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일상 멈춘 ‘카카오 사태’가 드러낸 ‘디지털강국’ 민낯

道雨 2022. 10. 17. 09:43

일상 멈춘 ‘카카오 사태’가 드러낸 ‘디지털강국’ 민낯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포함한 카카오 서비스가 15~16일 이틀에 걸쳐 18시간 넘게 중단됐다.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15일 오후 3시30분께부터 카카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카카오톡이 10시간 넘게 끊어진 건 출시 12년 만에 처음이다. 많은 시민들이 메신저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결제, 택시, 송금 및 자산관리 등 각종 경제 및 이동 서비스에 불편과 피해를 겪으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휴일이 아닌, 평일에 벌어졌으면 피해 정도는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독점 민간기업에 과도하게 기댄 한국 정보화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선 카카오의 실시간 백업 체제 구축 미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에 대해서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동시에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이 제대로 돼 있으면, 비록 화재나 지진, 테러 등으로 한곳에서 작동을 멈춰도, 곧바로 다른 센터에서 실시간 백업 시스템이 작동돼 서비스를 즉각 재개할 수 있다. 2018년 케이티(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 이후 이미 제기돼왔던 문제다.

카카오 쪽은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이원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번 사태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그동안 문어발식 플랫폼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자회사 물적 분할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임원들의 스톱옵션 매도로 인한 자기 이익 우선 실현, 불투명한 자회사 운영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시장에서 수많은 이득을 올리고 급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공적 책임을 지녀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컸으나, 국민기업으로서의 공적 책임감이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서둘러 수습하고, 필요한 보상안과 재발을 막을 근본 대책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디지털 서비스’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아울러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2018년 과기정통부가 플랫폼 기업의 ‘주요 데이터 보호 의무’까지 추가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기업 재산권 침해’, ‘산업 발전 저해’라는 기업 논리에 막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이렇게 생활 전반에 직접 연결된데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기술적 특성상, 면밀한 제도적 보완이 상시적으로 따라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급성장하는 플랫폼 사업에 대해 이용자 보호 조치보다 육성 전략에만 치우친 게 이런 사태를 불러온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정부가 대국민 행정서비스 상당부분을 카카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 2022. 10. 1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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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연락처는 카톡뿐…” 카카오 과의존 드러낸 ‘디지털 정전’

 

 

 

멈춰버린 소통…“아는 연락처, 카톡 프로필뿐”
금융서비스부터 인증까지 먹통
자영업자·택시기사 등 생계 문제까지

 

 

 

카카오가 멈추자, 카카오 주요 서비스로 연결돼 있던 시민들의 생활도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이틀에 걸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전국적 디지털 블랙아웃(대정전)을 방불케 했다. 채팅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 서비스가 금융과 쇼핑, 이동수단 등으로 무한확장하며 일상생활 전반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대체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며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와 기업들도 피해를 입었다.

 

서비스 장애가 하루를 넘긴 16일, 카카오톡 메신저가 주요 소통 수단인 이들은 고립감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 문자나 통화로 소통을 대체하니 “스마트폰 이전 2G 휴대전화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라는 글이 쏟아졌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기보다 카톡 프로필을 주고받는 Z세대에게는 ‘소통 단절’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벌어졌다. 대학생 최제환(20)씨는 16일 “전날 저녁 8시에 카카오톡으로 팀 프로젝트 과제를 하기로 했는데, 팀원 연락처가 카카오톡 프로필밖에 없어서 연락하지 못해 과제 제출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주말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직장인들의 불편도 컸다. 송도희(30)씨는 “업무 관련 내용도 카카오톡에 많고, 자료 백업용으로 카카오의 업무 툴 ‘아지트’를 쓰고 있어서 난감했다. 출력한 문서와 이메일 등을 뒤져 업무 자료를 찾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했다.

 

신소영 기자

 

 

카카오 서비스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고객 단절’을 경험했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예약을 받던 1인 자영업자들은 인스타그램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받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경기도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일하는 최주은(19)씨는 “하루에 20건 정도는 기프티콘을 이용한 주문이 들어오는데, 기프티콘 주문도 번호 조회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매출에 타격이 있다. 상황을 잘 모르고 ‘왜 기프티콘 사용이 안 되냐’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도 불만을 쏟아냈다. 김지우(28)씨는 “비상금을 카카오페이로 충전해 사용하는데 이번 사태로 돈을 다시 계좌로 뺐다”고 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문·안면 인식으로 개인인증을 할 수 있는 인증서를 운영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앱이나 쇼핑몰, 각종 핀테크와 대행사이트 접속을 카카오로 해놓은 사람들과 카카오 인증서로 관리하는 사람들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거의 주민등록 말소 상태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인증을 통해 로그인하는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멜론,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도 공지를 통해 로그인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모빌리티 서비스도 중단되며, 각종 이동수단도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티(T) 택시 플랫폼을 이용하던 택시기사들은 “하루 장사 공쳤다”고 푸념했다. 법인택시 기사 김영호(60)씨는 “카카오콜을 이용하지 못하니 적절한 코스로 손님을 태우지 못해 수입이 평소의 60% 수준이었다. 5년 차 이하 택시기사들은 카카오콜로 손님을 태우는 데 익숙해서 길에서 타는 손님이 어디에 많은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아예 하루 영업을 접었다”고 했다.

 

박종식 기자

 

 

코로나19 환자 병상 배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긴급대응상황실 병상배정반과 각 지역 보건소, 병원 관계자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환자 발생을 보고하고, 병상 수를 확인하는 소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명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상배정반과 병원 의료진 20여명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병상 배정을 논의해왔다. 새로 들어온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보고하면, 배정반이 병상을 지정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어제(15일) 오후부터는 카카오톡이 되지 않아 개별 의료진에게 문자와 전화로 통보가 오고 있어 병상 배정이 매우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병상 배정이 늦어져 20시간 넘게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엔에스(SNS)에는 카카오 킥보드 반납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 요금이 수십만원 나왔다는 사례,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배달 라이더, 카카오대리 이용이 안 돼 대리운전 영업을 하지 못했다는 사례 등이 공유됐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디지털 블랙아웃한국사회가 단일 플랫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카톡공화국’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카카오처럼 시민 수천만명의 생활 전반에 침투해 정부와 기업, 시민을 하나로 묶어놓는 플랫폼을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민간기업 서비스에 대한 국민 의존도가 높고, 공공재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카카오가 유일한 사례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연결돼왔기 때문에, 시민들도 별다른 방법 없이 카카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될 것이다. 독과점이 무서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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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에 “통신사처럼 법적 책임 져야” 목소리 커져

 

 

 

메신저·교통·결제 장애로 국민 생활 불편
“재난관리계획 적용 대상 사업자에 넣어야”

 

 

에스케이씨앤씨(SK C&C) 분당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등의 먹통으로, 인터넷 생태계와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재난 상황을 겪은 것과 관련해,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 사업자도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에 준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톡 등 일부는 부가통신서비스지만 기간통신서비스 못지 않게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기본계획’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이를 시도했으나, 인터넷 기업들의 반발로 좌초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6일 경기도 분당 에스케이씨엔씨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부가통신서비스가 기간통신서비스보다 법률상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보았듯이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부가통신서비스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 대상에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주요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를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계획에 포함시키는 법은 2018년 11월 케이티(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 이후 디지털 경제의 주요 요소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립하는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 적용 대상 사업자에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종편방송사업자에 더해, 일정 규모 이상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운용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시키는 게 핵심이다.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 보호’를 추가하는 것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나서서 “데이터센터가 재난 상황으로 중단되면 국민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민생 현안”이라고 강조하며 법 개정을 적극 추진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기업 재산권이 침해되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관련 기업들의 주장이 먹혔다.

 

하지만 이번에 카톡 등 카카오 서비스들의 장애로 메신저, 택시, 금융서비스(카카오페이) 등 인터넷 생태계 전반이 휘청거린 사태를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모호하게 돼 있는 부가통신서비스 서비스 장애 시 배상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부가통신 사업자에 이용약관 신고 의무를 부과해, 이용자 보호 조치가 강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 사업자에게만 이용약관 시행 전에 정부에 신고하고, 장관이 보완을 요구하면 따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카카오 이용약관을 보면, 손해 배상 항목과 관련해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 상태에서 발생하는 손해’나 ‘제3자가 회사 서버 전송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등에 대해선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보상 회피 규정을 두고 있지만, 정부가 보완을 지시할 법적 근거가 없다.

2020년 12월 대형 부가통신 사업자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 조치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카카오 서비스에서만 최소 11차례 크고 작은 장애가 발생했지만, 일부 유료서비스에 대해서만 이용료 할인과 쿠폰 제공 같은 간접 보상이 이뤄졌을 뿐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