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전두환의 신군부 뺨치는, 윤석열의 신‘검’부 정권

道雨 2022. 7. 26. 09:38

전두환의 신군부 뺨치는, 윤석열의 신‘검’부 정권

 

 

나의 기자 초년 시절에 이른바 ‘빅 세븐’이란 말이 있었다.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직을 일컫는 말이다. 청와대 정무수석, 여당 사무총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보안사령관(현 기무사령관), 국세청장, 안기부 국내 차장(현 국정원 2차장)이었다. 국가권력의 요체는 형벌권과 조세권이다. 그 권한들을 직접 조율하고 담당하는 자리였다.

 

당시는 전두환 신군부 정권의 그림자가 짙던 노태우 정부 시절이라서,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여당 사무총장, 보안사령관, 안기부 국내차장이 배후에서 인사권과 정보채널을 쥐고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의 형벌권과 조세권을 조정하고 지휘했다. 하지만 정치 민주화가 되면서 형벌권과 조세권을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이 ‘빅 스리’로 남게 됐다.

 

10·26 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해임을 놓고 쿠데타까지 가는 군부 내 권력투쟁이 벌어져, 그가 승리해 신군부 정권이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하려다 ‘되치기’당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신군부 정권에 비견되는 신검부 정권이라고 할 만하다. 신군부 정권에서는 군인이 실력자였는데, 신검부 정권에서는 검사가 실력자다.

 

신검부 정권에서는 ‘빅 스리’조차도 ‘자이언트 원톱’으로 바뀐 것 같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검증과 정보 채널까지 모두 장악했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허구한 날 사발통문을 돌리며 검찰권 독립을 지키자는 집단행동을 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에 한번 모였다가 ‘하나회의 12·12 쿠데타’라며 반란세력으로 몰리고 있다. ‘신검부 정권’이 할 소리인지 정말로 헷갈린다. 검찰이 하면 로맨스이고 경찰이 하면 불륜이라는 ‘검로경불’이다.

 

형벌권은 국가권력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권력이나, 그 대상은 한정적이다. 반면, 조세권은 국민 모두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권력이다. 형벌권 독점에 이어 조세권 남용도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느닷없이’ 연 13조1000억원 규모의 감세를 발표했다. ‘느닷없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이번 감세에 포함된 전례없는 대기업과 부자 감세 등은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감세액 중 절반 정도인 6조원이 대기업과 집부자 감세이다.

 

이번 감세안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려면, 최근 영국 총리 경선에서 논란이 큰 감세 규모와 비교하면 된다. 총리 유력 주자인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은 연 300억파운드의 감세를 주장해 보수당 내에서도 큰 역풍을 받고 있다. 300억파운드면 우리 돈으로 47조2060억원 정도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이 3조3760억달러이고, 한국은 1조8000억달러이다. 조세부담률에서 영국은 30%, 한국은 20% 내외이다. 이런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의 윤 정부는 지금 영국과 같은 규모로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내세우는 트러스는, 이번 총리 경선에서 대처가 추진했던 작은 정부를 흉내내려고 이번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혹독한 역풍을 맞고 있다. 대처 내각에 재직했던 보수당 원로들이 대처 총리라면 그런 감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오름세 상황에서 감세는 보수주의의 덕목인 재정적자 감축에도 역행한다고 비난했다.

 

총리를 결정하는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감세가 초점이 되자 보수당의 지지율도 빠졌다. 공공서비스 축소를 우려해서다. 지난 총선 때 보수당을 찍은 유권자의 39%가 지지를 철회할 의사를 보였다. 그래도 트러스는 300억파운드 감세의 대체 재원으로 정부 차입을 밝혔다.

윤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60조원 이상의 감세로 비워질 곳간을 어떻게 채울지 언급은 않고, 그냥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한다.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어도 집권 뒤에는 그 공약을 최소화하려 한다. 감세나 증세는 선거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선 때 언급하지 않았던 대규모 감세를, 경기침체로 재정 수요가 커질 상황에서 불쑥 내미는 것은 무슨 초식인지 모르겠다. 역대 세제개편에서는 국책연구기관들의 자문과 검증을 거쳤는데, 이번에는 어떤 기관이 그 역할을 했는지 오리무중이라는 얘기가 경제계에서 나돈다. 경제 관료가 관여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과 부자에게 한정된 포퓰리즘이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윤 정부는 지지층 다지기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행정부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감세도 많다.

 

형벌권 독점과 조세권 남용도 개의치 않는 신검부 정권의 탄생과 질주를 지금 목격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한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