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탈북자 양심선언 “포상금 노리고 유우성이 간첩이라 증언했다”

道雨 2014. 11. 15. 12:01

 

 

탈북자 양심선언 “포상금 노리고 유우성이 간첩이라 증언했다”

 

 

 

 

탈북자 박준기(가명)씨는 “아내가 신고 포상금을 목적으로 유우성이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5일 <한겨레> 인터뷰 도중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씨의 모습. 그의 요청으로 얼굴은 모자이크처리했다.

[토요판] 뉴스분석, 왜?
어느 탈북자의 양심선언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피의자 유우성씨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찰은 ‘출입경 기록은 조작됐지만 유씨가 북한을 오갔다는 다른 증거가 많다’며 공소를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검찰 쪽 증인으로 나선 적 있는 탈북자가 포상금을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국정원은 이 탈북자에게 증인 출석 대가로 돈도 건넸다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제보자를 만나봤습니다.

 

“유우성씨가 보위부 남파 간첩이라고 허위진술한 겁니다. 유우성씨 집안에 대한 증오심과 간첩 신고 포상금 등 때문이었습니다. (유우성이 간첩이 맞다고 증언하러) 재판정에 출석한 대가로 국정원에서 돈도 받았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서 검찰 쪽 증인으로 재판정에 출석한 탈북자 참고인이 포상금을 목적으로 유우성씨가 간첩이라고 허위진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증언은 참고인 김순자(가명·40)씨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남편의 주장이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에서 김순자씨가 한 역할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김씨는 2011년 2월 남한으로 온 탈북여성이다. 김씨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유씨 아버지 유진룡(58), 유씨 동생 유가려(26)와 함께 2010년 2월부터 4개월가량 가족처럼 살았다. 그러나 김씨는 유씨 가족과 잘 어울리지 못해 쫓겨나듯 집을 떠났고 이후 탈북했다는 게 유씨 쪽의 설명이다.

 

김씨는 유씨 사건 검찰 수사팀에도 출석해 ‘유우성은 보위부가 보낸 남파 간첩이다. 유진룡씨에게 들었다’고 주장했고 지난 6월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유우성 사건 1심 재판에도 출석해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김씨는 검찰 쪽의 공소 유지를 위한 핵심 증언자인 셈이다. 반면, 유씨 쪽은 ‘김순자씨가 앙심을 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해왔다.(<한겨레> 3월1일치 3·4면)

 

만약 김씨의 증언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국정원이 수사를 강행했다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증거조작 논란을 넘어서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허위 증언에 기초해서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비록 국정원이 조작한 증거(출입경기록 등)를 제출했더라도 유우성이 간첩임을 입증하는 다른 증거가 많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순자씨와 같은 탈북자들이 회령시에서 유우성을 봤다는 증언이 있다는 논거다. 유씨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순자씨는 남한에 와서 박준기(가명·43)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2012년 9월 박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하나 낳았다. 박씨의 말에 따르면, 2012년 1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 위장이혼하긴 했으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달 박씨와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박씨는 오랫동안 부인 김순자씨가 검찰 등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설명하며, 부인과 헤어진 직후인 11월 초 유우성씨에게 연락해 그간 있었던 일을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모처에서 박씨를 만났다. 박씨는 김순자씨와 2011년 7월께부터 최근까지 동거해왔기에 김씨에 대해 잘 알 만한 위치에 있다. <한겨레>는 김순자씨 관련 통화 녹취록과 여러 정황증거를 확인해 박씨 주장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박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다음과 같이 공개한다.

 

‘유우성은 남파간첩’이라고 증언한 탈북여성의 남편 박씨가 양심선언
“아내가 복수심과 신고 포상금 탓에 유우성 집안에 대한 험담 하다가, 내가 아이디어 내고 재판정서 진술”

“국정원은 재판 출석 대가 등으로 2천만원을 아내에게 주었다. 유가려 우는 모습에 마음 아팠다”
고민 끝에 진실 밝힌다는 박씨

국정원은 “간첩신고 포상금”

 

보위부와 친하다고 다 간첩은 아냐

 

-김순자씨가 국정원과 검찰 등에서 거짓 진술을 하게 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김순자가 나랑 같이 살 때 서너차례 정도 남한에 복수할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누구인지도 모르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우성 동생인 유가려가 남한에 들어온 2012년 10월 이후) 국정원 직원들이 김순자를 찾아와서 뭔가 설명을 하고 돌아갔다.

김순자가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받을 때(2011년 2월) 유가려가 남한으로 곧 오게 될 것이라고 국정원 조사관에게 말했는데, 유가려가 실제 들어왔다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김순자가 복수하려는 대상은 유우성의 집안이었다. 그 집안과 안 좋게 헤어졌는지 김순자가 ‘이 새끼(유우성) 잡아 죽여야겠다. 나한테 해를 끼쳤으면 벌을 줘야 한다’며 내게 (복수할)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김순자씨가 처음부터 ‘유우성은 보위부가 보낸 간첩’이라고 진술한 건 아니다. 김순자씨는 2011년 2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았고 2013년 1월10일 국정원 직원을 만나 자필 진술서를 썼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유우성은 위장 탈북자(화교)이고 유우성 집안이 보위부와 친하다’는 정도의 주장만 했다.

 

2013년 3월14일 김씨는 검찰에 출석해 다시 진술조서를 썼다. 이때 김씨는 ‘유우성이 남한에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며 진술을 좀더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유씨의 간첩 혐의가 더해지도록 진술에 살이 붙기까지 김씨 남편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13년 1월 <동아일보>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 크게 보도되자, 김순자는 기뻐서 신문을 오려서 보관했다. 유우성이 간첩으로 처벌받게 되면 자신의 신고가 큰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므로 김순자는 포상금을 기대했다.

하지만 김순자는 국정원에 유우성 집안이 보위부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을 알린 건 맞지만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신고한 건 아니었다. 유우성이 간첩 일을 한다는 건 김순자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순자가 내게 ‘(유우성을 모함할)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박씨 역시 탈북자다. 북에 있을 때 수년간 보위부 지도원으로 일했다. 김순자씨는 보위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박씨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논의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달라.

“(2013년 초) 아파트 베란다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며 내가 김순자에게 유우성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을 자세히 말해보라고 했다. 김순자는 ‘유진룡이 보위부랑 친하게 지내면서 송금 브로커 사업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것만으로는 유우성을 간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화교들은 북에서 사업 편의상 보위부 요원들과 알고 지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김순자에게 ‘유진룡이 술을 먹냐’고 물었다. 술을 조금 먹고 말수가 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유진룡이 어느 날 술을 먹고 아들(유우성)이 북에서 보위부 일 한다고 말했다는 식으로 하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자 김순자가 ‘아, 맞다’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김순자씨는 어떤 모의를 하였나?

“‘유우성이 남한에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국정원과 입을 맞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유가려가 한국에 온 직후부터 국정원 직원들이 김순자를 자주 찾아왔다. 집으로는 두번 찾아왔는데,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힐 수 있어서 집(인천)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커피숍에서 주로 만나고 돌아갔다.

김순자는 국정원 직원들을 만나 자신이 최초 제보자임을 확인받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간첩 포상금 액수가 수억원이 될 수 있으니 기대가 컸다.”

 

-김순자씨는 재판정에 스스로 출석한 것인가?

“처음에는 김순자가 안 나가려 했는데 국정원이 끈질기게 부탁했다. 김순자는 재판정에 나가면 위증을 해야 하기에 무서워했다. 재판 출석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국정원에서 아내 통장으로 800만원을 입금했다. 아내도 예상하지 못한 돈이었다. (이때 박씨는 김씨의 통장 번호를 기자에게 알려주었다. 다만, 입금 내역이 적힌 통장은 박씨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 뒤 국정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국정원은 ‘당신(김순자)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자는 재판정에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국정원은 김순자가 재판정에 나가면 탈북자 강연 사업에도 참여하여 돈벌이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재판정에 가는 날(2013년 6월21일) 에스엠(SM)5 검은색 차량이 집 앞으로 와서 아내를 데리고 갔다. 김순자는 ‘원수에게 복수하고 돈도 벌고 훈장도 받게 됐다. 이래저래 잘됐다’며 좋아했다.”

 

<한겨레>는 김순자씨가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살폈다.

이 남성은 김씨를 찾아와 “보상 문제 얘기 들으셨죠? 나중에 보상금 이런 거도 재고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 않나 해서. 그런 부분들 좀 알고 계셨으면 (중략) 재판 임박해서 겸사겸사 뵈려고 했다. (재판 때) 있는 사실을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시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런 마음에 (당신을 보러 왔다). 법원에 가셔도 되고, 안 가셔도 되고. 근데 저희는 진실되게 얘기 좀 해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국정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더 받았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2013년 7월 초에) 김순자가 A4 용지만한 하얀 봉투에 5만원권 다발 두 묶음을 받아 왔어요. 한 묶음에 500만원이었어요. 국정원이 남편인 저에게도 말하지 말라면서 돈을 줬다고 하더군요.”

 

박씨는 아내 김순자(가명)씨가 국가정보원에서 받은 돈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국정원이 준 돈 일부를 달러로 교환했다고 한다.

 

 

언론과의 인터뷰 주선한 국정원

 

-증거조작 논란이 커지던 시기인 2014년 2월21일 김순자씨는 한 신문사 기자와 만나 ‘유우성은 간첩이 맞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증거조작 사건이 밝혀지자 국정원 과장이 김순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일보와 인터뷰를 하라는 거다. 김순자는 지방에 있었는데 차가 없어서 서울에 못 간다고 했다. 김순자는 택시비만 왕복 70만원이 든다고 과장에게 설명했다. 김순자는 국정원이 몇백만원 줄 거 같다고 내게 설명했다. 기자와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모처의 장소까지 내가 아내를 데리고 갔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국정원 과장이 다시 집으로 찾아왔고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갔다. 연꽃잎 쌈밥을 먹었다. 내가 바깥에서 담배 피우는 동안 국정원 과장이 아내에게 5만원권 다발로 200만원을 현금으로 주었다. 인터뷰 대가였다.”

 

<한겨레>는 김순자씨와 국정원 과장 추정 남성과의 대화 녹취록을 살폈다. 이 남성은 언론사와 인터뷰할 때 조심할 것 등을 일러주었다.

남성이 “다른 모르는 기자가 인터뷰하자고 그러면 ○○일보 최○○ 기자에게 전화해서 인터뷰해도 되는 사람인지 물어보라. 조심하라”고 김순자에게 조언했다. 또 “증거조작 이런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언론이 몰아)가니까 진실을 밝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김순자씨가 역할을 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김순자씨는 “과장님이 나를 다 죽이네요”라고 답했다.

 

-국정원도 김순자씨에게 속은 것인가, 아니면 김씨와 국정원이 함께 허위 증언을 모의한 것인가?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다만, 국정원 과장은 (2013년 말께) 김순자에게 ○○엄마(회령시 유우성 집의 이웃)와 통화하도록 시켜서 ‘유우성을 회령시에서 본 적 있다’는 증언을 받도록 시켰다. 김순자는 국정원한테서 100만원을 받아 브로커를 통해 ○○엄마와 통화했다.

김순자는 ○○엄마를 구슬려 ‘유우성이 탈북한 이후에도 북한에 온 적 있다’는 진술을 받으려 노력했지만 ○○엄마는 ‘유우성은 온 적 없다’는 말만 했다. 아내는 무척 실망했고 그 소식을 들은 국정원 과장도 실망했다. 아내가 통화할 때 내가 옆에 있었다.”

 

-왜 당신은 중간에 김순자씨의 거짓 증언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나?

“사적인 얘기이지만, 아내는 나와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않았다. 내가 좀 기가 죽어 살아야 했다.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를 위해 나는 모든 걸 참고 살았다. 부부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아내가 하는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 이러한 폭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유가려가 눈물로 인터뷰하는 것을 지켜봤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언젠가는 유우성씨의 누명을 벗겨주고 싶었다. 이제 죽을 각오를 하고 진실을 밝힌다. 이제 김순자와 같이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행실이 바르지 않은 여자란 것을 알게 됐다.”

 

특검의 필요성 더욱 커져

 

<한겨레>는 김순자씨의 반론을 듣고자 김씨 쪽에 연락을 취했다. 김씨 쪽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국정원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김순자에게 지급한 돈은 국가보안법 간첩 제보자 상금 지급 규정에 의거한 간첩 신고 포상금이다. 법적 증언이나 언론 인터뷰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지급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신청인이 서면으로 상금 지급을 신청하고, 법무부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심사하고 통보해야 한다.

박씨 설명에 따르면, 국정원이 느닷없이 김씨에게 돈을 지급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포상금 지급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씨에게 지급된 돈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일 가능성이 있다.

 

유우성씨를 변호한 김용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김순자 관련 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씨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를 저지른 것이다. 국정원이 김순자의 허위 진술을 교사했다면 최초 수사 단계부터 조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검을 통해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지난 4월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48) 과장 등을 모해증거위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믿었다’는 국정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아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