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윤석열 최측근, 유시민이 이 정도로 싫었나

道雨 2020. 7. 15. 12:06

윤석열 최측근, 유시민이 이 정도로 싫었나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검찰의 목표물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한 일성이 아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반 피의자의 토로도 아니다. 현 검찰수사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소위 윤석열 최측근이자 '검언유착'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 아니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입장이었다.



1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그는 "고발 단계부터 유포한 '프레임'대로 공작의 피해자인 저에 국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제보자X'가 채널A 이아무개 기자에게 '가짜' 로비 명단을 제보한 것과 이후 MBC의 취재 모두 '공작'이란 주장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주장이다. 검사장급 현직 검찰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피해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우선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여기서 한 검사장이 불신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추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일째 거부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인가,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인가.



질문을 바꿔보자.

검언유착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 맡기려 한 데 이어, 채널A 이 기자의 전문수사자문단 요청을 즉각 수락한 윤 총장은 신뢰할 수 있지만, 이 기자의 구속 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한 검사장 본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선·후배 검찰 동료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민들은 검찰 수사를 어떻게 신뢰하나. 한 검사장 주장대로라면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서 본인이 보좌했을 조국 일가족 수사나 청와대 수사 또한 국민이 불신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의 피의자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13일 한 검사장의 입장문을 두고 "검찰의 이른바 '울산 사건' 수사에 대한 저의 기본입장과 같다"며 이렇게 풀이했다.

 

검사장급 현직 검사도 검사의 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죠. 스스로 '프레임'을 짜놓고 그대로 짜맞추기 수사를 해왔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해왔으니 지레짐작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검사의 직접 수사는 이렇게 위험합니다.

 


사건의 본질은 둘 중 하나

 


공작이란 주장 역시 흥미롭긴 마찬가지다. 채널A 진상보고서 등에서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번 일은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범죄에 엮기 위해, 구속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회유하고 협박한,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이 기자가 먼저 구속 수감 중인 이철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냈고, 가족을 포함해 향후 처벌을 낮춰줄 수 있다고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 기자가 검찰 내 '뒷배'로 지목한 인물이 바로 한 검사장이다. 그간 드러난 선후 관계나 인과 관계만 놓고 봐도, 한 검사장의 공작이란 주장이 무척이나 어색한 건 그래서다.



애초 채널A 기자는 지난 3월 31일 MBC의 최초 보도 직후 휴대폰과 노트북 PC 등 증거를 인멸해 버렸고 이어 대검 감찰부가 검언유착 사건의 감찰에 나섰다. 윤 총장의 수사개입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어렵지 않다. 사건의 본질을 뜯어보면 둘 중 하나다. 이 기자가 특종 욕심에 불타 한 검사장의 이름을 팔았거나, 실제 한 검사장이 녹취록 속 이 기자의 주장대로 적극적으로 개입했거나. 단순하다.

한 검사장이 억울하다면, 명백하고 떳떳하다면, 검찰 수사에 임하면 그만이다.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며 괜스레 윤 총장을 난처하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검찰의 눈엣가시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검언유착 사건 속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존재다. 채널A 기자는 왜 굳이 총선 전까지 현직 정치인도 아닌 유 이사장을 엮으려고 했을까.

"윤석열 총장이 밑에 (한동훈) 반부패부장이 가져온 내사자료를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 거다."

지난해 10일 1일 JTBC <뉴스룸> '긴급대토론'. 이 자리에서 유 이사장은 조국 일가족 수사를 강행하는 윤 총장의 의도를 나름의 가설을 세워 유추했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국 장관이 관련된 증거가 하나라도 있느냐"는 반문과 함께.

이를 요약하면 이쯤 될 것이다.

 

'윤 총장이 사모펀드 관련 내사 자료를 보고 조국 후보자가 장관을 하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했는데 그대로 지명해버렸다. 조 장관이 임명되면 수사도 어려워지고 임명 자체가 나라에 해롭다고 생각해 스스로 사퇴시키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형법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되는 표창장 이런 걸 처음 뒤졌는데, 그래도 후보자가 사퇴를 안 했다. 그 다음엔 배우자를 기소했다. 이러면 물러나겠지. 그런데 사퇴를 안 한다. 그러니까 수사를 계속 확대한다. 이러면 대통령이 임명을 못 하겠지. 근데 임명을 했다. 윤 총장은 강제수사와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수사에 들어가면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패싱'했다. 수사지휘를 받아들일 태세도 아니다. 그렇게 밀고 간 거다.'

 

조범동 1심 재판부는 6월 30일 사모펀드 의혹에 권력형 범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쥔 조국 일가족 수사의 스모킹건이 사모펀드 의혹이었다는 유 이사장의 가설에 따르면, 조국 수사의 시작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KBS의 '김경록 PB 인터뷰 조작' 의혹 제기를 필두로,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최대 스피커였다. 조국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검찰을 과거 전두환 정권의 '하나회'라 규정한 것도 유 이사장이 최초였다.

앞서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확인 의혹을 제기했던 유 이사장은, 이후 공공연하게 검찰이 자신이나 노무현재단을 수사할 수 있을 거라 내다보기도 했다.

조국 사태 이후 유튜브 채널 팔로워 100만을 자랑하며 사사건건 논박을 하는 유 이사장은, 누가 봐도 윤석열 검찰의 눈엣가시였을 터였다. 채널A 사건에 유 이사장이 등장한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 하성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