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장경욱 “허위진술 강요아닌 국정원회유·협박에 의한 허위자백”

道雨 2014. 11. 10. 16:26

 

 

장경욱 “허위진술 강요아닌 국정원회유·협박에 의한 허위자백”

 

 

[인터뷰] 검찰 징계 요청당한 장경욱 변호사…법원 판결-진술문 뜯어보니

 

 

 

검찰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의 변론 행위를 문제 삼아 징계 개시 신청을 한 것에 대해, 징계 요청 대상자인 장경욱 변호사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징계 사유로 든 이경애 간첩사건의 진술 거부 강요 내용이 국정원과 검찰의 허위 자백에 따른 간첩 만들기의 핵심 증거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애 간첩사건은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 편지 작성 경위 등 허위 자백 정황이 재조명을 받고, 재심 청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진술거부 강요 vs 허위 자백

 

검찰은 이경애씨가 지난 2012년 7월 25일자로 작성한 국정원장에게 보낸 편지와 전향서 등 총 4장의 문건을 내세워 이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이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보낸 편지에는 자신을 북한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지도원이라고 소개한 뒤, 접견했던 장 변호사에 대해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진실과 외부 소식을 알리며 북한 주민의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야 하며, 북한을 민주화 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이지 통일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아셔야할 변호사 님께서 국가보안법 해지와 철폐를 하시는 말씀을 듣는 순간, 전 대한민국에 살려고 온 사람이지 북한의 세습체제를 미화하는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분이 나를 변호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변호사님은 위조화폐 문제가 세계 통화법에 걸리니 5년 형 정도가 검사님이 내릴 수 있으니 보위부 문제 모두가 거짓이라고 해야 한다는 등...지금 현재로서 매우 혼돈스럽고 변호사님 보고 저의 변호를 해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라고 썼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씨의 편지와 전향서를 간첩 자백의 증거로 제출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후 정확히 2년 후에, 이씨의 편지를 근거로 검찰은 장 변호사가 이경애씨를 변호하면서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24조 2항을 위반했다며 대한변협에 징계 개시 요청을 한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변호인의 정당한 진술거부권 고지 내용을 왜곡한 것이며, 가혹 행위에 따른 허위 자백 내용을 가지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반발했다.

 

6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상록' 사무실에 만난 장경욱 변호사는,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어낸 공안 세력이 변호인까지 ‘종북 변호사’로 만들려고 한 것이라면서도, 징계 요청을 계기로 이경애씨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기회라며 오히려 환영의 뜻을 전했다.

 

장 변호사가 이같이 밝힌 것은 이씨가 국가정보원 중앙합신신문센터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허위 자백을 한 정황이 뚜렷하고, 검찰이 공소사실을 통해 간첩이라고 내세운 주장의 근거인 알리바이를 깰 수 있는 증언이 현재도 유효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는 "이경애씨는 조작된 간첩이다.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여성을 이용해서 간첩까지 만들고, 이제 변호사에게까지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심과 2심 검찰-변호인 의견 진술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1년 12월 16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국정원 합신센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함께 입국한 동거남 A씨는 이씨와 대질신문 조사 도중, 이씨가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해 간첩 자백을 강요받았고, 마비증상 때문에 병원에 갔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국정원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 기절해 의식을 잃었고, 왼쪽 다리를 한동안 쓸 수 없다고 주장해, 안산 경희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해 2012년 7월 처음으로 이씨와 접견을 했다.

장 변호사와 접견한 이씨는 국정원의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알렸고, 장 변호사는 검찰이 기록한 공소사실 내용을 질문하면서, 공소사실이 날조됐다고 확신했다.

 

장 변호사는 의견 진술서를 통해 "국가정보원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모든 탈북자를 기본적으로 중죄인 취급하는 가운데, 6개월에 이르는 사실상의 장기 구금 상태에서 매일 자서전 형식의 진술서를 100장 이상 작성하도록 강요하며,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 내용이 거짓이라는 이유로 폭행 및 가혹행위, 욕설, 모욕 등으로 국가정보원이 요구하는 지시하는 내용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며, "피고인이 지금도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시 중앙합동신문센터로 끌려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피고인이 외부 치료를 받았던 사실에서 국가정보원 또한 이를 쉽게 조작하기 어려울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씨는 돌연 장 변호사와 접견 후 서울구치소로 돌아가, 장 변호사를 비난하며 진술 거부를 강요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쓴 것이다.

 

▲ 이씨 진술서 내용

장 변호사는 2012년 8월 23일 검찰 의견 진술서를 통해 이씨가 편지와 전향서를 썼던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그리고 검찰에 피고인이 제출한 편지와 전향서를 작성한 경위를 요청한 결과, 오히려 편지 내용이 허위로 작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씨는 2012년 8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949호실에 출석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재판을 받던 중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편지와 전향서를 낸 사실은 있다"면서도, "저는 보위부와 무관한 단순한 탈북자인데, 아직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쓰라는대로 편지와 전향서를 썼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온다.

 

진술 문건에는 검찰 관계자가 "이경애가 문서를 작성하여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하면서, 문서 작성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조서 열람 서명, 날인을 거부함"이라고 쓴 대목도 나온다.

 

이씨는 또한 자필로 쓴 진술서에서도, 구치소 교도관 김모 계장으로부터 장경욱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변호사로 그의 변론을 받으면 불리하다고 회유를 받고 편지를 썼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변호사 접견 후) 계장님이 방으로 부르셔서 갔는데, 계장님께서 변호사님에 대한 것을 얘기하시는 것입니다. 변호사님이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는 총 책임자 분이라는 것입니다"라며, "제가 다 모르니까 그 계장님이 인터넷으로 보고 변호사님에 대한 것을 보더니, 그 변호사님이 저보다 전에 공안 이것을 했는데, 7년 받은 북한 사람이 있다면서, 그러니까 잘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입니다"라고 썼다.

 

술 마시게 하고 하루 100장 진술서 쓰더니 북한보위부

 

이씨가 회유와 협박에 따라 허위 자백을 강요받은 정황도 뚜렷하다.

진술서에 따르면 이씨는 "1. 21 부터는 발렌타인 술을 주어서 그것도 마셨다. 제가 원래는 술을 못하는데 너무 좋은 것이다. 제가 먹고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그 다음날 '너 어제 술 먹고 보위부라고 했다'고 하는 것이다"라며, "보위부 위치를 대주면 그 주소를 다 기억해야 한다고 여선생님이 그러는 것이다.

기억하는 데에도 정도 있지 저는 그쪽으로 잘 모르는데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냥 다 '예, 예' 해주고 싶고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한 하루에 100장의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았다면서, "여선생이 종이 3~4장 가져와서 보위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쭉 대주는 것이다"이라고 썼다.

 

장 변호사는 "제가 이렇게 많은 양의 진술을 가르쳐서 이렇게 썼겠느냐"라며, 방어권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이씨가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에 허위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씨가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는 진술서 내용

 

▲ 이씨 진술서 내용

검찰은 이씨 간첩 혐의의 결정적인 행적으로, 지난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이씨가 북한으로 소환됐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배치되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2004년 두달 동안 이씨가 북한의 소환된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5년동안 중국에서 동거했던 이씨의 동거남 B씨를 증인으로 내세워 이씨의 행적을 캐물었다.

검찰은 B씨에게 "피고인이 갑자기 사라진 후 증인에게 다시 연락해올 때까지 기간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10여년 전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30일 내지 50일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하지요"라고 묻자, B씨는 "예" 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씨는 "피고인과 동거 중 일주일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자주 떨어져 있었는데, 기간은 정확하게 기억을 못한다"라고 말했다.

 

지능 평균 이하 범위인 사람이 김일성 종합대학?

 

이씨를 간첩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정신감정에 문제가 있다는 소견서도 나왔다. 이씨는 장 변호사와 접견에서 '국정원이 남산에 있다'(실제 내곡동), '자신의 IQ가 164'라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이씨의 동거남이 중국에서 발작을 일으켰던 이씨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도 법정에 제출돼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이 동영상 속 이씨의 상태를 트라우마치유센터 한국심리학회공인 최현정 임상심리전문가에 의뢰해 받은 소견서에 따르면 "상황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언급, 비일관적인 대화 내용, 맥락에서 벗어난 대화 흐름, 판단의 오락가락함이 발견된다"며, "사고 장애의 대표적인 징후로서 심각한 정신과적 질환에 해당되는 정신분열증 스펙트럼 상의 장애가 시사된다"고 적시돼 잇다.

법원이 채택한 정신 감정 주문 결과에서도 "갑작스럽게 인격이 변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컨대, 해리성 장애로 의심"됐다고 나왔다.

이씨의 지능도 "피검자의 인지기능은 평균하 수준으로 일반 능력에 비해 인지 효능 지수가 유의하게 낮아 보이는 등 인지적 비효율성이 시사"된다는 감정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정의사 이모씨는 피고인의 지능지수는 평균의 범위에 속하며,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김책공업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원 과정을 수학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씨가 간첩이라는 자백 증거는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이씨가 공작원 교육을 받고 상황대처법 등을 교육받아 지능 검사를 왜곡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검찰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결국 이씨는 2001년 북한의 지령을 받고 중국으로 파견됐고 지난 2011년 인천공항을 통해 위장 귀순하려다 적발된 간첩이 됐다.

 

장 변호사는 "위장술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도의 편마비 증세를 만들고 동영상 속 발작도 만들어낸 것이냐"며, "이런 간첩은 파견 안한다. 하다못해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원이 마르크스조차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장 변호사는 "이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퇴임하자는 변호인단 의견도 있었지만, 정신적 장애를 가진 여성을 간첩이라고 조작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헌법의 적법 절차에 따라 이씨를 변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6일 법무법인 상록 사무실에서 만난 장경욱 변호사를 만났다. 그의 앞에 수천장의 판결문과 진술서가 쌓여 있다.

장경욱 변호사 “국정원 합신센터 개혁해야”

 

장 변호사는 검찰의 징계 개시 요청에 대해 "변호사가 진술거부권도 조언을 못하느냐, 그게 수사방해라고 하는데, 그럼 진술거부권을 없애고 헌법을 개정하라"고 비난했다.

 

장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매카시즘의 수법은 사회적 낙인을 찍어서 고립을 시키고, 그 수단으로 절대적인 악마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북이다. 어떠한 우호적인 발언도 생략돼야 하고, 이런 공포의 대상을 상정해놓고, 탈북자들의 간첩 조작 행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부도 용기를 내서 견제를 해야 한다. 언제까지 불법적인 합신센터에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희생양이 발생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장 변호사는 강요에 따른 탈북자들의 허위 자백을 받아내 간첩을 조작하는 사례를 근절시키지 않으면, 변호인의 정당한 활동이 진술거부권 강요라는 내용으로 또다시 침해받을 수 있다며, 국정원 수사 행태를 전면 개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가 국가폭력피해자 지원센터(사단법인)을 준비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 변호사는 센터를 통해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에 대응하고, 국정원 합신센터의 불법성을 지속적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장 변호사는 인터뷰 마지막으로 이경애씨가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자신에게 보낸 7통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씨는 편지에서 "고맙다는 인사 표현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금에야 머리 아픔이 덜하고, 사람에게 (국정원에서) 당한 큰 고통과 믿음, 신뢰할 수 없을 정도의 유혹과 구타, 감금상태에서는 진술과정, 진술 거부하면 A씨(동거남)를 잡아서 감옥 보낸다는 회유...어찌 글로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라며, "민주사회를 구현하시려는 고맙고 멋진 분들이 있었음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 이씨가 장경욱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

 

[ 이재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