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
못 사는 것이 아니다.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한 개인은 42만 4000명(2021년)이다. 전년에 비해 3만 명이 넘게 증가했다. 총 금융자산 약 4900조 원 중 이들의 금융자산은 무려 2883조 원에 이른다. 전체 금융자산의 60%다.
또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2361조원(2021년)이나 된다. 전년 대비 14.7%나 증가했다(KB금융그룹 ‘2022한국부자보고서’).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수가 2만 8000채가 넘는다. 반면에 우리 국민의 45%는 무주택자다.
고급 외제차가 경차보다 훨씬 더 잘 팔린다. 백화점 전체 고객의 0.1%가 백화점 전체 매출 20~30%를 책임진다. 경기침체, 경제위기 뉴스 속에서도 명품가게 줄은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갈수록 늘어만 간다.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도 월 평균 수입이 20만 원이 채 안 된다.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은 아주 오랫동안 압도적 1위다(OECD).
우리나라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일터에서 떨어져서, 끼여서, 깔려서 죽는 사람이 한 해에 2000명이다. 이들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코로나가 닥쳤다. 전 세계가 돈을 풀었다. 미국은 무려 6조 달러(7200조)를 국민들 주머니에 직접 찔러줬다. 전 세계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다. 부자들 재산은 가만 앉아서 불어난다. 전 국민에게 똑같은 코로나가 닥쳤는데 빈부격차가 벌어진다.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금리가 올라간다. 부자들 예금 금리도 올라간다. 한 달에 수십조 원이 은행으로 몰려든다. 반면에 서민들 대출 이자 부담도 2~3배 늘어간다. 금리는 똑 같이 올랐는데 한쪽은 자산이 더욱 불어나고, 한쪽은 빚만 더 늘어난다. 인플레이션이 닥쳐도 마찬가지로 빈부 격차가 벌어진다.
이러나저러나 가만히 있어도 빈부 격차가 벌어진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의 존재이유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의료비와 에너지 가격 지원 등 서민들 복지 예산과 공공투자 위한 증세 법안이다. 대기업 등으로부터 10년간 무려 7500억 달러 추가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법안이다.
유럽도 대부분 국가에서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했다. 전기와 가스요금 가격 상한제도 실시했다. 재원마련을 위한 횡재세까지 도입했다. OECD 주요 선진국 대부분 증세를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삶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다. 빈부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반대다. 완전 거꾸로다. 증세가 아닌 감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플레 시대에 감세 정책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 제대로 거꾸로다. 법인세 인하와 부자감세로 향후 5년간 줄어드는 세수가 최소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던 정부가 오히려 재정을 더 악화시킨다. 양두구육 정부다.
게다가 올해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잘해야 겨우 1% 중반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탈중국’ 선언을 했다. 덕분에 지난해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472억 달러). 올해도 여전히 수출은 어렵다. 애초 예상보다 세입 규모가 훨씬 더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공공요금을 올린다.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 직전 분기대비 무려 9.5%가 올랐다. 가스요금은 이미 폭탄 수준이다.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까지 모조리 올린다. 이젠 맥주, 막걸리 서민 술값에도 세금을 올린다. 인플레 시대에 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정부가 오히려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데, 서민들이 돈을 쓴다. 올해 예산도 5.2%가 늘어났지만, 사실상 복지예산은 줄었다. 정부가 빈부 격차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 영광스런 ‘대격차 시대’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G7 국가다. UN에서 공식 인정한 ‘선진국’ 이다. 돼지털을 수출하던 나라가 이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나라다. 불평등이 커지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안정적인 사회는 불가능하다.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가 불평등을 조장한다. 불공정을 조장한다. 격차를 키운다.
정부가 없다. 정치가 없다. 국가가 없다.
이젠 미래도 없다.
임걱정(경제 전문 자유기고가)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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