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 시대의 갈등의 점화 장소

道雨 2022. 3. 16. 09:15

윤석열 시대의 갈등의 점화 장소

 

 

이번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네거티브 선거로 불렸지만,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의 냉담이 아니라 뜨거운 대결이 벌어졌다. 윤석열 후보 쪽의 각종 도발과 그에 대한 반발이 맞서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한국 사회 심층 균열들이 정치의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반페미니즘, 여성가족부 폐지, 멸공, 선제타격,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 조정 등, 밈과 말을 툭 던지면, 세대, 젠더, 평화, 노동 등 핵심 이슈에서 거대한 갈등구조가 솟구쳤다.

이러한 사회 균열들의 정치화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목이 요구된다.

 

담론 투쟁 측면에서 가장 폭발력 있었던 것은 단연 세대 이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세대포위론’을 전략으로 내세우며, 노인과 청년을 보수화하여 4050세대를 이긴다는 프레임을 짰다. 하지만 이 전략은 실패했다. 보수의 혐오정치에 대한 반발이 커짐에 따라, 20대는 결국 이재명 표가 더 많이 나왔다. 30대의 보수 투표는 집값 폭등이라는 문재인 정부 실정의 결과이지 이 대표 작품은 아니다.

세대 이슈에서 오히려 중요한 사실은, 세대 균열 자체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결과는 40·50대에서 이재명 승리였지만, 문재인 정부 중반까지 30·40대가 핵심 지지층이었고, 이 중 30대가 나중에 돌아섰다.

지금 20·30대는 정치적으로 매우 유동적이다. 세대 내 균열이 크고, 특정 정당 지지층이 적다. 청년은 단일한 정치세대를 이루고 있지 않다. 현재 상황의 핵심은 청년세대 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투는 세대정치가 격렬히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거기서 청년층 내의 갈등과 경합이 꿈틀거린다.

 

그러한 청년 세대 내 균열들 중 가장 새롭고 예리한 측면은 성별 균열이다. 청년층 성별에 따른 정치성향의 차이는 몇년 전부터 계속 심화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2021년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청년 남성은 범보수가, 여성은 범진보가 다수가 되어 서로 멀어졌다. 40대, 30대, 20대로 연령이 내려갈수록 성별에 따른 정치성향 차이가 벌어진다.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녀의 양쪽 후보 지지율은 각각 58%로 정확히 거울상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세대 균열처럼 성별 균열도 역동적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페미니즘과 같은 가치 이슈에서 어떻게 갈라질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2030 여성들과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같은 반혐오 저항행동이 이룬 큰 성취는, 극단 혐오 세력이 청년의 다수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이번 대선은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상당한 폭발력을 내장하고 있음을 드러낸 동시에, 남녀 차이를 넘어 성평등과 반혐오에 대한 광범위한 가치 합의를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사회 저변의 가장 광대한 갈등의 저수지였으며, 대선 결과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된 중대한 균열이 바로 계급 균열이다. 문 정부와 민주당은 그들의 담론과 의제에 모든 선한 가치를 담았다. 평등, 공정, 정의, 복지, 노동존중 같은 것들 말이다.

이들이 이러한 가치를 실제 추구한 곳에선 ‘공산주의’를 타도하자는 기득권 계급의 격한 반발이 일어났다. 이러한 가치를 배반한 곳에선 ‘위선’을 역겨워하는 민중 계급의 외면을 초래했다. 이러한 이중적 균열이 주택 이슈만큼 첨예했던 곳은 없다.

 

부자들은 집값 폭등으로 10억원을 벌었어도 100만원의 종부세를 용서할 수 없다. 젊은 중산층은 대출 규제 때문에 집을 살 수도 없고, 불안한 세입자로 살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혔다. 하층민은 억대의 집값을 보며 망연자실 상태에 놓였다. 이처럼 각기 다른 계급이 각기 다른 이유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부동산이 전부겠는가. 비정규직, 일자리, 소득 등 많은 문제에서, 지금 한국 사회의 밑바닥은 계급적 분노와 적대로 지글거리고 있다. 그 결과가 민주당의 패배였다. 하지만 그 대안이 윤석열이 아님은 명백하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이러한 심층균열들은 문재인 정부 때와 전혀 다른 정치환경에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지 모른다. 노골적인 검찰 지배, 친기업, 반노동, 반페미니즘의 강성권력이 등장한다면, 억눌린 사회적 저항들은 폭발적으로 분출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그러한 갈등의 점화 장소들을 미리 보여주었다.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