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사찰 의심 짙은 ‘저인망식’ 개인정보 수집. "테러방지법 없는데도 이랬는데"

道雨 2016. 3. 29. 11:25

 

 

 

사찰 의심 짙은 ‘저인망식’ 개인정보 수집

 

 

 

국가정보원·검찰·경찰의 통신 감시 대상은 실로 광범위했다. <한겨레>가 소속 기자들과 야당 당직자, 민주노총 실무자 등의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취합한 결과를 보면 놀랍고 두렵기만 하다. 서로 통화할 일은커녕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이들이 같은 날 무더기로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 ‘저인망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수사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겨레> 조사 결과, 국정원은 1월7일 연이은 번호의 문서 6개로 한겨레 기자 6명, 민주노총 실무자 19명, 야당 당직자 4명, 세월호 가족 등 모두 28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아직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문서들도 있을 것이니, 실제 제공된 통신자료는 더 많을 수 있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내사 과정에서 피내사자와 연락한 전화번호가 나와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이들의 업무나 일상, 친분관계 등을 보면 특정 피내사자와 공적으로건 사적으로건 공통으로 이어지는 접점은 찾기 어렵다. 그런 이들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넘겨졌으니 수사 목적이라기보다 비판적 집단에 대한 전방위 사찰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일은 또 있다. 취재현장에 나가지 않아 취재원과 연락할 일도 없는 <한겨레>의 편집간부와 논설위원 등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아는 사람 중에 수사나 내사 대상자가 없다면 사찰 목적일 수밖에 없다. 취재원이 겹치지 않는 여당 출입기자와 야당 출입기자가 같은 날, 같은 문서로 검찰의 조회 대상이 됐으니 국회 부근의 통신기지국을 통째로 들여다본 게 아니냐고 묻게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노동시장 개편 문제가 논란이 될 즈음에 이들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됐으니,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은 당연하다. 야당 국회의원이나 당 실무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일은 당사자들이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으면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경찰은 지금까지 영장이나 사후 통보도 없이 국민의 통신자료를 무제한으로 그러모으고, 이를 발판으로 개인의 내밀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개인의 정보인권은 내팽개쳐졌고, 수사기관 마음대로 불특정 다수를 위험인물로 간주해 감시하는 전체주의적 감시체계만 시민 위에 군림했다. 이를 ‘수사의 밀행성’ 따위 핑계로 정당화하거나 관행이라고 방치할 수는 없다. 대체 무엇 때문에 개인정보를 수집했는지, 정보를 어떻게 썼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통신자료 수집도 엄격한 사법적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법 개정도 시급하다.

 

 

 

 

[ 2016. 3. 29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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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한겨레> 기자 34명이나 통신조회

기자-세월호 유족-야당의원 무더기 통신조회, "테러방지법 없는데도 이랬는데"

 

 

 

국가정보원이 <한겨레> 기자들과 야당 국회의원, 야당 당직자부터 노동단체 실무진과 대학생, 세월호 유가족 등 일반 시민들까지 통신자료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한겨레> 기자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실무자,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당직자 등 161명의 내역을 취합해보니, 국정원은 지난 1월7일에만 6건의 같거나 연이은 ‘문서(공문)번호’(대지-35, 대지-40~45)로 29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월호 생존 학생의 아버지 장아무개(47)씨와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통신자료도 같은 날 국정원이 조회한 사실이 별도로 확인됐다.

적어도 이 32명은 특정 사건 또는 사건 관계자를 매개로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1월7일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이지만, 이들은 “북한 이슈를 담당하지 않는 데다 특정 사건으로 서로가 관련될 만한 연결고리를 짐작도 못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조회당한 이들을 보면, 경찰·대학 등을 취재하는 <한겨레> 사회부문 24시팀 기자들과 식음료·패션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 기자, 청년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담당하는 야당 당직자, 민중총궐기 집회를 하고 있던 민주노총 실무진 등으로 서로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미향 24시팀 기자는 “2013년 입사 뒤 정당 취재를 해본 적이 없어 야당 당직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민중총궐기 집회 취재를 하지 않아 민주노총과도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국정원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자에 대한 내사(수사) 과정에서 피내사자와 연락한 번호가 나와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한겨레>에 “서로 통화할 일조차 없는 이들이 같은 날 무더기로 조회당한 것을 보니 정부에 비판적인 집단에 대해 사찰이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이 자료를 왜, 어떻게 활용했는지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까지 <한겨레> 기자 34명(76건), 민주노총 실무자 97명(752건), 더민주·정의당 당직자 각각 25명(35건), 5명(20건) 등 161명의 통신자료 883건이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에 제공된 것으로 취합됐다. 이동통신회사의 결과를 통지받지 못한 이들도 많아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도를 접한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트위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이 없던 시절에도 이랬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극심할까요?"라고 개탄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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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기자·세월호 가족·대학생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같은 날 연관성 없는 32명 마구 뒤져…‘1월7일 미스터리’
문서 하나로 한겨레 기자·야당 의원·민주노총 실무자 등 엮어
“보안법 내사” 해명 설득력 없어…광범위한 ‘통신사찰’ 의혹

 


 

 

국가정보원이 지난 1월7일 <한겨레> 기자와 국회의원, 야당 당직자부터 노동단체 실무진과 대학생, 세월호 유가족 등 일반 시민들까지 통신자료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국정원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자에 대한 내사(수사) 과정에서 피내사자와 연락한 번호가 나와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국정원에 자료가 제공된 이들은 특정 피내사자와 연관될 만한 뚜렷한 친분관계나 접점을 찾기 어려워 ‘사찰’ 등 별도 목적을 위해 무작위로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겨레>가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한겨레 기자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실무자,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당직자 등 161명의 내역을 취합해보니, 국정원은 지난 1월7일에만 6건의 같거나 연이은 ‘문서(공문)번호’(대지-35, 대지-40~45)로 29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이 161명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요청한 118건 가운데 약 25%에 해당한다. 또 세월호 생존 학생의 아버지 장아무개(47)씨와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통신자료도 같은 날 국정원이 조회한 사실이 별도로 확인됐다.

 

정보·수사기관에선 “(번호별로) 각각 통신자료 요청 공문을 보내는 대신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번호를 하나의 공문으로 요청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적어도 이 32명은 특정 사건 또는 사건 관계자를 매개로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뜻이다. 1월7일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이지만, 이들은 “북한 이슈를 담당하지 않는데다 특정 사건으로 서로가 관련될 만한 연결고리를 짐작도 못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조회당한 이들을 보면, 경찰·대학 등을 취재하는 사회부문 24시팀 기자들과 식음료·패션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 기자, 청년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담당하는 야당 당직자, 민중총궐기 집회를 하고 있던 민주노총 실무진 등으로 서로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미향 24시팀 기자는 “2013년 입사 뒤 정당 취재를 해본 적이 없어 야당 당직자를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민중총궐기 집회 취재를 하지 않아 민주노총과도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인권단체 등에선 국정원이 국가안보란 이름으로 불법적인 ‘통신사찰’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서로 통화할 일조차 없는 이들이 같은 날 무더기로 조회당한 것을 보니 정부에 비판적인 집단에 대해 사찰이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이 자료를 왜, 어떻게 활용했는지 지금이라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까지 한겨레 기자 34명(76건), 민주노총 실무자 97명(752건), 더민주·정의당 당직자 각각 25명(35건), 5명(20건) 등 161명의 통신자료 883건이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에 제공된 것으로 취합됐다. 이동통신회사의 결과를 통지받지 못한 이들도 많아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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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안 나가는 편집인·논설위원·편집기자도 털렸다

 

 

 

정부기관 무차별 통신자료 수집

통신내역 조회 한겨레 기자들 보니

 

 

 

2016년 1월7일. 누군가에겐 특별한 날, 또다른 누군가에겐 별 볼 일 없는 목요일. 전날 북한의 4차 핵실험 소식과 이어진 우리 정부의 대북 강경대응 천명으로 이날 아침 신문이 도배됐다.

 

<한겨레> 경제부문에서 유통 쪽을 담당하는 이재욱 기자는 이날도 식음료회사 홍보담당자 등을 만나 여느 때처럼 일상적인 취재를 이어갔다. 같은 날, 최용 정의당 서울시당 정책위원장은 청년 비정규직 대책 마련을 위한 ‘장그래 서포터즈 기획회의’를 하고 있었다.

 

식음료·패션 기자에 야당 당직자·민주노총 실무자…
만난 적도 통화도 안했는데…일제점검 하듯 살펴봐

 

 

( ※ 클릭하면 확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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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7일. 일정표를 뒤적여봐도 두 사람에겐 뚜렷이 떠오르는 게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날 이 기자와 최 위원장의 통신자료를 함께 받아갔다. 두 사람은 이제껏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이 기자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한겨레 사회부를 거쳤지만 지난 1년 동안은 정치 쪽과 거리가 먼, 식음료와 패션 등을 취재했다.

 

 

이 기자보다 9살 많은 최 위원장은 경기 수원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보건의료노조 활동을 시작으로 정당에 몸을 담았다. 한겨레가 28일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두 사람 외에도 민주노총 실무자와 더불어민주당의 당직자 등 27명에 대해서도 같은 날 통신자료를 받아갔다. 국정원이 이들 29명을 한데 모아 조사한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이 고리 안에 묶인 게 과연 29명뿐일까. “(1월7일이)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일제점검의 날이었을까요?” 최씨가 웃으며 말했다.

 

‘한겨레21’ 편집장 지낸 논설위원 2009년에도 사찰 논란
공연취재 전문 편집기자, 국방부 검찰단서 조회 ‘황당’

 

 

■ 기자 한 명당 2.2건…취재 현장 나가지 않는 이들까지

 

28일까지 취합된 한겨레 기자들의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분석해보니, 등기이사인 정석구 편집인부터 2015년 7월말 입사해 올해 1월 수습을 갓 뗀 기자들까지 지난 한 해 동안 34명(76건)의 통신자료가 각각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국방부 검찰단에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한 명당 평균 2.24건꼴로 통신자료가 조회된 셈이다.

 

이날까지 이동통신회사로부터 결과를 통지받은 한겨레 기자 34명 가운데는 24시팀 소속 기자가 8명(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팀 전체 11명 중 8명(73%)의 통신자료가 털린 것이다. 24시팀은 경찰과 서울지역의 각 검찰청 등도 취재하기 때문에 “수사(내사) 대상자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한 차원”이라는 정보·수사기관의 해명에 일정 정도 부합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수사기관이 이 수사 대상자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일체 입을 닫고 있는데다, 일선 취재 현장에 나가지 않는 편집인·논설위원·편집기자 등에 대해서까지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지고 있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기자 중에는 정석구 편집인과 김종철 신문부문장(현 토요판팀 선임기자), 박용현 논설위원(현 정치에디터), 정상영 편집1팀 선임기자 등이 포함돼 있다. 네 사람 모두 지난 1년 동안 일선 취재 현장에 나갈 일이 없었다. 주변 지인 중 수사 대상자가 있지 않고서야 수사 대상자가 될 만한 인물들과 직접 통화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게 넷 모두의 공통적인 얘기다. 정 편집인은 지난 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통신자료가 제공된 것과 관련해 “그간 썼던 글, 주변 사람들을 되짚어보고 있다. 만나는 사람이 다양하긴 하지만 (내가 통화했다는 수사 대상자가 누구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에 통신자료가 제공됐던 김 신문부문장과 박 논설위원은 서울남부지검에, 정 선임기자는 국방부 검찰단에 통신자료가 조회됐다. 박 논설위원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 편집장이던 2009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의 민간인 사찰 대상자 목록에 포함된 적이 있어 주목된다. 반면 정 선임기자의 경우, 편집1팀에서 일하기 전 10년 넘게 문화부문에서 공연 분야를 취재해서 도무지 군 쪽과의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여·야 출입기자 같은날 조회…검찰 ‘기지국 털이’ 의심
국정화·노동개편 등 쟁점 많았던 12월말 열람건수 몰려

 

 

■ 같은 날, 같은 번호로 털린 두 기자는 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24일 황준범·이정애 기자의 통신자료를 같은 문서번호(2015-4140)로 제공받았다. 두 사람은 당시 각각 여당과 야당을 취재했다. 국회 정론관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일했지만, 취재 대상이 서로 겹치지는 않았다. 이 기자는 “황 기자와 당시 취재하던 사안 등을 따져봤는데, 서로 겹치는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아는 지인 중에 수사(내사) 대상자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정 공간을 관할하는 기지국을 경유하는 발신·수신 번호를 모두 받아낸 뒤, 통신자료로 이 번호의 가입자를 확인하는 ‘기지국 털이’가 이뤄진 것 아닌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기지국 수사를 통해 전화번호를 수집할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공소나 입건이 결정되는 시점에서 30일 이내에 수집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가운데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통지 절차가 이뤄져, 기지국 수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보·수사기관은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등 굵직한 정부 정책들을 취재했던 사회부문 사회정책팀 기자 5명의 통신자료도 조회했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을 취재했던 전정윤·진명선·엄지원 기자 등 교육담당 기자 3명 전원은 적게는 1건에서 많게는 4건까지 국정원과 경찰, 검찰 등에 골고루 통신자료가 제공됐다. 노동 분야를 담당하는 전종휘 기자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서울지방경찰청과 남대문경찰서에 통신자료가 3건이나 제공됐다. 전 기자에 대한 통신자료제공요청서의 문서번호는 각각 민주노총 실무자 40명, 34명, 6명과 겹친다. 전 기자는 “민주노총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이 있어 함께 수집당했을 거라고 추정되지만, 내 개인정보를 어디에 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취재를 목적으로 통화한 기자들의 통신자료까지 가져간 것은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작년말 3차 민중집회 뒤 하루에만 경찰에 86건 제공
민주노총쪽과 통화 번호 장기간·광범위한 조회 정황

 

 

■ 번호 흔적 있으면 모조리, 무차별적으로

 

한겨레 기자들에 대한 경찰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12월께다. 민주노총·정의당과 상황이 비슷한데, 날짜 단위로 살펴봐도 세 기관 구성원의 통신자료가 같은 날, 같은 문서번호로 제공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 12월22일엔 86건의 통신자료가 경찰에 제공된 게 도드라진다. 22일은 ‘3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평화롭게 마무리된 지 사흘 뒤다. 이날 제공된 통신자료 건수는 28일까지 취합된 전체 건수(883건)의 10%에 이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15-09447’이란 문서번호 아래 한겨레 기자 2명, 더민주 당직자 1명, 정의당 당직자 2명, 민주노총 실무자 53명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았다. 이날 통신자료가 털린 김민경 탐사기획팀 기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노동을 담당했지만 그 무렵엔 민주노총 관계자를 전화 취재할 일이 없었다. 과거 통화내역 모두를 보다가 내 번호도 나온 게 아닐까 추측했다”고 말했다. 경찰 쪽에서 굉장히 넓은 기간에 걸쳐, 수사 대상자가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한 번에 가져가 조회했다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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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비밀·국가안보”…국정원·검경, 해명조차 거부

 

 

이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부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사찰 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 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부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사찰 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 통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보기관 무차별 통신자료 수집


저인망식 수집한 통신자료
국정원 다른목적 사용 우려도
“대체 왜 내 통신자료를 뒤져본 거지?!”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이 자신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긴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유’를 고지해야 할 법적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이 ‘수사의 밀행성’‘국가안보 사안’이란 이유를 들어 설명을 거부하고 있는 탓이다.

 

<한겨레> 기자임을 밝히고 이유를 물었을 때, 몇몇 지역의 일선 경찰서를 제외하곤 대부분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3월4일 한겨레의 ‘등기이사’이기도 한 정석구 편집인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대해 공식·비공식 답변을 모두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 출입처인 창원중부경찰서에서 지난해 5월12일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것을 확인한 최상원 지역부문 기자의 경우,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종결된 사안이고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이유를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저인망식 통신자료 제공 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15일 “수사의 밀행성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한 강신명 경찰청장(<한겨레> 3월15일치 10면)의 발언이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어서다.

 

 

 

 

 

경찰 쪽의 공식 입장은 “요청 사유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경찰에게 믿고 맡겨달라”는 것이다. 28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겨레> 등의 문제제기 뒤 “내부적으로 수사국에 태스크포스를 꾸려서 통신자료의 요청에서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프로세스를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도“(통신자료가) 영장주의의 예외라는 법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강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쪽에선 ‘조직 차원에서 통신자료 취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조회 이유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의 경우, 지난해 5월8일 박용현 논설위원의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이유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각 검사가 전결 처리하기 때문에 문서번호만으로는 누가, 왜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이유 공개를 거부했다.

 

답변을 듣기 가장 어려운 조직은 국정원이었다. 국정원 쪽에선 “국가안보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을 거부했다. 수집한 통신자료의 처리·관리에 대해서도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내국인의 통신자료를 수사목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내란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사안 정도인데, 국정원은 대공이나 대정부전복, 테러방지 등을 근거로 ‘정보수집용’으로 통신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수사 목적에 한해 통신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국정원이 견제나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수집·축적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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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출석요구…경찰서 가보니 내 통신자료가 좌르르

 

방준호 <한겨레> 기자가 지난 18일 오전 통신자료 유출 관련 조사에 응하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방준호 <한겨레> 기자가 지난 18일 오전 통신자료 유출 관련 조사에 응하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보기관 무차별 통신자료 수집


방준호 기자 취재일지로 본 수사 사례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흔적이 있습니다. 소명이 필요하니 서로 나와 주세요.”

 

 

 

지난 18일 저는 ‘출석요구’를 받고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4팀에 참고인 자격으로 나갔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말 제가 취재했던 사람이 수사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어쩐지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경찰은 취재원과 통화한 사람이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호기심 반으로 찾아간 경찰서에선, 수사 대상자이자 제 취재원인 ㄱ씨의 문자와 통화내역·통화위치·통화시간 등을 파악해 제 번호를 찾아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경찰은 이 번호를 갖고 제가 가입한 이동통신회사 케이티(KT)로부터 지난 1월5일 ‘통신자료’를 받아 거기 담긴 ‘방준호’란 이름을 알아냈다고 얘기했습니다.

 

분통이 터졌습니다. ‘아니, 내 개인정보를 들여다보고도 내겐 알려주지도 않는단 말인가.’ 저는 매달 7만~10만원의 통신비를 연체 한 번 없이 따박따박 내는 브이아이피(VIP) 고객입니다. 백번 양보해 경찰은 그렇다 쳐도, 가입자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케이티까지 그러다니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찰과 통신사가 이처럼 저의 개인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걸 잘 몰랐습니다. 이렇게 제공된 개인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요.

 

취재원 통화내역에서 번호 딴 뒤
통신자료 조회해 내 이름 알았다고
경찰 설명 듣고 난 뒤 분통터져

고작 이름, 주민번호, 주소인데
크게 보도할 사안인가 고민도 잠시
자료수집 이유 묻자 전화 뺑뺑이
뒤처리 과정도 일체 공개 거부
비로소 심각한 문제임을 직감

폐기한다는 자료 쌓아뒀다가
별건 수사에 안쓴다는 보장 없어
 

 

 

■ 시작은 테러방지법
 

 

 

지난 2월23일 저녁 7시5분부터 3월2일 저녁 7시32분까지 192시간26분. 결국 테러방지법은 통과됐지만, 국회 안팎에서 필리버스터가 벌어진 이 시간 시민들은 정보·수사기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불안감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해 1천만여건(2014년 기준)에 이르는 통신자료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된다는 사실과 함께 각 통신사 누리집에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으니, 스스로 알아보자는 움직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졌습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뒤에야 비로소 누리집 등에서 직접 신청한 가입자에 한해 1년치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를 받아든 각계 시민들의 ‘증언’( ▶ 바로 가기 : 통신사서 수집한 주민번호로 사생활까지 엿본다 )이 이어졌습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년 동안 31건이 수사기관에 제공됐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스포츠용품점에서 일한다’는 한 시민도 국가정보원이 왜 조회했는지 알 수 없다는 글을 에스엔에스에 올렸습니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통신자료가 국정원 등에 제공됐다며 ‘사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겨레> 24시팀 안에서도 통신자료 제공을 확인한 기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엔 ‘고작 인적사항인데…’

 

 

이런 사실이 확인되던 초기 한겨레에서는 ‘이 문제를 크게 보도할 사안인가’ 고민이 있었습니다. 통신자료에 담긴 ‘개인정보’라고 해봤자 ‘고작’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정도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죠. ‘수사(내사) 대상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는 사람들’ 확인은 수사상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냐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신자료에 포함된 개인정보는 문제를 제기할 만큼 중요한 정보가 맞다”는 정보인권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헌법재판소 등도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나만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보인 주민번호가 다른 민감한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다는 공통된 평가(<한겨레> 3월12일치 8면)를 내놓고 있었고요. 주민번호만 있으면 수사·정보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다른 공공기관이나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를 종합해 건강상태·재산·가족관계 등 한 사람의 내밀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 전화 뺑뺑이로 하루가 저물다
 

 

수사기관도 통신사도 왜 가입자의 정보를 들여다보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에 이유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한겨레> 3월11일치 2면)였습니다. 대표전화부터 관련 없는 부서까지 ‘전화 뺑뺑이’만 돌다 하루해가 저물었습니다. 조회사실 통지를 받고 “내가 열심히 일한 증거 아니겠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던 기자들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겨레> 보도 뒤 “수사기관이 수집한 사유까지 알려주는 것은 수사 밀행성(은밀하게 진행함)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이유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
▶ 바로 가기 : 강신명 경찰청장 “수집사유 공개에 반대”…수사편의만 강조 )을 밝혔습니다.

 

국정원이나 검찰도 매한가지였습니다. ‘수사(내사) 목적에 한하니 수사·정보기관의 말을 믿어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이유’를 알고 있는 통신사들도 가입자의 편은 아니었습니다. 통신사들이 법에 따라 1년 동안 보관하고 있는 ‘자료제공요청서’ 등에는 통신자료 제공 이유를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 모두 “수사·정보기관의 영역인 탓에 우리 마음대로 (이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
▶ 바로 가기 : ‘개인정보 계속 넘겨 주겠다’…이통사들의 무책임 )고 밝혔습니다.

 

 

■ 수집한 자료를 별건수사에 활용하면?

 

수사·정보기관이 저인망식으로 그러모은 우리들의 통신자료는 어떻게 처리될까요? “수사나 내사와 관련이 없다면 통신자료는 폐기한다”는 게 이들의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통신자료에 대한 보존과 폐기 지침도 없는데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그나마 검찰과 경찰은 남기고 버릴 통신자료를 구분하는 ‘수사와의 관련성’은 각 수사관과 검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고 설명하는데, 국정원은 “내부 업무이므로 설명할 수 없다”(<한겨레> 3월15일치 10면)고 말합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양홍석 변호사는 “아무런 규정도 없고 통제 시스템도 없는 상황에서 정보·수사기관이 따로 필요한 통신자료를 축적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관심 있는 인물의 통신 관계도를 그리지 않을까 의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국가기관의 말을 그대로 믿기엔 2008~2010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2012년 국정원의 선거 개입 등이 남긴 트라우마가 큽니다. 투명한 과정을 보장하고 이를 제어할 제도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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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의 문자전송 전용 핸드폰도…‘묻지마 사찰’ 했나

 

 

 

야당 의원·당직자들 사례

정의당 박원석 의원 전화
통화에는 쓴 적 없는데
국정원·검찰, 통신자료 들여다봐
일상적·정기적 사찰 의심

더민주 의원·당직자 무더기로 털려
유기홍 의원 국정화 반대때 조회

 

 

 

“국정원은 통화조차 거의 한 일이 없는 휴대폰의 통신자료는 왜 살펴본 걸까요.”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최근 에스케이(SK)텔레콤으로부터 국정원이 지난해 10월27일과 11월10일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된 휴대폰 번호에 대해 두차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위한 문자메시지 전송용으로 마련한 휴대폰 번호였다.

 

국정원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도 지난해 11월30일 박 의원의 이 번호에 대한 통신자료를 요청했다.

 

박 의원은 “그 전화로 통화를 한 일도 없는데 대체 왜 국정원이 통신자료를 가져갔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뚜렷한 이유를 모르니, 국정원이 야당 의원에 대한 일상적 사찰을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작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한겨레>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각각 국보법과 국가기밀탐지 혐의의 내사대상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자메시지가 보내진 번호에 대해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보·수사기관은 28일까지 최근 1년 동안 박 의원뿐 아니라 정의당 당직자 5명의 통신자료 20건을 들여다봤다. 경찰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정원도 6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았다. 특히 이중 3명의 통신자료가 지난 1월7일 국정원에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그 무렵 당이 특별한 이슈에 연관돼 있지도 않았고, 같은 날 국정원에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람들을 살펴봐도 (업무 등에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며 “이유를 모르니 ‘국정원이 (야당에 대한) 정기사찰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현재 의원들과 당직자 전원이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제공 사실확인서’를 신청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쪽도 당 차원의 진상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까지 결과를 통보받은 이들 가운데, 더민주 당직자 25명의 통신자료 35건이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됐다. 더민주 쪽에선 당 대표 비서실에서 근무한 적 있는 당직자 3명의 통신자료가 국정원에 제공된 데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당 대표 비서실은 대외적인 업무를 많이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원이 일반적으로 설명하듯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대상자 등과 통화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6월10~11일 서울남부지검이 더민주 당직자 14명(14건)을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 당직자는 “남부지검에 이유를 물었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더민주에 무슨 일이 있었냐’며 되물어올 정도였다”며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집·관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더민주 국회의원 중에선 이날까지 장하나·유기홍, 우원식·은수미 의원 등의 통신자료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된 걸로 확인됐다. 특히 유 의원의 경우, 국정원이 통신자료를 들여다 본 시기(지난해 10월26일)가 유 의원이 다른 의원들과 함께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 현장을 방문한 다음날이라 ‘사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통신자료·통신사실·통신제한조치

‘통신자료’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가입자의 기본적인 신상정보가 기재된다. 정보·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영장이 없어도 판사와 검사, 정보수사기관의 4급 이상 공무원의 결재를 거쳐 이동통신회사 등으로부터 이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통신내역·시간·위치 정보)나 ‘통신제한조치’(우편물 검열·실시간 감청)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영장)를 받아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통제가 굉장히 느슨한 것이다. 또 당사자에게 사후 통보해야 할 규정조차 없다.

 

 

‘초원복집 사건’을 계기로, 1993년 만들어진 통비법은 애초 감청에 대한 규제가 목적이었다. 2000년대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 수사·정보기관들이 기자 등의 이동통신 통화내역을 법적 근거 없이 살펴보던 관행이 드러나면서 2001년 법 개정과 함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따로 통신자료에서 분리돼 통비법의 규제대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통신자료만 유독 유선전화 시대인 1981년 만들어진 전기통신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근거 판례와 법률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수사·정보기관과 이동통신회사가 가입자의 동의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하고도 사후 통지조차 하지 않는 건 바로 이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따를 수 있다’는 표현에 방점을 찍으면 통신사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 듯 보인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4년 전통법 83조가 이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사건에서 ‘따를 수 있다’는 표현에 근거해 “전통법은 사업자에게 (통신자료 제공의) 권한을 부여했을 뿐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더 나아가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네이버가 고객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사건에 대해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며 네이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이 ‘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수사 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을 거부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0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인 심사를 요구할 수 없다”며 서울고법의 판단을 뒤집었다. 통신사들이 이용자의 통신자료 제공을 지속하는 이유다. 

 

사후 통지 여부의 결정권은 결국 수사·정보기관에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전통법 상에 ‘통지규정이 없다’는 점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수사와 공소의 제기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통신자료 제공량

 

이동통신회사를 비롯한 정보통신사업자가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는 매해 폭증세다. 2011년 584만8991건이었던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3년 만인 2014년 1296만7456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경찰과 검찰이 2013년 6월부터 이동통신 3사와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해 간편하게 통신자료제공요청서와 통신자료를 주고받고 있는 탓이다.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590만1664건의 통신자료가 수사·정보 기관으로 넘어갔다. <한겨레>가 민주노총 조합원과 기자·야당 당직자 등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를 보면, 70% 가까운 자료가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이후 집중적으로 제공된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제공 건수가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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