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전경련 자진해산할 때가 됐다

道雨 2016. 5. 6. 10:19

 

 

 

전경련 자진해산할 때가 됐다

 

 

 

1960년 5월, 4·19 혁명 뒤 구성된 과도정부는 부정축재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탈세를 자진 신고하게 했다. 정직하게 신고하면 벌과금을 면제하는 조건이었다. 내로라하는 기업인 9명이 33억환(당시 화폐단위)을 탈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정축재 기업을 조사했다. 1950년대 이후 급성장한 기업의 총수가 거의 다 해당됐다. 이듬해 정부는 부정축재자 처리법을 만들어 2주간 자수기간을 뒀다.

종료 하루 전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군사쿠데타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군사정부는 탈세 기업인을 연행하고, 일부는 구속했다. 외국에 나가 있던 이들의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6월19일 일본 도쿄에서 전재산을 무조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감돼 있던 정재호(삼호), 이정림(개풍) 등 7명도 뒤따라 재산 헌납을 선언했다.

그대로 시행된 건 아니다.

얼마 뒤 이병철씨가 귀국해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독대했다. 오늘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 자리에서 잉태했다.

 

군사정부는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모두 풀어줬다. 기업인들에게 산업 재건에 이바지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은 군사정부의 요청에 따라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었다. 기간산업 육성 계획안을 마련해, 공장을 지어 주식을 국가에 헌납하기로 했다. 촉진회의 이름은 한국경제인협의회로, 그 뒤 1968년 전경련으로 바뀌었다.

 

전경련의 등장은 한국 경제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다. 재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정부 정책에 관철시킬 힘을 갖게 됐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전두환, 노태우 정부 시절 수천억원씩의 대통령 비자금,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때 이석희 국세청 차장 등이 23개 대기업에서 166억원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한 이른바 세풍 사건은 드러난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여전히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추레해 보일 정도다.

전경련이 예산의 대부분을 지원하는 자유경제원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창하고, 노골적으로 정치 현안에 개입해 손가락질을 받았다. 최근에는 돈을 주고 탈북자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인 어버이연합에 전경련이 수억원의 뒷돈을 대준 게 드러났다.

나라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재계단체의 ‘가오’가 있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전경련 정관 제1조다.

사실 말이 잘 안 되는 얘기다.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재벌기업들의 조직적인 이익 추구는 자유시장경제와 양립하기 어렵다. 외국에도 기업들의 이익단체는 있지만, 주로 같은 업종 기업들의 협의체다.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벌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다.

 

 

일본에도 전경련과 같은 성격의 경단련(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이 있었다. 이를 본떠 만든 게 바로 전경련이다.

경단련도 조직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고 배분해 많은 비난을 샀다. 결국 2002년 사용자단체인 일경련(닛케이렌·일본경영자단체연맹)과 통합해 일본경단련(니혼게이단렌)이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전경련은 ‘세계 경제문화유산’급이다.

 

 

재벌에 지원을 몰아준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시대가 아니다.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해쳐 오히려 성장에 질곡이 되고 있다. 정경유착을 벗어나 환골탈태하려는 대기업에 전경련이 오물투성이의 낡은 옷이 돼서는 안 된다.

 

 

알바노조가 바른말을 했다.

“전경련은 해산할 때가 됐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