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오피스텔왕' 전세 사기 터진다... HUG 모를 수 없다"
[2023 경제 어떡해 ①-부동산 상] 장석호 공인중개사... '깡통전세' 행동요령
"올해와 내년에는 오피스텔 위주로 전세 사기 피해들이 발생할 겁니다."
심각하면서도 단호한 말투였다. 인터뷰 요청 전화에 그는 거두절미하고 이런 말부터 쏟아냈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한 일명 '빌라왕'이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에 이어 유사 사건들도 연일 터져나오는데, 이런 피해들이 계속해서, 그것도 오피스텔에서도 불거질 거란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새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다는 '현장형 전문가' 장석호 공인중개사.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최근 불거진 전세 사기의 구심점을, 박근혜 정부 당시 태어난 '허그(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으로 지목하면서, 이후 관련 제도를 확대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2015년 정부가 내놓은 게 HUG 전세반환보증보험이다. 상품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2015년부터 개인간 임대차계약에도 적용됐다"며 "이후 보증 한도가 실거래가 100%까지 풀렸다. 1억 원짜리 집에 대해 1억 원까지 대출해준 것과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돈 한 푼 없이 갭투기가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축업자,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업자 등이 사기에 가담한 구조를 조목조목 짚어내면서, HUG의 안일한 대응 방식을 맹렬히 비판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갭투기 세력들을 보면, 서울 화곡, 경기 부천, 인천 미추홀구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며 "한 사람이 주택 500채에 대해 반환보증보험을 신청하는 게 정상적인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경우,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나오더라도 입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장 공인중개사는 조언했다. 또 전세 계약을 고려 중인 이들은 신축 빌라·오피스텔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장 공인중개사는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경매에 들어가면 전세금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임차권 등기하고 경매 신청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공인중개사는 신축 빌라 중개로 분양대행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수수료가 훨씬 높다. 사실 신축 빌라·오피스텔은 일단 계약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장석호 공인중개사가 대표로 있는 경기 광명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2시간30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저금리에 다주택자 세제 혜택으로 역전세 발생"
▲ 장석호 공인중개사가 깡통전세사기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전세 사기 피해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
"MB 정권 때 부동산 규제를 다 해제했음에도 집값이 안 올랐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최종적으로 쓴 카드가 저금리 정책이다. 집권 내 기준금리가 1.25%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전세자금대출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70%까지 확대했다. 전세가격을 올려 매매가격을 올리겠다는 거였다. 여기에 민간임대 활성화라는 핑계로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세제 혜택까지 주면서 부동산 구입을 권했던 것 아닌가.
이후 전세가가 올라가면서 역전세, 깡통전세가 발생했다(기자 주 :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하거나 전세가가 더 높아, 임대인이 집을 팔더라도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내주지 못할 위험이 큰 상태). 그러면서 당시 정부가 내놓은 게 HUG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이다. 상품 자체는 2013년부터 있었지만, 2015년 이전에는 건설 회사의 건설임대에만 적용됐다. 그 이후 개인간 임대차계약에도 적용되면서 (전세 사기가) 사실상 이때 태어난 것이다."
- 반환보증보험이 활성화하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나.
"당시에는 HUG가 예를 들어 (단독·연립주택 기준) 매매가 1억 원에 대해 7000만 원까지만 보증해줬다. LTV 범위 내였다. 그런데 이후 이 한도가 실거래가 100%까지 풀렸다. 빌라의 경우 실거래가가 안 나오기 때문에 공시가격 기준으로 하는데, (보증 한도를) 공시가격의 150%까지 책정한 거다. 이렇게 하면, 실거래가의 100%가 된다. 1억 원짜리 집에 대해 (1억 원까지 보증한 것은) 1억 원까지 대출해준 것과 마찬가지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겠다. 1억 원짜리 집에 1억 원짜리 전세가 들어오면, 집주인에게는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임차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자를 부담하는 거다. 집주인은 돈 한 푼 없이 갭투기, 무피투자(자기자본이 들지 않거나 최소금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구조다."
- 무자본으로 여러 채 사들일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다. 갭투기나 무피투자한 사람들은 오히려 기존 주택 소유자나 건축업자에게 리베이트를 받는다. 집 한 채 사게 되면, 취득세 낼 돈과 용돈 개념으로 플러스 알파를 더 받는다. 한 채 분양받을 때 1000만 원씩 받는다고 가정하면, 200채면 20억 원이다. 그 리베이트만 받고 튀어버린 사람들도 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요즘 얘기하는 '빌라왕'들이다.
지금 나오는 전세 사기 피해는 최소 2년 전 거래된 것들이다. 그런데 세입자들이 왜 이제 아우성일까. 집주인에 대해 세금 압류가 들어가서 그렇다. 그런데 이 집주인은 현금이 없지 않나.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는 1년에 한번씩 부과된다. 3억 원짜리 집을 200채 가지고 있다면 (부동산) 재산이 600억 원 넘지 않나. 종부세가 몇 억 부과됐을 거다. 빌라왕들은 분명히 종부세 부과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처음부터 전세금을 떼먹으려던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노린 것이다."
"감정평가사 안 끼면 불가능한 구조...공인중개사 개입도"
- 그렇다면 전세금은 어디로 흘러간 것인지.
"건축업자나 분양업자들이 챙기고, 감정평가사 나눠주고,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업자에게 나눠주고 그런 구조다. 전세사기 피해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들은 분양대행업자도 아니고, 건축업자나 분양업자 또는 기존 주택 소유자다. 2018년 이후 사건들은 대부분 (HUG) 반환보증보험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사기가 일어난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 감정평가사다. 감정평가사가 없으면 신축 빌라나 신축 오피스텔에서 반환보증보험을 낀 전세사기는 발생할 수가 없다. 신축이라 공시가격이 안 나오기 때문에 주택가격 산출 기준이 없다.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때 주택가격 산정 기준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보면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이 들어가 있다. 규정을 보면, 공시가격이 있고 실거래가가 다 있다 하더라도 감정평가금액이 있다면 그걸 우선하라는 내용이 있다."
- 감정평가사가 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시세가 안 나와 있고, 비싼 전세에는 서민이나 임차인이 거부감을 가진다. 그러면 분양대행업자나 건축주가 '반환보증보험 가입해 주겠다', '전세자금대출도 알선해주겠다'고 나선다. 여기에는 반드시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이 들어가야 한다. 감정평가사가 고의로 높게 평가한 다음 그 평가금액을 기준으로 전세자금대출도 받고, 반환보증보험도 가입하는 거다.
감정평가사가 개입이 안 돼 있다면 공인중개사는 중개 못한다. 감정평가금액이 있고,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되니까 하는 거다. 깡통전세 사기는 공인중개사나 임대인, 또는 분양대행업자의 고의가 반드시 들어간다."
- 감정평가사는 어떻게 고의로 평가금액을 올릴 수 있나.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이 잘못됐다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는 사실 별로 없다. 건축주는 감정평가사에게 토지매입가나 건축가격을 부풀려 얘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증빙할 사람이 없다. (같은 건물을) 두 번째 평가한 평가사는 이미 거래된 실거래가를 토대로 평가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원래 2억 원짜리였던 집을 3억 원짜리로 띄울 수 있다."
- 공인중개사도 낌새를 챘을 것 같다.
"임차인은 매매가나 분양가가 얼마인지 모를 수 있지만, 공인중개사는 분양가를 알 수도 있다. 건축주가 분양가 2억 원짜리 집을 3억 원에 전세로 내놨다고 가정하자. 그러면서 건축주가 임차인에게 '반환보증보험 가입해주고, 이자까지 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임차인 피해가 발생하나? 그렇지 않다.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이번 사건처럼 임대인이 사망하더라도 시간이 걸릴뿐 무조건을 전세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인천 미추홀구 사건은 일반적인 깡통전세 사기와 다르다. 매매가 2억 원짜리 아파트가 1억 원에 전세로 나온 건데, 저렴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선순위 근저당 1억4000만 원이 있는 거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건설업자와 연관된 공인중개사들이 개입한다. 선순위근저당이 높아 의문을 제기하는 임차인에게 공인중개사가 이행보증서를 써준다. '경매 상황으로 낙찰 시 전세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차액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인중개사가 이걸 지급해 줄 능력이 없거나 지급해 줄 의사도 없었다는 게 확인되면 사기가 된다. 공인중개사를 사기로 구속하면 된다."
"경매 낙찰? 현실선 불가능한 얘기...부동산 앱 맹신 말아야"
- HUG는 정말 전세 사기를 몰랐을까.
"갭투기 세력들을 보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서울 화곡, 경기 부천, 인천 미추홀구 등으로 한정돼 있다. HUG 담당자도 지역별로 배정돼 있다. 한 사람이 주택 500채에 대해 반환보증보험을 신청했다 생각해보라.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대한민국 모든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들이 그런 사기를 쳤겠나. 극소수라고 본다.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평가를 악용해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했다면, 그 명단을 HUG에서 작성할 수 있었을 거다. 감정평가서들 조회하면 확인 가능할 거다.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최초 계약에는 반드시 공인중개사 날인이 들어가야 한다. 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가 특정될 거라 본다. 이들만 찾아내도 배후 세력까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시간이 걸릴뿐 결국에는 전세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집값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매에 들어가면 못 받는다. 10억 원짜리 집에 전세 7억 원이 걸려있는 경우 집값이 5억 원으로 떨어졌다 가정하자. 경매로 4억5000만 원에 낙찰돼 버리면, 전세 7억 원 세입자는 경매 신청을 못 할 거다. 깡통전세가 발생하면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임차권 등기하고 경매 신청하라는데, 임대인들에게 부동산 외 다른 재산이 없을 것 아닌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얘기다."
- 전세 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는 부동산 앱을 쓰지 말라고 얘기한다. 젊은 친구들이 스마트폰 앱 많이 쓰지 않나. 젊은 공인중개사들도(부동산 앱으로 불건전한) 업무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한 곳에서 10~20년씩 영업하는 중개사는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경우가) 별로 없을 거다. 요즘 일자리가 별로 없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중개업에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신축 빌라 이런 데가 수수료도 많이 준다. 분양대행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수수료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 훨씬 더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중개 수수료와 다르다. 가능한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서 공인중개사의 사진도 확인하고, 실명도 확인하고, 계약서 쓸 때 그 부동산이 맞나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앱을 이용하면 공인중개사가 아닌 분양대행업자들이 매물을 올린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사실 신축 빌라와 신축 오피스텔은 일단 계약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
-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나.
"앞으로 2년 동안 더 많이 발생할 거다. 올해와 내년에는 오피스텔 위주로 발생할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규제가 강해지면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많이 지었다. 주거용으로 분양되면서, 갭투기들이 들어왔다. 다세대 빌라 피해액은 보통 2~4억 원정도다. 오피스텔은 1억 원 수준이다.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서다. 분양가가 1억 원인데, 1억 5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하는 식이다.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이다. 과거에는 월세가 많았는데, 지금은 다 전세다. 오피스텔마저도 무피투자가 이뤄진 거다. 실제로 저는 경매 물건을 매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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