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기술과 저작권

道雨 2023. 5. 24. 10:38

기술과 저작권

 

 

 

 

 

이 ‘첨단 기술’이 내놓은 결과물을 어떻게 창작물이라 부를 수 있는가? 그저 단순히 버튼을 눌러 결과물이 생성되었을 뿐이다. 인간의 글이나 그림 등 순수예술 작품과 달리, 기계가 내놓은 이 결과물들에는 창작을 위한 노력이 깃들지도 않았고, 독창적인 개성도 없다. 단순히 기계가 대상을 복제한 것에 불과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39년 전, 한 회사가 법정에서 펼친 논리다. 1884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카메라’ 기술의 결과물, 사진의 저작권에 관해 첫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미국의 석판 제조업체(버로-자일스 리소그래픽)가 사진작가 나폴레옹 사로니의 사진을 무단으로 석판에 붙여 판매한 사건에 관한 재판이었다.

“누르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라는 ‘첨단 기술 기업’ 코닥의 광고가 등장한 시절이었다.

 

당시 업체 쪽은 사진의 저작권을 부정했지만, 미 연방대법원은 사진작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석판 제조업체가 찍어낸 사진작가의 사진인 ‘오스카 와일드 18번’을 분석한 결과, 독창성이 인정된다며 그 사진이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그 근거로 “피사체인 오스카 와일드의 포즈와 의상, 배경이 되는 휘장이나 기타 장식물들, 조명의 방향과 세기 등을 연출해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적었다.

 

사진의 저작권에 대한 판례는 그 뒤로 겹겹이 쌓였고, 지금은 누구도 맨 앞 문단에 제시한 수준의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적어도 사진에 대해서는 그렇다.

 

하지만 ‘첨단’이란 수식이 붙는 기술의 이름이 달라지고 시대가 바뀌면서 비슷한 논란이 더 복잡하게 재현된다. 세상의 데이터를 모두 집어삼킨 뒤 잘근잘근 씹어 시, 수필, 소설, 그림, 영상, 소리 등을 생성해내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현재까지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의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인공지능의 리더 격인 챗지피티(ChatGPT)는 눈치껏 답한다.

“저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인간 창작자처럼 창작 과정을 경험하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지 않습니다. 저의 출력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라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답변이다.

 

 

 

 

임지선 빅테크팀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