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삼부토건과 검찰은 깐부?

道雨 2022. 3. 16. 18:47

삼부토건과 검찰은 깐부?

 

회장님 일정표에 비친 검찰의 그림자

 

윤석열 후보와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관계는 국민의힘 선대본 해명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건설사 회장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검사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 여러 지인들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으나 비용을 각자 내거나 번갈아 냈다. 명절 선물은 오래되어 잘 기억하지 못하나 의례적인 수준이었다. 값비싼 선물은 받은 적이 없다.”(2022년 1월26일,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입장문)

건설사 삼부토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잇는 핵심 연결고리다. 이름 앞 수식어를 ‘정치인’으로 바꾸기 전까지 검사로 살아온 윤 후보가 접대, 스폰서, 봐주기 수사 등 입길에 오를 때 삼부토건이 거론되었다. 배우자와 장모 관련 의혹, 국민의힘 안팎을 흔든 무속 논란에도 이 회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해 6월29일 윤 후보가 정치참여 선언을 한 직후부터 등장한 삼부토건 관련 의혹은 대선이 임박한 현재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삼부토건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 이상의 입장은 내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선대본 관계자들은 “(윤석열 당시 검사가) 밤, 고기, 곶감 등을 받고 ‘봐주기 수사’ 했다는 것이냐” “20여 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드물게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측을) 만나는 정도였다” 등 기존 입장에 개별적으로 한두 마디를 덧붙이는 게 전부였다. 의혹의 또 다른 당사자인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해명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질문들이 남아 있다. 현직 검사와 건설사 회장은 어떻게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됐는지,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한 ‘여러 지인’은 누구인지, 또 윤 후보처럼 당시 삼부토건 회장과 인연을 맺은 다른 검사들이 있는지, 있다면 누가, 몇 명이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등이다.

삼부토건은 국내 1호 건설사다. 1948년 설립돼 국내 최초로 건설업 면허를 받았다. 충청남도 부여 출신 창업주 고 조정구 선대 회장 3형제가 설립했다. 경부·경인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형 토목공사에 참여하면서 한때 국내 도급 순위 3위까지 올랐다. 1980년대엔 호텔업에도 진출했다. 지금은 사라진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이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은 조정구 선대 회장의 장남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조달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1993년 회사를 물려받았다. 제13대 국회의원(민자당)을 지냈다. 대한건설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자유총연맹 부총재, 충청향우회 부총재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이력과 학연, 지연, 혼맥 등을 활용해 정·관·재계 전반에서 인맥을 넓혔다.

〈시사IN〉은 조 전 회장이 주변 인물들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일정을 수기로 기록한 달력, 휴대용 일정표, 전화번호 수첩, 명절 선물 목록, 삼부토건 법무팀 등 내부 부서에서 작성한 각종 문건 등을 입수했다. 조 전 회장이 누구를 언제 어디에서 만났는지 그리고 이를 증빙하는 영수증 등 자료가 담겨 있다.

* 조남욱 전 회장이 수기로 작성한 일정표와 달력 메모. 2006년 10월5일 오전 8시6분 뉴서울 골프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사와, 황 아무개 A산업 대표가 만남을 가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건들의 실체는 검찰도 확인했다.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이 조 전 회장의 차남 조시연 전 삼부그룹 부사장의 배임 횡령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앞서의 일정표와 달력 등을 확보했다. 당시 수원지검이 압수했다가 돌려준 압수물품 반환 목록에서 문건들의 명칭과 수량 등이 확인된다.

조 전 회장과 비서실에서 직접 기록한 자료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그 인맥 중 한 축은 법조계, 특히 검찰이었다. 문건으로 확인되는 1995년부터 2016년까지 21년간 등장하는 검사는 모두 36명이다. 문건에 적힌 이름과 직함, 근무지 등을 법조계에서 주로 쓰이는 인명록인 ‘법조인대관’에서 확인하고 주변 취재로 교차 검증했다. ‘검사’ ‘검사장’ 등 직함만 기록돼 있는 등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인물들은 모두 제외했다.

확인된 검찰 인사들은 대부분 조 전 회장과 10년 넘게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면서 관계를 이어갔다. 명절 선물 및 승진, 인사이동 축하 선물 등도 제공됐으나 이는 조 전 회장 측이 교류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건을 종합하면, 선물을 받은 검사들 대부분이 약속과 만남이 전제되는 식사·골프 등으로 조 전 회장과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다. 일부 검사들은 검찰을 떠난 직후 변호사가 되어 삼부토건 법률고문 또는 조 전 회장 일가 및 주변 인물들이 연루된 사건 소송대리인 등을 맡았다.

검사들과의 약속이 담긴 일정표와 달력은 1995년부터 작성됐다. 조남욱 전 회장이 정치권을 떠나 온전히 경영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는 1988~1992년 제13대 국회의원, 1993년부터 1996년까지는 민자당 부여 지구당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검찰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셈이다.

문건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시기를 기준으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2015년까지다. 1990년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조 전 회장을 만난 검사들은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중수부장),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 검찰 핵심 요직을 차지하는 ‘특수통 계보’를 잇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씨 구속 등 당시 주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지휘하고 있었다.

임용된 지 몇 해 지나지 않은 검사들도 있었다. 1997년 9월4일 조 전 회장 휴대용 일정표의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21층(당시 스카이라운지)’ 약속에 등장한 윤석열 후보(1994년 검사 임용)가 이 경우다. 윤 후보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등 정재계를 겨냥한 수사를 맡으면서 검찰 ‘특수통 계보’를 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뒤인 2021년에 검찰을 떠났다.

 

* 2006년 9월3일 오후 2시27분 비전힐스 골프장에서 윤석열 당시 검사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파주운정지구 수사가 끝났을 시점이다.

 

 

이 시기 조 전 회장을 만난 검사들은 1년에 두세 차례씩 주로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바·스카이라운지 등을 방문했다. 삼부토건이 법인 회원권을 가진 5개 골프장에서도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조 전 회장과 독대를 하거나 두세 명씩 그룹을 만들어 약속을 잡기도 했다. 검찰 고위 간부 다수가 참여한 ‘만찬’ 기록도 발견된다. 명단을 검토한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검사들이었다. 중견 건설사가 이 정도 ‘급’의 검사 수십 명과 관계를 맺는 일은 당시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때 일정표와 달력 등에서 이름이 발견된 검사들 대부분은 충청도 출신 또는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조남욱 전 회장의 고향, 출신 학교와 같다. 윤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고향은 서울이지만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이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도 조 전 회장 일정표 등에 나온다. 대검 중수부는 정치권과 5대 그룹이 연루된 이 사건에 대해 ‘한국판 마니풀리테(깨끗한 손)’를 선언하고 당시 기준 단일 사건으로 역대 최대 수사팀(검사 15명 포함 총 180명)을 구성했다. 광주지검에서 근무하던 윤 후보도 2003년 10월 이 수사팀에 파견되었다.

조 전 회장 일정표에서 확인된 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총 3명이다. 윤 후보를 제외한 2명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부터 명단에 이름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윤 후보와 서울대 동기다. 현재도 친분이 깊다. 이들 역시 조 전 회장과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쳤고 명절 선물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는 조 전 회장 측이 관리하는 새로운 법조계 그룹이 생긴다. 법복을 갓 벗고 변호사가 된 검사, 판사들에게 법률고문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친분을 가졌던 법조계 인사들이 이른바 ‘전관 변호사’가 되어 관계를 이어갔다. 1990년대까지 한 명이었던 삼부토건 법률고문은 2001년부터 2015년 사이 총 10명으로 늘어났다.

삼부토건 인사과가 작성한 ‘법률고문 위촉 현황표’와 계약서, 위촉장, 수수료 및 급여명세서 등 내부 문건을 종합하면, 삼부토건 및 계열사 법률고문 또는 고문 상담역을 맡았던 인사는 여상규·최교일·이범래 전 의원, 김각영 전 검찰총장, 정진규 전 서울고검장, 문강배 전 BBK특검보, 이건개 전 서울지검장,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이상민 전 서울고법 판사, 박영수 전 국정농단 의혹 사건수사 특검 등이다. 이들은 매달 적게는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가량의 고문료를 받으며 짧게는 1년, 길게는 16년 동안 법률고문으로 활동했다. 법률고문 계약 자체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고문료가 이례적으로 큰 규모로 지급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삼부토건 경영권 분쟁과 법조인들

 

‘정운호 법조 게이트’에 연루돼 2017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홍만표 변호사도 조 전 회장 문건에서 확인된다. 그는 조 전 회장 일가가 연루된 사건 소송에서 변호를 맡았다. 홍 변호사가 2011년 9월 변호사 개업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수임한 사건이 삼부토건 창립자 가족이 연루된 비위 의혹이었다. 홍 변호사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을 끝으로 2011년 8월 퇴임했다.

 

삼부토건 법률고문과 변호인 명단에는 충청도-경기고-서울대 출신이 아닌 법조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조 전 회장이 ‘관리’한 법조계 인사들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삼부토건 내부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 탓이다. 삼부토건 법무팀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조남욱 전 회장은 후계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 조남욱 전 회장의 동생 조남원 전 부회장과 차남 조시연 전 부사장 사이에 알력 다툼이 생겼다. 가족 간 갈등을 넘어 투서와 제보가 오갔다.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대비하려고 알고 지내던 전관 출신들을 법률고문으로 위촉해 고문료를 줬다. 오너 일가가 자신들을 위해 회삿돈을 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남욱 전 회장 일가가 관리한 법조계 인사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2015년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김각영 전 총장,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고문 급여를 0원으로 산정했다. 법원이 회사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과정에서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윤석열 후보는 ‘파주운정지구 부동산 개발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삼부토건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 후보는 2005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검사 시절 이 사건을 직접 수사했다. 파주운정지구 사건은 파주시 일원 ‘파주운정2지구’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당시 다수 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는데, 이들 회사가 싼값에 땅을 매입하기 위해 약 3만2000평 부지의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민원 등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개발 공고 이후 체결한 매매계약을 이전에 체결한 것처럼 조작했다. 당시 기준으로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공고 전에 땅 매입 계약을 체결해두면 저렴하게 땅을 살 수 있었다.

삼부토건은 이 사업에서 시행업체 중 한 곳이었던 SM종합건설(당시 장안종합건설)과 2002년 12월 사업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아파트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사업을 위한 토지 매입대금을 삼부토건이 대고, 시행 이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였다. 이 공동사업에는 삼부토건과 삼부토건 출신 임원이 설립한 업체 ‘미래가’도 참여했다. 이익은 삼부토건 4, SM종합건설 4, 미래가 2로 나누기로 했다. 사실상 이익 분배가 6(삼부토건 측)대 4(SM종합건설)로 이뤄진 셈이다.

당시 의혹이 불거지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파주운정지구 개발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에 참여한 8개 건설사 대표들을 사기 등 혐의로 2006년 1월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사업에 함께 참여한 삼부토건은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SM종합건설 대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삼부토건과의 관계, 사업구조 등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삼부토건이 당시 돈을 대고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던 정황은 다른 검찰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2011년 10월~2013년 5월 삼부토건 창립자 가족이 연루된 횡령·배임 사건 수사를 위해 돈의 흐름을 좇는 과정에서다. 당시 삼부토건 법무팀이 수사 대응을 위해 만든 기록을 보면, 개발사업부 부장 이 아무개씨는 2013년 검찰 조사에서 “2003년 9월부터 약 1년 동안 129억원, 2004년 8월부터 1년간 83억원을 운정지구 토지 매입자금 명목으로 SM종합건설에 대여했다”라고 진술했다.

1997년부터 조 전 회장 일정표에 등장하는 윤석열 당시 검사는 공교롭게도 파주운정지구 수사가 끝난 2006년 9월과 10월 조 전 회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윤 후보는 파주운정지구 부동산 비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여 법을 위반한 사람은 예외 없이 엄정 처리했다. 삼부토건은 수사 대상도 아니었고 따라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지난해 6월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았다. 조 전 회장 일정표에 많이 등장하는 황 아무개 A산업 사장의 아들(오른쪽)이 이날 동행했다.ⓒTHE FACT

 

 

국민의힘 선대본은 “윤석열 후보와 조남욱 전 회장 측이 10년 이상 교류가 없었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일정표에서도 2021년 기준 10년간 조 전 회장과 윤 후보가 식사, 골프 등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는 기록은 없다. 조 전 회장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윤석열 당시 검사에게 17차례 명절 선물을 보내고 2012년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씨의 결혼식에 화환을 보낸 사실이 문건에서 확인되지만, 조 전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가 받은 명절 선물의 경우 2014년부터는 선물 품목이 정육에서 밤, 곶감 등으로 바뀌었다. 당시는 윤 후보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됐을 때다. 비슷한 시기 조 전 회장의 차남 조시연 전 부사장이 횡령·배임 사건으로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2015년 이후부터는 조남욱 전 회장 측이 윤 후보 측에 보내는 선물도 완전히 끊겼다. 삼부토건은 오너 일가가 연루된 비위 사건과 잇따른 사업 실패 등이 겹치면서 재정이 악화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년 뒤인 2017년 조 전 회장 일가는 회사를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지금의 삼부토건은 조 전 회장 일가가 경영하던 회사와 전혀 다른 곳이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은 조 전 회장 시절 회사를 ‘옛 삼부토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윤 후보는 조 전 회장 일가와 교류는 별개로 삼부토건을 중심으로 맺어진 주변 인물들과의 ‘인연’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장모 최은순씨 등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대표는 조남욱 전 회장과 또 다른 인물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또 다른 인물’은 삼부토건 문건에서 법조계 인사들 이름 이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른바 ‘무정 스님(심무정)’이다. 심씨는 1995년부터 조 전 회장이 윤 후보를 비롯한 법조계 인사들을 만나는 식사·골프 자리에 대부분 동석했다. 그는 조남욱 전 회장과 윤석열 후보를 이어주고, 다시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소개해준 인물로 꼽힌다.

김건희 대표의 ‘7시간 녹취록’에서 김 대표는 무정스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시사IN〉 제750호 ‘공개된 김건희 녹취록 그 배경과 맥락’ 기사 참조). “무정 스님이라고. 진짜 스님은 아니고 스님이 우리 남편 20대 때 만나가지고 계속 사법고시가 떨어지니까 이제 원래 한국은행 취직하려고 했어요. 하도 고시가 떨어지니까. 그 양반이 너는 3년 더해야 한다. 딱 3년 했는데 정말 붙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그분이 우리 남편 검사 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 팔자다 해가지고 검사도 그분 때문에 됐죠.”

 

회장 일정표에 나오는 ‘최은순’ ‘최 회장’

 

김건희 대표는 결혼도 ‘무정 스님’의 조언을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너는 (윤)석열이하고 맞는다. 그분이 처음 소개할 때도 너희들은 완전 반대다. 김건희가 완전 남자고 석열이는 완전 여자다. 근데 누가 그걸 그렇게 보겠어. 근데 정말 결혼을 해보니까 그게 진짜인 거야. 내가 남자고 우리 남편이 여자인 거야. 아 그래도 진짜 도사는 도사구나.”

김건희 대표의 모친 최은순씨, 20여 년간 법정 공방이 벌어진 윤 후보 처가 의혹 속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양재택 전 검사도 삼부토건 문건에서 확인된다. 양 전 검사는 김건희 대표와의 체코 여행설, 최은순씨의 외화 송금 의혹 등으로 입길에 올랐다. 문건 속 법조계 인사들 가운데 양 전 검사는 조 전 회장과 가장 잦은 만남을 가졌다. 일정표와 메모에는, 조남욱 전 회장이 어떤 검찰 관계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 양재택 전 검사가 동석하는 내용도 나온다. 조 전 회장과 검사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황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양 전 검사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삼부토건 법률고문을 지냈다.

최은순씨는 ‘최은순’ ‘최 회장’ 등의 이름으로 2003년부터 조남욱 전 회장 일정표에 나타난다. 그는 이 시기를 전후로 부동산 사업 과정에서 만난 동업자들과 송사를 벌이는데, 조 전 회장과 식사·골프를 하거나 삼부토건 법률고문을 지낸 변호사들이 최씨 변호를 맡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지금도 최씨 사건을 대리하고 있다.

조 전 회장 일정표에선 황 아무개 A산업 사장의 이름도 수십 차례 확인된다. 문건에는 2006년 10월5일, 2011년 8월13일 황 사장이 조 전 회장과 함께 윤석열 당시 검사를 만난 것으로 적혀 있다. 황 사장의 아들은 지난해 6월 윤 후보가 ‘정치참여 선언’을 하기 전부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이후까지 윤 후보 주변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와 취재진들에게 여러 차례 포착됐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전 공식적으로 출범한 캠프 및 현재 선대본 명단에는 황 아무개씨(황 사장의 아들)라는 이름이 없다. 공식 캠프 출범 전의 일은 확인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 2월14일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왼쪽)을 만났다. 김장환 목사의 이름도 1999년부터 매년 조남욱 전 회장 일정표에 등장한다.ⓒ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보수 개신교계 원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목사)도 1999년부터 매년 조 전 회장 일정표에 등장한다. 김건희 대표는 지난 2월14일 김 이사장과 비공개로 만나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 이후 김건희 대표의 첫 행보라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와 윤 후보를 둘러싸고 불거진 무속 논란을 의식한 만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와 김 이사장의 만남은 윤 후보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이 만난 검사들 일부는 세상을 떠났거나 법조계에서 은퇴한 지 오래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만난 한 인사는 당시 조 전 회장과 식사·골프 등을 통해 관계를 맺어온 사실은 확인해줬으나 구체적인 설명은 거부했다.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거나 전화, 문자메시지 등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들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조차 〈시사IN〉 취재진이 삼부토건 얘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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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공화국’ 독립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총장의 예산편성권이라는 윤석열 후보의 공약대로면 검찰 견제 장치는 인사권만 남는다. 그는 2019년 7월 검찰 인사 때 자신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을 대거 요직에 앉혔다.

 

2월14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법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총장에게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두고 있는 나라는 독일하고 일본, 우리나라 세 나라뿐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받아왔다. 독일하고 일본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일본에서도 1950년대 (수사지휘권) 한 번 썼다.”

수사지휘권 조항 자체가 검찰 독립에 걸림돌일까? 한국·일본·독일 3개국만 이런 견제 장치가 있을까? 그의 말을 팩트체크했다.

윤 후보의 말대로 수사지휘권은 “일본에서 받아온” 제도가 맞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며 일본 사법체계가 이식되었다. 1949년 12월20일 제정된 검찰청법에 수사지휘권이 포함되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1986년 검찰청법 개정 때 제14조에서 제8조로 바뀌었을 뿐 문구는 그대로다. 일본에서 “1950년대 (수사지휘권) 한 번 썼다”라는 윤 후보의 말도 맞다. 하지만 발동 당시 일본 검찰의 대응과 그 이후 더 이상 발동되지 않았는지 맥락을 살펴보면, 윤 후보의 문제의식과는 좀 다르다.

일본에서 법무장관(법무대신)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1954년 ‘조선의옥 사건(조선업계 관계자들이 정관계에 뇌물을 제공)’에서 이뤄졌다. 고리대금업자가 어음을 도난당했다며 도쿄 지검에 고소했다. 일본 검찰사에서 ‘특수 수사의 신’으로 불린 가와이 신타로 검사는 분실한 어음 3장에 주목한다. 선박회사인 야마시타 기선이 발행한 1000만 엔짜리 약속어음이었다. 그는 거액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위를 추적해 검은돈의 출처인 금맥을 찾아냈다. 해운회사가 조선회사에 선박 건조를 발주한 뒤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만들었다. 비자금은 정관계에 로비 자금으로 뿌려졌다.

1954년 1월 가와이 검사는 야마시타 기선 사장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장 메모장에서 ‘S 200’ ‘I 300’ 기록을 확보했다. ‘S’와 ‘I’는 집권 여당 자유당의 거물 사토 에이사쿠(S) 간사장과 이케다 하야토(I) 정조회장을 뜻했다. 사토에게 200만 엔, 이케다에게 300만 엔 뇌물을 제공했다는 기록이다. 도쿄 지검 특수부는 두 사람을 체포하겠다며 법무성에 알렸다. 1954년 4월21일 이누카이 법무장관은 사토 도스케 검사총장(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토 에이사쿠 체포 청구를 잠시 보류하고 임의수사를 계속하라.”

첫 수사지휘권 발동에 사토 검사총장은 “검찰청법 14조에 따라 검사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는 전례가 없었던 법무장관 권한의 발동이다. 검찰이 수사를 계속함에 있어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이라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는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했다. 한국처럼 검찰총장이 사퇴하지도 않았다.

 

“수사지휘권 불복종은 허용되지 않는다”

더 주목할 대목이 있다. 이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가와이 신타로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일관된 입장이다. 그는 지금도 일본 법조계에서 ‘불세출의 특수통’ ‘귀신 검사’로 존경받는다. 가와이 검사는 은퇴하며 특수 수사 노하우를 담은 〈검찰독본〉(1979)을 펴냈다. 바로 이 책에 조선의옥 사건 당시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그의 입장이 자세히 적혀 있다(〈검찰독본〉은 2004년 법무부가 번역·발간했다. 한국 특수통 검사들 사이에서도 한때 특수 수사의 교과서로 통했다).

 
* 2020년 10월2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뒷모습)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1954년 수사지휘권 발동 당시 후배 검사들과 기자들에게 소신 발언을 했다. “검사가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이상 당리당략에 따른 지휘권 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복종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지휘권 발동이 타당한지 여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그가 이끄는 도쿄 지검 특수부는 수사 지휘를 수용하고 임의수사를 이어갔다. 1954년 7월30일 71명을 체포하고 34명을 기소하며 수사는 막을 내렸다.

야당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문제 삼았다. 요시다 내각뿐 아니라 검찰에 공세를 이어갔다. 1954년 9월 사토 도스케 검사총장, 바바 요시쓰구 도쿄 지검 검사장, 가와이 신타로 주임검사 등이 국회에 불려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가와이 신타로 검사를 향해 힐난성 질문을 퍼부었다. “증인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무시하고 사토 에이사쿠를 체포·기소한 후 사표를 제출하고 사직하면 되었는데 그런 용기도 없었는가. 그렇게 검사직에 연연하는가?” 가와이 검사는 이 질문에 의미심장한 답변을 한다. “지휘권이 발동된 이상 따라야 하고, 그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하여 따르지 않는다면 ‘검찰 파쇼’가 될 우려가 있다. 지휘권 발동에 대한 비판은 주권자인 국민이 하는 것이며, 규칙을 지키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우리 검사들이 할 바는 아니다.” 뼛속까지 검사였던 그가 오히려 검찰 권력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1954년 12월7일 요시다 내각은 총사퇴했다. 조선의옥 사건은 정치권과 검찰에 교훈을 남겼다. 이 사건 이후 법무장관은 검사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 되었다. 수사지휘권 조항은 유지하면서 행사하지 않는 형태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근거로 남겨두었다. 검찰 안에서도 검사 퇴직 뒤 정치권 진출을 경원시하는 문화가 생겼다. 현재 일본 참의원 245명, 중의원 465명 가운데 검사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진보 성향 주간지 〈슈칸긴요비〉 문성희 편집장은 “현재 중의원 참의원 가운데 검사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변호사 출신은 많지만 한국 검사들처럼 정치권에 입문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총장’ 시대를 목도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공식적’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네 차례 이뤄졌다. 2005년 10월12일 천정배 장관, 2020년 7월2일과 10월19일 추미애 장관, 2021년 3월17일 박범계 장관이 각각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천정배 장관이 처음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2005년, 당시 대검 간부들은 조선의옥 사건을 연구했다. 김종빈 검찰총장 휘하 대검 참모들은 수사지휘권 발동 뒤 법무장관이 물러났듯이 한국에서도 천정배 장관 사퇴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가와이 검사의 고뇌는 읽지 않고 내각 붕괴라는 결과만 보고 오판한 것이다.

네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검찰개혁에 나섰던 노무현(1회)·문재인(3회) 정부 때이고, 발동 당시 법무부 장관이 모두 비검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자리는 한결같이 검사들 차지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 이종찬 민정수석-김경한 법무부 장관-임채진 검찰총장으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 마지막 최재경 민정수석-김현웅 법무부 장관-김수남 검찰총장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이때는 수사지휘권이 공식 발동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사 선후배 사이 ‘묵시적으로’ 수사 지휘가 이뤄졌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2009년 6월 퇴임하며 “알려진 것보다 자주 법무부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비공식적인 수사 지휘였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겪은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결과를 살펴보면, 오히려 수사지휘권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2020년 7월2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채널A 사건에 대한 대검의 수사 지휘 권한을 배제시켰다. 이 수사지휘권 발동은 행정법원에서 사실상 정당성이 확인되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의 윤석열 총장 징계처분 취소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윤 총장이 감찰을 방해하는 등 “공정한 직무 의무에 어긋났다”라고 판단했다. 2020년 10월 당시 윤석열 총장의 측근과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총장의 지휘권을 배제시킨 수사지휘권 발동도 결과적으로 빛을 발했다. 봐주기 의혹이 불거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6년 만에 기소되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이 수사 지휘로 그나마 수사가 진척되었다.

* 2009년 4월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6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경한 법무부 장관(왼쪽)과 임채진 검찰총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일본·독일 세 나라에만 수사지휘권이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과 달리, 다른 나라에도 수사지휘권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검찰에 대한 다양한 견제 장치가 있다. 프랑스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판사 등 사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며, 검찰총장·고등검사장·지방검사장은 물론 일반 검사들에 대한 구체적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도 검찰권에 대한 견제 장치가 존재한다. 미국의 일부 주 검찰총장은 선출직이다.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예산권까지 검찰에 넘기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공약을 보면, 결국 검찰의 민주적 통제 방안은 인사권만 남는다. 검찰총장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보면 그의 인사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을 쓰겠다”라는 윤 후보의 말과 달리, 2019년 7월 검찰인사 때 자신과 근무 인연이 있는 특수통을 대거 요직에 앉혔다. 이 인사에 대한 반발로 검사 67명이 사표를 냈다. 이때 사표를 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벌써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당선되면 검찰발 사정 태풍이 몰아친 이명박 정부 초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그런데 수사지휘권까지 없애겠다는 공약을 보면 이보다 더할 수 있다. ‘대통령 총장’ 시대를 목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고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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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무성한 대장동 ‘그분’

 

녹취록 속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 이 후보가 면책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그분’이 처음 등장한 건 2021년 10월9일 〈동아일보〉다. ‘[단독] 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그림 1〉 참조).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과거 이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2021년 10월) 8일 전해졌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김씨 등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 이 내용이 있다고 한다. (중략) 정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약 1208억원)에서 일부를 부담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자 김씨는 “그(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천화동인 1호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얻은 배당금은 1208억원, 실소유주는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 전 부국장이 ‘그분’을 언급하며,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보도가 불러온 파장은 컸다. 전언의 출처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대표)가 만든 녹취록이었다. 정 회계사는 2019~2020년 김만배·유동규 등 대장동 핵심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녹음했고,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 말 500쪽 분량의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녹취록 속 ‘그분’의 정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장동 의혹에 유력 대선후보와 정치인, 고위 법조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여야 공방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쟁점 중 하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핵심 관계자들과 금전적으로 유착되어 있는지 여부였다. 검찰 수사도 소수의 사업 설계자와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데 관여한 윗선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시사IN〉 제749호 ‘대장동 수사, 종착역은 ‘윗선 의혹’ 규명이다’ 기사 참조).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 전 부국장이 언급했다는 ‘그분’은 윗선 연루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로 간주되었다.

야권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화력을 집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021년 10월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게이트와 민주당 ‘내부자들’은 모두 ‘그분’으로 이재명 지사를 가리키고 있다. 아무리 보호막을 쳐도 상식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그분’이 누구인지 짐작한다”라고 적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만배 전 부국장보다 네 살 어려 존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장동 사업의 인허가권과 관리 책임을 가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의혹의 ‘윗선’이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임직원의 관리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장동 사업은 토건 세력으로부터 공공이익을 확보한 ‘모범사례’라는 주장을 고수한다.

그런데 검찰은 ‘그분’이 정치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2021년 10월14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말은 〈동아일보〉에 보도된 내용과 달랐다. 검찰이 정 회계사로부터 받은 녹취록에 ‘그분’ 표현이 있느냐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500쪽 분량의) 녹취록에도 ‘그분’이라는 표현이 한 군데 있기는 있다. 그런데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 (김만배 전 부국장이) 저런 부분을 말했다는 전제로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데 저희가 알고 있는 자료와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라고 답했다(〈그림 2〉 참조).

ⓒ연합뉴스

 

‘윗선 개입’ 수사의 단서로 간주됐던 ‘그분’의 실체는 시간이 갈수록 모호해졌다. 발언 당사자인 김만배 전 부국장의 오락가락 해명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김 전 부국장은 2021년 10월12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그분 발언은) 구 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않게 하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가, 이틀 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는 “그분은 전혀 없다. 그런 말을 한 기억도 없다. (천화동인 1호는) 제가 주인이다”라고 말을 번복했다. 막연한 추측과 전언이 뒤섞여 대장동 ‘그분’에 대한 정쟁만 심화되었다.

 

‘그분’ 자체가 김만배의 허언일 수 있다

 

녹취록 속 ‘그분’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제기된 건 4개월이 지난 2월18일이다. 〈한국일보〉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2021년 2월4일의 녹취록에서 김만배 전 부국장은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 “수원 ○○… ○○○호, 여기는 ○○○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 도와줄 수 있어(2월22일 보도)”라고 말한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그림 3〉 참조).

 
ⓒ공동사진취재

 

김씨가 50억원을 약속하고, 자녀에게도 거주지를 마련해주었다는 ‘그분’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조재연 대법관으로 지목되었다. 유동규 전 본부장도, 이재명 후보도 아닌 제3의 이름이 나오자,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이 다시 들썩였다. 민주당은 ‘그분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시사IN〉에 “(이재명 후보가) 4개월 넘게 일방적으로 씌워진 모략과 프레임이 드디어 벗겨졌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월20일 녹취록 일부 내용(‘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 등)을 공개하면서 ‘윤석열과 법조 카르텔’로 대장동 의혹의 프레임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도 세게 맞받았다. 2월21일 TV 토론에서 조재연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윤(석열) 후보님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모든 자료가 이재명을 가리킨다고 했다. 국민들을 속인 건데 사과할 생각 없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윤 후보는 “전혀 없다.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면 이 후보님은 면책되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조재연 대법관이 해당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분’ 의혹은 다시 안갯속인 모양새다. 조 대법관은 2월2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만배씨와 단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통화도 없었다. (딸의 주민등록등본 등)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이든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다.”

2월28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조 대법관과 자족의 거주관계 소명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조 대법관은 배우자는 1995년 서울 서초동에 전입신고를 한 뒤 현재까지 거주지 변경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첫째 딸은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 둘째 딸은 서울 용산구에, 셋째 딸은 조 대법관과 서울 서초동에 살고 있다.

대장동 ‘그분’ 논란에 대해 ‘사실상 실체가 없다’ ‘법조계 인맥을 과시하려던 김만배씨의 허위 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조 대법관 기자회견 직후인 2월24일 현재까지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에 첫 보도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수 지검장의 발언에 따르면, 정영학 녹취록에 ‘그분’이라는 표현은 단 한 번 나온다. 〈동아일보〉나 〈한국일보〉 보도에 나오는 ‘그분’ 중 하나는 아예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갖은 의혹만 무성히 남긴 채 여야 정치인들의 설전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김만배씨는 1200억원 배당금의 절반이 ‘그분’ 몫이라 했는데, 김씨가 조재연 대법관에게 사줬다는 50억원과 액수가 맞지 않는다. (700억원 뇌물성 대가를 약속받은) 유 본부장보다 더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든 제3자든, 이재명 후보는 아니라는 게 밝혀진 거다. 그게 누군지 밝히는 게 우리의 임무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분’ 공방은 “이재명 게이트”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는다” 등 김만배 전 부국장의 발언이 추가 공개되면서 2차전을 맞았다. 정확한 문맥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