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추악한 정경유착 근절의 전환점 되길. ‘3세 승계’의 위기일 뿐 ‘삼성’의 위기는 아니다

道雨 2017. 8. 26. 10:26




이재용 유죄, 추악한 정경유착 근절의 전환점 되길

 



법원이 25일 뇌물공여와 횡령·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 등, 삼성 간부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뇌물공여 등 일부 혐의를 제외하고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도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밝혔듯이 ‘우리나라 최고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패한 정경유착 병폐’에 법적 단죄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의 범죄 사실과 동전의 양면처럼 엮여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유죄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다소 미흡한 대목이 없지 않으나 ‘적폐 청산’을 요구해온 1600만 촛불시민의 뜻에 어긋나지 않은 사필귀정의 판결로 평가한다.


재판 과정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쪽 사이에 몇몇 쟁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법정에 선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증언 거부와 진술 번복 등 ‘사법농단’에 가까울 정도의 강력한 법정 투쟁을 벌였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의 존재를 한참 뒤에야 알았고, 말 지원도, 합병 작업도 미래전략실에서 했을 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압 일지를 비롯한 물증과 정유라씨 증언 등, 숱한 증거 앞에 삼성 쪽 변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이 부회장 스스로 국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혀놓고도, 뒤늦게 법정에서 미래전략실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위치였던 것처럼 주장한 것이야말로, 삼성 쪽이 얼마나 변명을 급조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재판부는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무렵엔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언론보도 등으로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유라와 관련 있음을 이 부회장이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실을 끼쳐놓고도, 최후진술에서까지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운운하며 끝까지 발뺌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용서받기 힘들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알고 승마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히는 등, ‘뇌물’을 준 사람뿐 아니라 받은 사람 역시 유죄라는 취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이 단독면담 때부터 승마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지원이 미흡하면 삼성을 질책하는가 하면, 최순실로부터 승마 상황을 계속 전달받는 등,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았다. 재판부가 다르긴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판결을 앞두고 상당수 언론이 삼성 쪽에 편향적인 기사·칼럼을 대대적으로 내보낸 점은 우려할 만하다.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여럿인데도, ‘스모킹건이 없다’거나 ‘청와대와 좌파 시민단체들이 여론몰이를 한다’는 등, 적반하장의 주장으로 재판을 흔들려고 한 것은 언론의 정도를 한참 벗어났다. 향후 재판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자성을 촉구한다.



[ 2017. 8. 2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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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08342.html#csidx7402f9896093cb3a00202b2825723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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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유죄, ‘3세 승계’의 위기일 뿐 ‘삼성’의 위기는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938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고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도 비리가 드러난 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집행유예 등으로 실형만은 피해갔다.

재벌 총수의 불법행위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는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많은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근본적인 경영 쇄신에 나서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은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 객관적 증거와 진술을 통해 드러난 사실조차 부인하고, 억지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며, 이 부회장이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했다.

어떡하든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이 부회장을 ‘바보’로 만드는 무리수까지 뒀다. 앞으로 삼성에 큰 손실을 끼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삼성은 상당 기간 ‘총수 없는 경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삼성과 보수언론은 이 부회장 공백이 삼성에 위기를 불러오고 국가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고, 처음으로 애플도 제쳤다.

3세 승계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지, 글로벌 기업 삼성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다.

이재용이 곧 삼성일 수 없다.


삼성은 이제라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황제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총수 1인 지배 체제를 끝내고,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정착시킨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반성과 뼈를 깎는 쇄신이다.



[ 2017. 8. 2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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