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포기할 수 없는 ‘한반도 운전자론’

道雨 2018. 9. 4. 10:10




포기할 수 없는 ‘한반도 운전자론’



‘분단은 우리 힘으로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없었던 식민지 시대가 남긴 유산. 한반도의 평화, 분단 극복은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갈 것’(72주년 광복절 경축사 중).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 매우 중요.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개선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고,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73주년 광복절 경축사 중).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연속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우리의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특히 올해 경축사는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나왔기에 울림이 컸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한 발 앞서 발전시켜 나가면서,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개선을 주도적으로 선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실렸다. 

 

그런데 이러한 문 대통령의 정책의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영 개운치 않다. 지난달 23일 미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 전기와 석유가 들어가도 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제재 위반인지 아닌지 모든 것을 들여다보겠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미국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익명의 미국 관리 말도 전했다.


지난달 20일치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북한의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이 국제사회 대북압박 캠페인과 병행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미 국무부는 “남북관계 개선은 비핵화와 별개로 진행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올해 안에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는 게 목표’라는 말에 대한 정면 반박처럼 들렸다.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 없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부정적인 답변만을 유도하는 듯한 질문을 던지는 미국 언론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최근 미국 당국자들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하려는 것에 매사 태클을 건다. 미국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투다. 심지어 유엔 산하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에도 부정적이다.

광복절 이전인 8월10일 “한국 정부가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기자 질문에,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적 압박을 덜어주는 것은 비핵화 목표 달성 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했다.


이쯤 되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①북-미 관계 개선 ②한반도 평화 구축 ③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미국 정부 실무자들이 잊고 있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회담 이후 북-미 간에 ‘밀당’이 지속되면서, 미국 정부가 ‘압박과 제재’라는 오래전 프레임으로 회귀하려는 것인가 하는 우려는, 8월 말로 예정됐던 폼페이오의 4차 방북 계획이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미국을 따라가야 할 것인가. 바꿔 말해 한반도 운전대를 미국에 반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자녀도 성장하면 독립하게 되고, ‘머리 큰’ 자녀의 의견을 부모라고 해서 무시하지만은 못한다. 한국전쟁 이래 우리는 오랫동안 모든 걸 미국에 의존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강소국으로 성장했다.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했다. ‘위대한 동맹’은 추종이나 맹종이 아닌 전략적인 동반자, 동맹 관계여야 할 것이다.

동맹이라는 명분에 주눅 들어 추종할 것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의 국익과 번영, 평화를 향해 스스로 책임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민화협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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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0502.html#csidxf37ba6c64e92f56badc1ce7b841689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