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내선 안될 금강산 관광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둘러보면서, 남한에서 건설한 시설의 철거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해금강 호텔 등을 둘러보면서, 너절한 남한 시설들을 남한의 관계부문과 합의해서 철거하고, 현대적인 시설로, 우리식으로 건설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하게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수년에 걸쳐, 금강산관광지구에 있는 우리 정부 소유 자산의 몰수와 나머지 자산의 동결, 현대아산의 독점사업권 취소, 기존 금강산관광지구법 대신 새로운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제정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이런 조치에 더해 이번에는 남한 시설의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현재 금강산지구에 있는 남한 시설들 중에는 보수와 유지가 안 되고 낡아 철거가 불가피한 건물도 있다.
이런 건물은 북한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낡은 건물을 넘어 정상적인 건물도 남한에서 건설했다는 이유로 철거하라고 북한이 요구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 이유다.
만약 이런 정상적인 건물의 철거까지를 요구한 것이라면, 이는 남한의 현대아산이 가지고 있는 금강산관광지구의 사업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금강산 관광 중단 당시 받지 못한 관광대가 등의 지급과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산의 동결과 몰수를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절차인 것으로 합리화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관광객 피살에 따른 금강산 관광 중단이 남한의 귀책사유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의 손해배상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임의로 남한의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남북이 합의한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4조 1항의 재산의 수용금지 조항에 위반된다. 남북 간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은 금강산에 대해 북한식으로 건설하고 많은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와 관리를 모두 남한이 주도하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모델은 애초 오래갈 수 없었다.
중국의 쑤저우 공단 등 외자를 유치해 조성된 다른 나라의 특구를 보더라도, 투자와 관리 모두를 외국에 전적으로 맡기는 지역은 드물다. (남한이 주도한 금강산 관광 등은) 공단이나 관광지대 등 특구의 경험이 전무했던 북한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일시적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던 유형이었다.
북한 자신이 주도하면서 남한과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제3국이 대북경제협력에 같이 참여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남북경협의 국제화는 대북 투자의 안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기준에 맞는 법·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변화된 조건에서 남북경협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 남한 시설의 철거 요구로 금강산 관광이 끝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2009년 북한이 개성공단에 부여한 특혜 조치를 모두 무효화한다고 했을 때, 개성공단이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남북 간 유연한 협의를 통해, 위기를 오히려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은 적도 있다.
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강제적 방안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핵 문제의 종국적 해결을 위해서는, 몇십년이 걸릴지라도 목표를 분명히 한 가운데서도 단계적 접근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
이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의 일부 재개는 상호 신뢰 확보를 필요로 한다. 사실 금강산 관광은 개별관광이든 단체관광이든 대북제재와 무관하다. 다만 금강산 관광의 대가가 핵 등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합리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관광 대가의 현물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은, 현물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여겨진다.
다시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긴장이 일상이 되는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금강산 관광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김광길ㅣ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6054.html?_fr=mt0#csidx457bfe83b81183eaa086e864abd8c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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