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47년 만에 ‘무죄’ 83살 유정식씨…‘간첩 조작’ 20년 옥살이

道雨 2022. 7. 8. 12:31

47년 만에 ‘무죄’ 83살 유정식씨…‘간첩 조작’ 20년 옥살이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공범 지목
불법구금 상태서 허위자백 “국가배상 소송 검토”

 
* 지난해 8월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KBS 다큐멘터리 ‘스파이’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유신정권 시절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이와 공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피해자가 재심에서 47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75년 1심 사형, 이듬해 2·3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유정식(83)씨의 재심에서 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북한으로 탈출했다거나 반국가단체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 또는 일본으로 탈출했다는 사실,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에 동조하거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 등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유씨가 공범으로 연루됐던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은 1975년 11월 중앙정보부가 유신헌법 발표로 악화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공작한 사건이다. 당시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은 “북한 지령을 받아 유학생을 가장한 간첩이 국내 대학에 침투했다”며, 재일동포 13명 등 총 21명을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축산기술 연수생으로 일본에 체류했던 유씨는, 1975년 3월 재일교포 간첩 조작 사건 주범과 공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연행됐다. 이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폭행 등 각종 고문을 당한 끝에, 월북했다는 등의 허위진술을 해야 했고,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법정에선 뒷자리에 앉은 중앙정보부 직원으로부터 “딴소리 하면 또 중앙정보부에 끌려갈 것”이라는 등의 협박을 받아 허위자백을 해야 했다고 한다. 유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돼 20여년간 복역한 뒤 1998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후 2020년 재심을 신청했다.

이날 재심 재판부는 판결 선고 뒤 “피고인이 걸어온 과거 삶에서의 명예가 뒤늦게나마 회복되고, 가족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유씨를 대리한 장경욱 변호사는 “국가배상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