가정이 틀렸을 때 생긴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에 바탕한 분석은 대국민 사기극의 단골 소재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명박 정부가 2009년 3월 착공해 2011년 말 마무리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을 꼽을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견본으로 추진한 경인운하 사업은 수도권과 경기 북부의 물류 개선이 주목적이었다. 인천 오류동에서 서울 개화동까지 너비 80m, 수심 6.3m에 18㎞ 길이의 뱃길을 내, 화물과 여객 수송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애초 대부분의 물류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을 반대했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아라뱃길 구간은 차로 20분이면 다닐 수 있는 거리다. 선적·하역 절차를 고려하면 배로는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뱃길 수송의 경제적 타당성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경인운하에 대해 ‘경제성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 분석을 근거로 내세웠다. 연구원은 경인운하에 대한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1.065로 예상된다고 했다. 비율이 1 이상이면 비용보다 편익이 커 경제성이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을까?

 

비결은 국내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배를 경인운하에 투입한다는 가정에 있다. 연구원의 사업타당성 분석에는 이른바 ‘강·바다(R/S) 겸용선’이 불쑥 등장했다.

원래 강과 바다에 다니는 배는 흘수(수면에서 배의 밑바닥까지 수직 거리) 차이 때문에 구조가 다르다. 그런데 경인운하에는 강과 바다를 모두 운항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겸용선을 띄워 경제성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적용된 가정은 이렇다. ‘대형트럭 250대 분량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4000t급의 배를 띄워, 부산이나 광양 또는 심지어 중국 상하이나 칭다오 등지에서 출발한 화물이 중간 환적 없이 경인운하를 통과해 김포지역까지 곧바로 운송된다.’

 

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었다.

4000t급 배를 띄울 만한 수요도 없거니와 값비싼 배를 살 해운사나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도 없었다.

아라뱃길이 개통한 지 3년째인데도 강·바다 겸용선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실제 경제적 성과도 참담하다.

지난 1년 동안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애초 개발연구원 예측치의 9%, 일반화물은 2.6%에 불과하다.

국내 해운사 가운데 유일하게 아라뱃길 전용 화물선을 운항하던 한진해운은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해 올해 1월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정부가 사업 초기에 내걸었던 ‘연간 3조원의 생산유발, 2만6000명의 고용유발 효과’는 허황된 꿈이 되어버렸다.

 

경인운하 사업의 부실은 현재 수자원공사가 떠안고 있다. 정부가 엄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하기 위해 수공을 사업시행 주체로 내세운 탓이다.

수공은 경인운하 사업에 투입한 2조3000억원가량을 대부분 빚으로 조달했다. 4대강 사업 빚 8조원처럼 경인운하 관련 빚도 정부 재정으로 해결해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국책사업의 부실이 결국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군자의 바람직한 태도로 개과불린(改過不吝)을 강조했다. 잘못을 알았을 때 고치는 일에 주저하지 말라는 뜻이다.

 

경인운하 사업의 비극은 앞으로 더 심해질지 모른다.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잘못을 고쳐야 똑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당장 엉터리 경제성 분석의 책임 소재부터 가려야 한다.

수공의 빚을 국민 세금으로 해결할지 여부는 그런 다음 생각할 일이다.

 

박순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