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기후위기. 지금 히로시마 원폭 1초에 5개씩 터져... 미친 세상 끝내야

道雨 2022. 4. 6. 11:21

"기후위기? 세상 변화 모르는 윤 당선자가 더 위험"

[삼보일배오체투지人]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인터뷰 ①

 

 

0.5도.

국제사회가 정한 지구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이다. 일교차가 큰 온대지방에선 피부에 와 닫지 않는 수치이지만, 지난 80만 년 동안 가장 빠른 기온 변화는 1000년에 1도였다. 그런데 최근 100여 년 동안 1도 올랐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해야 파국을 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 0.5도 남았다.

0.73%p.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4만 7077표를 더 얻어 승리했다. 0.5도가 인류의 존폐 여부를 가르듯, 이제 박빙의 승부가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의 정책 항로를 결정한다. 전 세계 화두인 기후위기 대응도 그중 하나다. 특히 국제 정치와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사안이다. 세계 추세를 거스르면 우리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위험의 징후] "RE100이 뭐죠?"

"기후위기보다 우리나라 정치가 더 위험합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자 토론회 때처럼 말로만 내지르는 게 아니라, 이제는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길 실제 수단을 갖고 있어요. 진짜 큰일 났습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가 내비친 위기 의식이다. 지난 대선 후보자 토론회 때 "RE100이 뭐냐?"라고 되물었던 윤 당선자, 또 '탈원전 정책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그의 공약도 위험천만한 징후라는 것이다.
  

 

- 정권교체 실감…'文정부 정조준' 원전수사 급물살
- 文정부 탈원전 지우는 인수위…망가진 원전 생태계 회복 '급선무'

 
선거가 끝나자마자 연일 포털을 장식하는 이러한 원전 관련 언론 보도는, 문재인 정부 때 숨죽였던 원전 찬성론자들이 쏘아 올리는 축포로 볼 수 있다. 대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국제적으로 '기후 깡패'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대한민국 상공에는 지구온난화의 우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500회 강연] 지구가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기후변화 햇빛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기후위기 전문서점인 '길담서원'(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그를 만났다. 조 교수는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지난해 말 ㈔세상과함께는 '기후위기 전도사'로 불리는 그를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의 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조 교수를 만나기 전, 지난 2019년에 펴낸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도서출판 동아시아)부터 읽었다. 인류 탐욕의 결과물에 대한 과학적 사실이 빼곡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빨간 지구에 대한 명쾌하고도 과학적인 원인과 분석, 대안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 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도 담겼다.

그래서였다. 그부터 알고 싶었다. 4년 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은퇴한 뒤 그는 열정적으로 기후 위기를 전파하고 다녔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낸 뒤부터 본격적으로 '환경 운동가'로 나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온 조 교수는 지금까지 500회 이상 강연을 했다. 왜일까?

그는 "그동안 인간이 개발과 각종 에너지원 채취 등을 통해 지구를 무분별하게 수탈해왔지만 이제는 기상이변 등을 통해 지구가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라면서 "과학이 이런 상황을 끝장낼 수 있는 사회 변혁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 과학자의 사명감으로 읽혔다.  

 

[기후위기와 정치] 좋은 사람과 좋은 세상

기후위기와 정치의 관계부터 물었다.

"일회용품 안 쓰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이죠. 그런데 그것만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어요. 정부가 일회용품 안 쓰자고 계몽을 하는데, 대중교통 이용하는 게 10배 이상 효과가 큽니다. 설사 모든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정부가 석탄발전소를 한 개 지으면 무력한 존재가 됩니다. 정치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으로 바꿔야죠."

그가 예로 든 것은 유럽 주요 도시의 교통 분담률이다. 자전거가 50%에 달하는 곳도 있다. 그는 "코펜하겐에서 '왜 자전거 타냐'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했는데, '환경 보호' '기후위기 대응' 등에 동그라미를 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대부분 '빠르고 편리하다'는 항목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게 구축되면 천천히 가도 1시간에 10km는 갈 수 있다"면서 "개인이 선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른다

그렇다면 '윤석열식 정치'는 어떨까? 지난 대선 후보자 토론회 때 RE100을 모른다고 해서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았다.

"저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기후 의제는 유엔 차원에서 국제적으로 정해진 겁니다. '재생에너지로 물건을 안 만들면 그걸 수입하지 않을 거야!' 이게 RE100입니다. '탄소로 물건을 만들면 거기에 관세를 때릴 거야!' 이게 탄소 국경세입니다. 우리는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하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죠. 이런 국제 흐름을 거스르면 생존 자체가 고통일 겁니다."

조 교수는 윤 당선자가 지난해 11월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이 됐던 것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목표조차 부족하다고 국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라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산업계에 인심 쓰듯 말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윤 당선자가 내걸었던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최강국 건설' 공약에 대해서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구별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2020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 중 핵 발전이 4.3%를 차지했는데, 수력을 제외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5.7%"라면서 "핵발전업계가 재생에너지는 보조적 에너지원이라고 주장을 해왔는데, 이제는 핵 발전을 추월했고 해마다 그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시 예를 들었다.

"일본은 터키와 영국에서 원전을 수주했고 5조 원을 투자한 상태에서 포기했어요. 5조 원을 날렸는데, 왜 그랬을까요? 원전 건설에 10조 원 이상 들어가고, 30년 이상 돌려야 이윤이 납니다. 그때가 되면 재생에너지가 지배적인 세상이겠죠. 누가 원전을 돌릴까요? 30년 동안 10조 원을 그냥 묶어두는 것, 이건 자본 시스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는 "일본 도시바가 미국의 핵발전 회사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는데, 회사 전체가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짓는다면, 세금, 즉 공적자금을 투입하자는 것인데, 자본 시장의 시스템에 내맡기면 쫄딱 망한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기에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SMR] 강남 한복판에 지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왜 해외에서는 원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의 나라들은 핵폭탄 보유국가이기에, 국제 정치적으로 핵 헤게모니를 쥐려면 핵발전소를 유지해야만 한다"라면서 "지금 우리는 핵폭탄을 제조할 수조차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최근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SMR)도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빌 게이츠 등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탄소중립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기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발이 추진됐는데, 윤석열 당선자는 이를 주요 공약으로 채택해 원자력업계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그간 큰 원전을 지은 것은 효율 때문입니다. SMR이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작게 만들면 비용이 더 들겠죠. 기존 원전의 4분의 1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걸 천 개, 만 개 만들어야 싼 겁니다. 10개, 20개 지어서는 답이 안 나오죠. 또 우리가 안정성을 확보한 기술이 있나요? 언제 설계하고, 테스트하고... 10년 내에 결판을 내야 할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자꾸 엉뚱한 이야기합니다."

그는 "빌 게이츠의 취지는 송전망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여 효율을 최대화하려면 전력을 쓰는 그 지역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강남 한복판, 서울의 구마다 SMR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그럼에도 윤 당선자측은 최근 충남 당진에 짓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에서 지역에 사는 게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원전 최강국] 우리에겐 비극의 길

그에게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윤 당선자의 공약을 한 마디로 평가해 달라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비극의 길"이라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지구 위기의 시대에 세계적 프레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에너지뿐만 아니라 경제의 문제이기도 하죠. 이산화탄소 감축량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엄청날 겁니다. 우린 원전으로 막겠다고 할 태세인데, 부지 마련하고 짓는 데만 10년 걸립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4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은 기후 위기가 아니라 시장 위기를 먼저 맞게 될 겁니다."

그가 지구온도 '0.5도'보다, 지금 당장은 '0.73%p'가 더 위험하다고 강조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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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히로시마 원폭 1초에 5개씩 터져... 미친 세상 끝내야"

[삼보일배오체투지人]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인터뷰 ②

 

[* 기후 위기에 대한 조천호 교수의 '짧은 강연' 1편("기후위기? 세상 변화 모르는 윤 당선자가 더 위험")에서 이어집니다.]
 

 
"이 미친 세상 끝내야 합니다."

'기후위기 전도사'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절박했고 단호했다. 현재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은 3%이다. 그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0년을 기준으로 23년 뒤에는 2배, 2100년이면 20배가 된다"라고 전망했다. 2200년에는 370배, 2300년이면 7000배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성장해왔던 것처럼 이런 경제 규모는 인간의 두뇌와 근육의 힘으로만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그 경제 규모를 성취하려고 자원을 수탈하면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쓰레기를 쌓아야 합니다. 그런 세상이 존재할 수 있나요? 무한성장 패러다임을 버리지 않으면 위기입니다. 이미 넘쳐나는 세상을 만들었는데 지금도 결핍, 결핍, 결핍... 이 미친 세상을 끝장내고 바꿔야 합니다."



[해묵은 논쟁] 개발이냐 환경이냐

지난 3월 24일 기후변화 햇빛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기후위기 전문서점인 '길담서원'(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그를 만났다. ㈔세상과함께가 지난해 말에 제2회 삼보일배오체투지환경상의 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한 조천호 교수. 지금까지 방송 출연과 언론 기고뿐만 아니라 500여 회에 걸쳐 전국을 돌아다니며 기후위기를 경고해온 그로부터 '짧은 강연'을 듣고 싶었다.

"환경이 밥 먹여 주냐?"

지난 수십 년간 환경운동가들을 옥죄어왔던 질문이다.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두고 대립할 때 개발론자들이 상대편을 향해 비꼬듯 퍼부었던 힐난이었다. 대부분의 논쟁에서 개발론자들의 주장이 먹혔다. 조 교수는 이를 다른 명제로 대체했다.

"우리가 앞으로 밥을 계속 먹을 수 있는지는 개발이 아니라 환경이 결정합니다. 막연한 추정과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겁니다."
   

 
[30억 개의 원폭] 히로시마 원폭, 1초에 5개씩 터진다

우선 그에게 기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고 했다. 그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예로 들었다.

"지금도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5개가 터질 때 생기는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에 잡혀 있습니다. 1980년 이후로 따지면 30억 개의 원폭이 터졌어요. 그 에너지를 잡고 있는 건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입니다. 매일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이 우주로 못 나가 지구는 지글지글 끓습니다."

그가 말하는 30억 개의 원폭 에너지, 왜 우리는 그런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그 에너지가 공기 중에만 있다면 인류는 벌써 박살이 났을 것"이라면서 "공기 중에는 2%가 잔류하고, 90% 이상을 해양에서 빨아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계속 해양에서 에너지를 빨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해양의 열 수용 용량은 공기보다 1000배에 달한다"라면서 "대기는 금방 변하고 회복이 되는데 바다는 서서히 변하고, 변화하면 끝장을 본다"라고 말했다.

"가령, 모터보트는 항구에 입안할 때 바로 앞에서 브레이크를 잡습니다. 모터보트가 대기라면 바다는 유조선입니다. 항구에 들어오기 전 20~30km 바깥에서부터 브레이크를 잡죠. 자기 질량의 관성 때문입니다. 거대한 바다가 변화하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1도 상승] 1000년을 100년으로 앞당겼다

그래서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는 1도 올랐다. 이게 뭔 대수일까? 온대지방에 사는 우리는 매일 새벽과 대낮에도 10도 이상 차이나는 걸 경험해왔다. 하지만 그는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라면서 "빙기와 간빙기를 거듭하면서 변화를 겪은 지구의 가장 빠른 기온 변화는 1000년에 1도였는데, 인류는 이보다 10배 빠르게 변화시켰다"라고 우려했다.

날씨와 기후의 차이? 이 역시도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구별되지 않는 말이다. 그는 매년 떠들썩하게 언론 지면에 오르내리는 미세먼지를 예로 들었다.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 사이에 파괴되죠. 일주일 지나면 제로(0)로 떨어집니다. 이는 우리 세대의 문제일 뿐이죠. 하지만 온실가스는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공기에 누적됩니다.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극단적인 날씨,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기사죠. 정상이라면 100년에 한 번만 읽어야 하는데 우리는 매년 그런 기사를 봅니다. 극단적인 날씨가 일상인 시대로 접어들었죠."

그는 "지금 당장 극단적인 가뭄, 극단적인 장마로 무너질 만큼 허접한 대한민국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런데 앞으로 지구 온도가 1도 더 올라가면 식량 생산이 10% 줄어들 것이고, 식량 자급률 약 20%인 우리나라는 상상하지 못할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쇄효과] 산호초 전멸, 인류 문명 수몰, 전염병...

지구온도 1도 상승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산호초는 0.5도 올라가면 70~80% 없어집니다. 1도 올라가면 전멸하죠. 그런데 어류의 4분의 1은 어린 시절을 산호초에서 보냅니다. 그만큼 바다에 물고기가 줄어들 겁니다. 과거에는 신형 선박을 띄우고 그물을 촘촘히 만들어서 어획고를 늘렸는데, 지금까지처럼 공학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왔습니다."
   

 
수면 상승도 문제다. 지금까지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00년경 해수면이 1m 정도 상승한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예측한 결과치다. 그는 "IPCC 보고서는 빙하가 겉에서부터 녹는 것만을 계산한 아주 보수적인 전망으로, 급변 요소를 뺀 분석"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위성으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계속 관측하는 데 빙하에 금이 가고 있어요. 위험한 신호입니다. 가령 사탕을 입에 넣고 빨면 오래가지만, 이빨로 깨면 순간적으로 표면적이 늘어나면서 녹아 없어집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 수면이 7m 상승합니다. 남극 빙하가 녹으면 60m 올라가죠.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도래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빙하에 금이 가고 있는데 이 중 일부라도 완전히 깨져서 수면이 3m 정도만 올라간다면 해안에 건설된 대부분의 인류 문명은 수장됩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시베리아나 캐나다 북쪽은 동토 지대입니다. 동·식물이 수십만 년 동안 꽝꽝 얼어 있죠. 거기서 나오는 매머드는 화석이 아니라 살과 털이 붙은 채 멀쩡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살점을 떼어서 현미경으로 보면 바이러스가 살아 있죠. 동토 지대는 북반구 육지 면적으로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동물 사체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지요."

그는 지구온난화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증폭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령 2000년대 들어와서 창궐했던 메르스, 사스, 에볼라, 코로나19 등은 가축이 아니라 야생으로부터 왔다. 서식지가 파괴돼 생긴 후과이다. 인간과의 접촉면이 넓어진 탓이다. 또 기후 변화로 열대 지역이 확장되면서 온대 지역이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

그는 "열대지방의 풍토병은 대부분 진드기나 모기 등 곤충을 매개하고 아열대로 변하는 우리나라에서 뎅기열을 일으키는 흰줄숲모기가 발견되기도 한다"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2050년에는 산악지역을 제외한 저지대는 뎅기열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탄소 포집] 호주 전체를 사탕수수 밭으로 만들어야

최근 언론 지상에 지구온난화의 구원병처럼 오르내리는 '이산화탄소 포집기술'도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위험은 과거 그 어떤 위험과도 차원이 다르다"라면서 "물질적 한계성을 넘어서서 일어난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기술은 IPCC가 2018년 보고서에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사탕수수밭의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사탕수수를 발효한 알코올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력을 생산한다는 겁니다. 실험실에서는 잘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1.5도 상승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의 사탕수수 밭이 필요할까요? 호주 면적이 나옵니다. 누군가는 굶어 죽어야 하죠."
  

 
그는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재생에너지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로 우리나라 전력 소모량의 몇 퍼센트를 충당할 수 있을까? 

그는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재생에너지를 정책적으로 밀고 나간다면 상당 부분 충당이 가능하다"라면서 독일의 예를 들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50% 정도입니다. 우리는 5~6%인데요, OECD 국가에서는 아직 밑바닥이죠. 독일을 아시아로 쭉 끌고 오면 몽골 위쪽에 있는 나라입니다. 태양광은 저위도로 가면 엄청 효율이 좋아지는데요, 대한민국은 독일에 비하면 태양광의 천국입니다. 풍력은 독일에 비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상공에는 제트기류 흐르고 있어요. 바람이 없는 나라라고 보기 어렵지요."

그는 "일부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폄훼하려고 우리나라를 북유럽의 바람이 가장 센 나라나 사막과 비교하고 있다"라면서 "독일이 삶의 공간에서 재생에너지를 50%로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희망의 근거]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극복한 신인류 탄생할까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자는 '원전 최강국 건설'을 외치고 있다. 핵 산업에 기대어 세금으로 부를 축적해온 경제계와 보수 언론들도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깎아내리며 핵 발전을 지상과제인 양 부르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그에게 희망의 근거를 물었다.

"위험에 처했을 때 인류는 도약했죠. 기후위기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홀로 만드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 함께 만들 때 가능하죠. 우리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위험에 즉각 반응하며 생존해왔습니다. 기후위기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입니다. 지성과 과학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면 인류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겠지요."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 '기후위기 전도사'로 인류 멸절을 경고하지만, 신인류 탄생의 초입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그는 과학자이자 환경 투사이며 희망의 전령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