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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방패 삼은 ‘여론전’, 검찰총장의 정도 아니다

道雨 2020. 7. 8. 10:38

조직 방패 삼은 ‘여론전’, 검찰총장의 정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닷새째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여론 수렴을 한다며 전국 검사장 간담회를 세차례에 나눠 열고, 그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언론에도 공개했다. 전직 검찰총장 등 이른바 법조계 원로들 의견도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아 여러 의견을 듣는 것이라면 탓할 일이 아니지만, 정해진 결론을 손에 쥔 채 ‘여론전’을 펴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는 이렇게까지 장황한 절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 유착’ 혐의 수사를 사사건건 가로막으면서 불거진 일이니, 그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윤 총장의 일련의 행보는 자신의 과오에서 비롯된 문제를 검찰 전체로 전가해 조직을 방패막이 삼는 모양새다. 검사장 간담회라는 모임이 검찰 구성원 전체의 뜻을 얼마나 대변하는지도 의문이다.

시간을 끌면서 언론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이 사안을 정치적 이슈로 변질시켜, 검찰 밖의 우군을 얻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모두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궁색한 태도다.

 

검사장 간담회에서 모은 의견 자체도 윤 총장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절차 중단과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을 요구했으니, 그동안 윤 총장의 관여로 수사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검사장들은 이치에 닿지 않는 논리로 윤 총장을 비호했다.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추 장관의 지시를 두고,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부당하다’는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총장의 지휘권 일부를 제한하는 건 제도에 내포된 본질이다. 더구나 윤 총장 스스로 측근 관련 사건이므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라고 지시한 것을 부당하다고 우기는 꼴이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따르지 않는다면, 검찰 수장이 법 집행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사태가 된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법 적용을 통해 검찰 독립성을 지키려는 양심적 검사들의 명예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윤 총장은 더 이상 정무적 계산에 골몰하지 말고, ‘법 집행의 책임자’라는 제자리로 돌아가기 바란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52656.html?_fr=mt0#csidx0100ef81dbfb24489b97344ae381359

 

[사설] 조직 방패 삼은 ‘여론전’, 검찰총장의 정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닷새째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여론 수렴을 한다며 전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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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장관 수사지휘 수용하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과 수사팀 지휘를 중단하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들은 지 나흘이 지났는데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사이 법무부와 윤 총장·대검찰청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7일엔 야당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분을 넘어 정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윤 총장이 시간을 벌면서 여론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특정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수단으로 인정되는 정당한 법적 절차이다.

더구나 수사지휘의 출발점은 검·언 유착 사건 수사에서 보인 윤 총장의 불투명한 처신이다. 윤 총장이 진정 오해의 여지가 없는 수사를 원한다면, 추 장관의 지휘에 응하는 것이 상식이다.

 

윤 총장이 수사자문단 가동을 중단하고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할 때까지만 해도 신중한 결정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윤 총장의 행보는 이런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은 것부터 의도성이 보였다.

검사장들이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는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한 것도 억지스러웠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총장 지휘감독 배제가 위법하다’는 검사장들의 의견은 검찰 내 일치된 견해도 아니었다. 또 검사장회의가 진정 수사지휘의 부적절 여부를 따지고자 했다면, 채널A 기자가 윤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했는지를 먼저 살폈어야 한다.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방안은 논의하지 않은 채, 최측근에 대한 수사까지 검찰총장이 지휘해야 한다는 검사장회의 결론에 동의할 시민은 없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휘권 행사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따르지 않는다면 총장 스스로 법을 어기게 된다”며 “검찰은 통제받지 않은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긴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의 말대로 수사지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시민이 판단한다. 지금 윤 총장의 모습은 검찰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조직임을 과시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 총장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추 장관의 요구에 대답하라.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여,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2020. 7. 8  경향신문 사설 ]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072029025&code=990101#csidxefccd3a4f579b3db5e5a228109cca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