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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이상한 탄소중립 정책, 바꾸지 않으면 자멸할 수도

道雨 2022. 4. 6. 11:55

매우 이상한 탄소중립 정책, 바꾸지 않으면 자멸할 수도

[Issue] 에너지 패권과 에너지 전환 ③ : 급변하는 국제 에너지 정세, 뒤처지는 국내 상황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재생에너지로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다. 그랬다면 기후변화와 국가안보 대처에 더 좋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등 다양한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었다. 에너지소비가 많은 미국의 상황을 생각할 때,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20% 정도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언급되는 독일은 50%에 육박하며, OECD 유럽 국가의 평균은 이미 40%를 넘겼다. 미국 재생에너지 전환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격히 낮은 상황이다. 그만큼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서,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같은 해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7% 남짓이다. 

 

늘어나는 한국전력 적자,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

우리나라 에너지에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전력 부문만 놓고 보면, 전체 전력의 2/3 정도를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이 가장 크다. 에너지 가격 폭등 같은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상승 압박은 어느 때보다 크지만, 국내 논의는 이와 동떨어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제시한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이다. 늘어나는 연료비 부담으로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2020년 4조 863억 원 흑자에서 2021년 5조 860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 영업이익 적자가 최대 2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회사채 발행액도 2020년 3조 5200억 원에서 2021년 10조 43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적자 폭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1분기 한전의 회사채 발행 비중만 1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회피일 뿐"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폐쇄가 결정된 핵발전소는 월성 1호기뿐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까지 합해도 2기의 핵발전소가 폐쇄되었다. 그 사이 신고리 3, 4호기가 준공되어 운영 중인 핵발전소 숫자는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신규 핵발전소의 발전 용량이 노후핵발전소에 비해 2~3배 정도 크기 때문에, 전체 핵발전 가능 용량은 증가했다. 그런데도 '기-승-전-탈원전 반대' 논리로,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라가게 된다'라는 거짓주장을, 보수 야당과 언론은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기후위기 심화와 급변하는 에너지 정세에 맞춰 재생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이뤄야 한다는 해외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가짜뉴스의 진위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대한 고민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한전 적자는 누적되고 있다. 미약하게나마 만들어진 에너지 전환의 동력도, 윤석열 정부를 통해 소실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와 남의 나라 얘기처럼 언급되는 '1.5도 목표'

한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1.5도 목표' 역시 진지하게 고민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은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라는 내용의 1.5도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미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정도 올라간 상황에서, 막연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목표를 설정한 것이었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 전환에 매진하는 것 역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재 계획은 너무나 부실하고 안이하기 이를 데 없다. 작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에 제출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하니, 1.5도 목표는 고사하고, 지구 평균온도가 2.7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었다. 각국 정부가 제출한 모든 목표를 달성한다고 할지라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모든 국가는 1.5도 목표를 준수하기 위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시 제출할 것을 결의하고, 글래스고 기후 회의는 끝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울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출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1.5도 목표와 무관한 목표이다. 과거 정부 목표보다는 상향된 것이지만, 국제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4곳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OECD 국가들의 경우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 등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권고를 따르지 않고 있다. 

수송 부문에서는 녹색대중교통 확대를 통해 자동차 등록 대수를 줄이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자동차 등록 대수는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고, 휘발유 차와 경유 차는 물론이고 전기차까지 증가하는 매우 이상한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지만, 기후위기를 또 하나의 경제적 기회라며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생긴 해프닝이다.  



하루빨리 가야 할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의 길

올해는 로마클럽이 인구 증가, 산업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성장의 한계'가 발표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전까지 인류는 마치 게임 속의 '무한 맵'처럼 지구를 생각해왔다. 드넓은 지구에 자원은 무한하고, 다양한 공해물질 배출 역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50년 전에는 하나의 보고서로 이런 내용을 파악했다면, 계속되는 기후위기와 급변하는 에너지 정세 속에서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지속된 화석연료 중심 사회를 바꾸는 것이고, 그동안 경제와 산업, 인류 인식 곳곳에서 뿌리 박혀 있는 화석연료 중심사고를 바꾸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정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과거로의 회귀나 일시적인 회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문제를 악화시키게 된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탈피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중심이 되는 우리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멸할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매진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