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이 '4대강 부역자'에게 보낸 경고
'댐 폭파한 미국, 4대강도 가능할까'
2년 전인 2017년 4월 13일 <오마이뉴스>가 미국 현지에서 쏘아올린 첫 기사 제목이다.
<오마이뉴스>는 7박 9일간 미국 북서부에 있는 강을 취재하면서 현장-기획 기사(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를 내보냈다. 첫 기사의 제일 뒷부분에 올렸던 아래 동영상을 보아주기 바란다.
댐을 해체한 뒤에 벌어진 놀라운 사실이 담겨 있다. 재생시간 4분 40초경에 시원한 폭발음과 함께 댐이 폭파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금강-영산강 일부 보 해체 제안을 "문명 파괴", "국가기반시설 파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미국은 달랐다. 댐을 폭파하고 강의 문명을 되살렸다.
4대강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마침 미국의 댐을 취재할 때 만난 마티야스 콘돌프 미 버클리대 교수가, 지난 3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제프리 듀다 미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 박사는 이날 미국 엘와댐의 해체 과정을 발제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듀다 박사 대신 엘와강 복원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브라이언 윈터 올림픽국립공원 부감독관을 만났다.
지난 기사 '일본인이 한국당에 던지는 경고 '우리가 왜 그랬겠습니까''에서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일본 규슈 구마모토 자연협회 츠루 쇼코 회장과 일본 댐 해체 사례를 소개한 데 이어, 미국 관계자들이 발제한 엘와강의 사례와 2년 전 미국 취재 내용을 재구성했다. 4대강 사업 때 세워진 일부 보의 해체를 둘러싼 최근 논란을 바라보는 데 시사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엘와강] 미국이 엘와강의 두 개 댐을 해체한 까닭
▲ 엘와댐 폭파장면 | |
ⓒ 올림픽내셔널파크 |
"미국의 댐은 9만1000개가 넘는다. 최근 철거하는 댐의 수가 급증했고, 지난 30년 동안 1500개 정도의 댐을 철거했다. 그동안 철거된 댐은 3m 높이의 작은 댐이 많은데 큰 댐도 있다. 이중 엘와댐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이날 국제 심포지엄에서 듀다 박사가 소개한 엘와댐(Elwha Dam)은, 1914년 미국 워싱턴주 북서부, 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엘와강에 세운 33m 높이의 수력발전용 댐이다. 이곳으로부터 상류 15km 지점에 있었던 글라인스 캐니언댐(Glines Canyon Dam)은 1927년에 건설됐다. 높이 64m인 대형 댐이었다.
두 개의 댐이 지도상에서 사라진 건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엘와댐은 2011년, 글라인스 캐니언댐은 2014년에 철거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댐 해체 작업이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4대강 보를 일부 해체하는 것을 '문명파괴'라고 성토하는데, 미국은 왜 엘와강에 있는 두 개의 댐을 해체했을까?
▲ 3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 제프리 듀다 박사. | |
ⓒ 박용훈 |
듀다 박사는 "강 하구에서 8km 떨어진 엘와댐이 건설되기 전 엘와강은 '물고기 생산 공장'이었다"면서 "장어, 무지개송어, 붉은 연어, 왕연어 등의 물고기가 잡혔지만, 댐 건설 뒤에는 연어의 98%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매년 엘와강을 거슬러 오르는 태평양 연어 5종은 이곳 원주민들에게는 '바다의 선물'이었다. 100파운드(약 45kg)에 달하는 시누크 연어가 강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곳이었다. 댐이 들어서자 연어들이 급감했다.
2년 전 4대강 독립군이 만난 원주민 클랄람 부족 프란시스 찰스 부족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년 강으로 오르려고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며 죽어가는 수많은 연어를 봤다. 연어들은 머리가 깨지면서도 끊임없이 튀어 오르며 발버둥 쳤다. 그걸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그건 나의 모습이었다. 우리 부족의 고통이었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려고 싸우듯이 우리도 댐을 부수기 위해 싸웠다."
"국립야생공원인데도 댐의 수질 악화"
▲ 2011년 엘와댐이 폭파되면서 엘와강 하구에는 거대한 검은 모래 삼각주가 만들어졌다. | |
ⓒ 맥헨리 제공 |
엘와강 유역은 83%가 국립야생공원으로 지정된 올림픽국립공원을 관통하고 있다. 도심과 농촌 등 오염원을 지나는 우리의 4대강과는 달리 상류에 오염원이 거의 없다. 하지만 댐으로 인해 수질 오염 문제까지 대두됐다. 당시 클랄람족 마이클 맥헨리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댐에 가로막혀 퇴적토가 2100만m³ 정도 쌓였는데, 탁도가 심해서 저서생물이 줄어들고 수질 문제도 일으켰다. 2015년에는 이 물을 정수해 먹는 2만 명의 포토 앤젤레스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다."
엘와댐 철거는 1963년에 통과된 멸종위기종법에 일부 연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면서부터 예고됐다. 1978년에는 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원주민들의 철거 운동이 거세졌다. 1992년에 엘와강 생태계와 어장 복원을 위한 연방법이 통과됐다. 1995년 복원 관련 환경영향평가 결과, 두 댐을 철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댐 해체 비용으로 3676억 원... "경제적으로 이득"
미 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따르면, 엘와댐 등의 철거 비용은 2690만 달러(약 305억), 강 복원에는 수력발전소 매입비용, 어류 산란장 개설 등 총 3억2470만 달러(약 3676억)가 들어갔다.
엘와강의 댐을 해체하고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브라이언 윈터 올림픽국립공원 부감독관은 "댐 철거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었다"면서 "댐이 철거되면 인근 제지소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을 못 얻고, 경제가 낙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댐에서 생산된 전력은 지역의 수요와 발전용량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면서 "댐 철거 전후 경제성을 자세히 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지금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클랄람 부족에게 연어의 귀환은 자연생태계의 복원일 뿐만 아니라, 과거 강에 기대에 살던 문명의 복원이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의미했다. 클랄람 부족에게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은 서로 대립된 가치가 아니라 공동운명체였다.
[클라마스강] 내년부터 4개 댐 동시 철거하는 까닭
▲ 미국의 클라마스강이 댐이 건설되면서 녹조로 녹색강이 됐다. | |
ⓒ 카룩족 제공 |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2년 전 <오마이뉴스>는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에 걸쳐 있는 클라마스강(Klamath River)을 현장 취재했다. 미국은 총연장 597km의 클라마스강 상류에 높이 22~53m의 댐 6개를 세웠다. 4대강 사업 때 이와 비슷한 길이의 낙동강에 8개의 보를 세운 것과 흡사했다.
하지만 미국은 2016년 4월에 이중 4대 댐의 동시 철거를 결정했다. 아이언게이트댐(Iron Gate Dam), 콥코1댐(Copco 1 dam), 콥코2댐(Copco 2 dam), 제이시 보일댐(JC Boyle Dam) 등이다. 4000억 원이 투입될 공사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댐으로 인해 재앙이 시작됐다
'4대강 독립군'은 당시 아이언게이트댐을 취재하기에 앞서 오리건주의 이레카로 향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카룩족 사무실에서 카룩족 정부 천연자원부 리프 힐만 국장을 만나, 댐 건설 이전과 이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카룩족은 클라마스 강의 풍부한 어족 자원을 바탕으로 살아가던 부족이었다. 상류에 대형 댐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3년 전에는 가을철에 강에서 바다로 나가는 1~2년생 연어들이 전염병에 걸려 70~80%가 멸종됐다. 되돌아올 연어가 없어졌다. 이 연어들은 댐 아래에서부터 바다까지 본류와 지류에서 수확하던 것들이다. 지금 잡히는 연어는 대략 100마리 정도뿐이다. 물론 댐 상류에는 연어가 없다."
그나마 하류에 남았던 연어들조차도 댐의 영향 때문에 멸종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녹조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녹조 문제가 심각했다. 댐 소유주였던 퍼시픽코프(Pacific Corp, 민간전력회사)는 인정하지 않지만, 우리는 실증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 각종 모니터링을 했고, 데이터를 들이댔다. 물을 가두니 녹조가 엄청나게 번성했다. 그 녹조 물속에서 폴리킷이라는 기생충이 번성했고, 바다로 나가야 할 연어들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녹조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을 과학적으로 밝혔더니, 주정부나 카운티 정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떠올렸다. 4대강 사업 이후에 낙동강에서 녹조가 창궐했고 떼죽음 당한 강준치 배 속에도 기생충이 가득했다.
"기준치 만 배의 녹조 창궐... 개들이 죽기도"
▲ 수잔 프리키는 녹조물에 사는 어류를 연구한 결과 "녹조의 독성이 어류의 간에 축적된다"고 했다. | |
ⓒ 카룩족 제공 |
하천 유지용수용 댐인 아이언게이트댐에서 만난 카룩족 수질 전문가 수잔 프리키씨는 더 충격적인 말을 했다.
"1964년에 댐이 만들어진 뒤부터 계속 녹조가 발생했다. 물이 갇히고 여름에 수온이 올라가면서 녹조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심할 때는 독성 남조류로 인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물질의 농도가 최고 1만ppb(10억분의 1)까지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의 수질 기준은 1ppb다. 수잔의 설명에 따르면 무려 만 배나 되는 농도의 독성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그는 "독성물질이 강 하구의 민물조개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면서 "오클랜드 지역에선 2~3년 전에는 이 물을 먹은 개들이 죽기도 했는데, 녹조물과의 인과관계는 최종 확인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조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이 내년부터 4개 댐을 동시에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은 엘와강의 사례처럼 멸종위기종인 연어를 보호하고 원주민의 삶을 회생시키기 위해서이다. 또 이를 통해 녹조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의 충고] "수문 개방, 철거해도 강 회복에 50년 이상 걸릴 듯"
▲ 마티야스 콘돌프 미 버클리대 교수가 지난 3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 |
ⓒ 박용훈 |
"4대강 사업의 핵심적인 키포인트는 '4대강살리기'였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 일본, 호주의 사례를 보면, 댐이나 보, 준설을 복원이라고 말한 사례가 전혀 없다. 미국에서는 4대강 사업과 같은 작업을 스트레스 유발자로 본다. '고장 나지 않으면 고치려 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복원이라는 말로 강에 들어가서 조작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둬라."
이날 국제 심포지엄에서 콘돌프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지난 2010년, 2014년에 운하반대 교수 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4대강 사업 현장을 직접 조사한 바 있다. 2년 전 '4대강 독립군'이 버클리 대학 연구실에 들렀을 때도,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심각한 것이 너무 많다. 그중 하나를 들자면 본류의 과도한 준설에 따른 악영향을 꼽을 수 있다. 제일 끔찍한 일이다. 또 퇴적토에 실트질의 펄층이 많이 쌓이면, 그 자체에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의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광범위하게 번진 녹조를 피할 수 없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는 1970년대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이 발효됐고, 유럽연합(EU)도 '물관리 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에 따라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환경 파괴 사업을 할 수 없다"면서 "4대강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하거나 철거를 하더라도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려면 50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고 밝혔다.
[심포지엄 다음날] '4대강 부역자'들의 준동이 시작됐다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이 발족했다. 이들은 이날 발대식에서 "문재인 정권은 4대강 보 해체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한다"며 "명백한 국가시설의 파괴이며 ,국토의 재앙을 가져오는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정권은 4대강 보를 해체해 금강·영산강·낙동강·한강 등을 전근대적 하천으로 돌려놓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국민연합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대부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일 때 주도했던 인사들이다. 공동대표를 맡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4대강 사업 전도사'를 자임했던 정치인이다. 고문으로는 최병국 전 의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위' 위원장인 정진석 의원 등이 참여했다.
자문위원으로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다.
환경단체들이 선정한 '4대강 부역자' 명단에 오른 이들이 대부분이다.
▲ 2017년 4월 8일, 4대강 독립군이 금강을 현장 취재하면서 찍은 녹조 사진. | |
ⓒ 정대희 |
이들은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7년여가 흐르는 동안 대부분 침묵하거나 면피성 발언만 해왔다. 4대강에 16개 보가 세워진 뒤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고, 매년 녹조 현상이 나타났지만, '녹조는 4대강 보 때문이 아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또 4대강에 쌓인 펄 속에서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창궐했지만, '물이 맑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한 두 명의 미국인은, 댐을 철거한 미국의 경험을 발제하면서 4대강의 복원을 강조했지만, 4대강 부역자들의 대대적인 준동이 시작됐다.
미국은 30년 전부터 1500여 개의 댐을 부쉈지만, 이들은 최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일부 보 해체 방안에 대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7년 전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써가며 4대강을 훼손한 일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한미 혈맹'을 외쳤던 보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2년 전 4대강 독립군이 쏘아 올린 첫 기사의 제목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댐 폭파한 미국, 4대강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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