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역사 후퇴시킨 최악의 강제동원 굴욕 ‘해법’

道雨 2023. 3. 7. 16:46

역사 후퇴시킨 최악의 강제동원 굴욕 ‘해법’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을 국내 기업 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해법’이라며 6일 발표했다. 일본 가해 기업들의 배상 참여나 사과는 없다. 일본 외무상이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차가운 언급을 했을 뿐, ‘사과와 반성’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수십년 힘겨운 싸움과 그 결실인 대법원 판결 등을 모두 후퇴시킨 참담한 굴욕적인 ‘해법’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 기여”를 받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은 이날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는 외무상 발언과 대한국 수출규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내놓았을 뿐이다.

 

‘배상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마무리됐다’는 일본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완패 외교’다. ‘식민지배 불법성과 가해 기업의 배상’을 명시한 한국 대법원 판결은 무시되었다.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어떤 상응 조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번 ‘해법’을 두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모두 양보하고 일본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이런 방안이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이자 “우리 주도의 해결책”이라는 정부 궤변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불안한 안보 상황과 국제질서 급변 속에서 한·일의 협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은 엄연히 존재한다. 가해 기업의 사과 또는 배상 참여는 피해자를 비롯한 각계의 최소한의 요구였다.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졸속 ‘해법’이 나온 데에는, 윤 대통령의 역사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한-일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자 ‘지난 정부가 악화시킨 사안’으로 규정해왔다. 그에 따라 일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방안으로 강제동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고, 일본과 미국을 잇따라 방문해 한·미·일 협력을 확대하려 한다.

 

미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무장관, 주한 미국대사가 각각 성명을 내 한국 정부 발표를 “역사적”이라며 환영했다. 한·미·일 결속을 강화해 중국에 맞선다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에서 나온 것인데, 윤 대통령은 한국의 원칙을 훼손하며 미-일 공조에만 몰두한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한-일 과거사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퇴행이다. 1997년부터 25년 넘게 싸워온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한·일 시민사회의 노력을 짓밟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기금 참여는 있었지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무시했다가 좌초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도 훨씬 후퇴한 외교 참사다.

 

역사가 이번 합의를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 2023. 3. 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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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기념단체 "윤 정부가 외교항복선언"

'시민모임 독립',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배상안 두고 비판 입장문 발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윤석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법원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해법안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작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참여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에 대해서는 양국 경제계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민모임 독립 "분노를 넘어 참담... 윤 정부, 피해자들 요구 외면"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3) 할머니가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시민모임 독립'(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역시 '역사 퇴행의 시절, 청산되지 않은 역사와 미국의 책임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민모임 독립은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다.

시민모임 독립 측은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정부 사죄와 가해 기업 배상이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제강점과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헌법 정신을 부정했다"며 "있을 수 없는 행정부 권한 남용이요, 외교 항복선언"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와해로 인한 역사 청산 실패 이후 등장한 '역사부정세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마침내 윤석열 정권의 배후에서 다시 대통령의 머리와 손을 지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으로 이들은 "미국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발표의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해법안 발표 직후 미 국무부는 "역사적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이에 시민모임 독립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민족의 입장에서, 헌법 정신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해 나갈 것"임을 선언하며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민모임 독립은 오는 11일 오후 4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강제동원 해법 강행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여해 윤석열 정부를 성토할 예정이다.

한편 시민모임 독립은 지난 1일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서도 "이런 기념사는 역대 3.1절 기념사에서 유례가 없다"고 강력 규탄했었다.

아래는 7일 '시민모임 독립'이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전문]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발표에 대한 시민모임 독립 입장문


역사 퇴행의 시절, 청산되지 않은 역사와 미국의 책임을 생각한다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

윤석열 정부가 3월 6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설치한 재단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해 강제 징용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이른바 제3자 변제가 그 골자다. 

그러나 이는 일본 정부 사죄와 가해 기업 배상이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제 강점과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헌법 정신을 부정했다.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들이 강제동원과 강제노역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는 2018년 대법원 판결도 무시했다. 

강도는 사과도 배상도 하지 않는데, 피해자 치료를 다른 피해자들의 쌈짓돈을 모아 해결하는 식이다. 한국 정부가 나서 일본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발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일을 벌이는가? 윤석열 정부는 누구의 정부인가? 있을 수 없는 행정부 권한 남용이요, 외교 항복선언이다. 세계만방이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번 항복선언은 역대 한국 정부의 일본을 향한 사과와 배상 요구를 치기 어린 생떼로 전락시켰다.  

외교 항복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2년 3개 안보문서 개정으로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행사권을 확보한 일본이다. 이번 발표는 군국주의 팽창과 한반도 재침탈 야욕에 면허증을 발급했다. 동아시아 평화를 지탱하던 기둥 하나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후대의 역사가는 3월 6일을 대한민국 외교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분노와 참담을 넘어 돌아보고자 한다. 이런 황당한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먼저 부끄러운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역주행의 원인은 무엇보다 우리 내부에 있다.

1949년 반민특위 와해로 상징되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다. 개인 영달을 위해 민족을 팔았던 친일 반민족 세력은 해방 이후 재빠르게 친미주의자로 변신했다. 반공을 내세우며 자신의 신분을 '애국자'로 세탁했다. 강점기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도 이들은 기득권을 유지하며 군림했다.

역사 정의는 저잣거리의 조롱거리가 되었으며, 독립운동은 골방에 유폐됐다. 이 어둠의 세력을 향한 역사적 징치가 반민특위 이후에 없지 않았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활동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조차 강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의 과거 세탁 야욕이 역사 왜곡으로 드러난 것은 권위주의 체제가 한발 물러선 87년 체제 이후다. 일제 식민지 범죄를 부정하는 식민지 근대화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1948년 건국론이 등장했다. 본격적인 역사 농단의 시작이었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후과였다. 이들 역사부정 세력이 이명박 정권 이후 전면에 등장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까지 겪어야 했던 이유다. 이들이 돌아왔다. 이들 역사부정 세력이 윤석열 정권의 배후다. 이들의 교설이 윤석열 대통령의 머리와 손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미국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발표에 대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적인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과거사를 봉합하고 한일동맹을 구축해 대중국 봉쇄 정책을 견고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다. 

이번 발표가 그런 미국의 의도와 이익에 부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존엄을 내던진 굴욕의 정책이며 삼권분립을 무시하며 민주주의를 짓밟은 폭거이다.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 속으로 밀어넣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이기도 하다. 

미국은 벌써 잊었는가? 반미청정국 대한민국에서 반미운동이 일어난 것은 5.18 항쟁을 무력으로 짓밟은 전두환 세력을 미국이 방조한 때부터였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권리와 이익에 부합하는 정의가 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역사가 그것을 실증한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도 우리의 입장에 부합하는 선까지만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번 윤석열 정부 파국 해법의 또 다른 배후로 미국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뒷짐 지고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을 그들이지만, 그 후과가 반드시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이전의 대한민국과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민모임 독립은 다시 한번 밝힌다.

미래지향과 선린우호의 한일관계는 한반도 강점이라는 역사범죄에 대한 인식 공유가 전제다. 범죄 행위를 부정하고 오히려 과거를 정당화하는 일본의 준동이 지속되는 한, 단 한 발자국의 관계 개선도 불가능하다. 

시민모임 독립은 우리 내부와 일본의 역사부정세력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들의 경거망동을 방조하는 일체의 세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강제 동원 피해자와 민족의 입장에서, 헌법정신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해 나갈 것이다. 이 나라를 만든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위해. 


2023년 3월 7일 시민모임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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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신에 무슨 나라를 이끈다고”…1500여개 단체 시국선언

 

 

[일제 강제동원][영상] ‘강제동원 정부안’ 규탄…주말에 대규모 집회 예정

 

1500여개 시민단체와 야권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배상안을 두고 “윤석열 정부 스스로 국가의 존립근거와 헌법 질서를 무너뜨렸다”며,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주말인 오는 1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여는 등,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1532개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느냐”며 “2023년 3월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의 사과나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뺀 정부의 해법이,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 취지마저 훼손한 점을 지적하며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고,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퇴행”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94)·김성주(94) 할머니도 참석했다. 양 할머니는 “내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95살이나 먹어서 지금같이 억울한 건 이참이 처음”이라며 “윤석열은 한국사람인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양 할머니는 “이런 망신을 받고 무슨 놈의 나라를 이끌고 대통령을 한다고 하느냐. 하루 속히 물러가라고 외치자”고도 말했다.

김성주 할머니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 사죄를 받고 어디다 (배상을) 요구를 하겠느냐”며 “일본은 양심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고 호소했다. 강제동원 피해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김 할머니가 온 힘을 다해 더딘 발언을 이어가자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첫 줄 맨 왼쪽에서 둘째)·양금덕(첫 줄 맨 왼쪽에서 셋째) 할머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도 책임있는 자세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반인권적·반국가적인 야합에 대해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수십 년 싸움을 자신의 치적 쌓기에 묻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결정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이날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무효를 주장하는 국민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부터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여론을 쌓아가는 동시에,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13일엔 국회에서 정부의 해법을 검증하는 토론회도 연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