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우조선 파업에 ‘공권력 투입’ 무력시위 할 땐가

道雨 2022. 7. 20. 09:42

대우조선 파업에 ‘공권력 투입’ 무력시위 할 땐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국민이나 정부나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는 전날 발언보다 수위가 한층 높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정부는 더는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를 찾아 파업 현장을 둘러봤다.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무력시위’ 성격이 다분해 보인다.

 

정부의 이런 강경 기조는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이제 막 머리를 맞댄 대우조선 노사의 대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대우조선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의 4자 협상은 지난 15일에야 시작됐다. 노사 교섭이 늦어진 것은 하청업체들이 ‘우리는 해줄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원청업체 대우조선이 하청 노조의 대화 요구를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도 파업이 시작되고 40여일이 지나도록 ‘하청업체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으로 수수방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하청 노조가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정부가 지난 14일 뒤늦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해놓고, 불과 나흘 뒤인 18일부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석연치 않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날로 떨어지자, 약자인 하청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쪽과 협상 중인 하청 노조를 겁박해 ‘백기 투항’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면,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정부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청노동자들은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 내부의 철제 구조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섣불리 강경 진압에 나섰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공권력 투입 운운할 때가 아니라 노사가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거들어야 할 때다. 5년간 삭감·동결된 임금을 정상화해달라는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 앞에서, ‘법치’니 ‘엄단’이니 엄포만 놓는 건 국정을 이끄는 정부가 아닌 일개 사정기관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 2022. 7. 20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