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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합의 효력정지, 정권 위해 국가를 위험에 내몰 건가

道雨 2024. 6. 5. 09:01

9·19합의 효력정지, 정권 위해 국가를 위험에 내몰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폐기하며, 지난 6년 동안 남북의 군사 충돌을 막아왔던 안전판이 사라졌다. 북의 ‘오물 풍선’ 도발을 막지도 못하면서, 위험한 남북 군사적 대결 국면만 조장하는 무모한 대응이다. 윤 대통령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일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 정부는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내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사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해선, 남북이 대화에 나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걷고 상호 위협 감소를 협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긴 힘들다.

 

윤 대통령은 4일 전날 예고한 대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안’을 재가했다. 2018년 9월 합의가 이뤄진 지 6년 만이다. 국방부는 그 직후 입장문을 내어 그동안 “제약받아온 군사분계선, 서북도서 일대에서 우리 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정상적으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이 조처로 군은 금지해왔던 군사분계선 5㎞ 내 포병의 사격훈련, 연대 이상의 야외기동훈련, 대북 확성기 방송도 할 수 있게 됐다. 북이 지난 2일 밤 담화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멈추겠다고 한발 물러섰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대결을 택한 셈이다. “휴전선에서 고사포탄 날아가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거냐”(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국가 간 갈등에선 주먹은 드는 것보다 내리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다. 당장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보복성’ 대북전단을 띄우겠다고 하고, 그러면 또다시 북은 우리를 자극하는 도발에 나서고, 우리 군 역시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대로 가면 남북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진 윤 대통령은 정권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를 안보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미·일 역시 윤 대통령의 대결 노선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북의 ‘오물 풍선’에 한·미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역겹고 무책임하고 유치한 전술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폭소가 오갔다.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할 때마다 ‘과잉 대응’해온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남북 간 긴장이 높아져 사태가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긴장을 높이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

 

 

 

[ 2024. 6. 5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