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금투세가 주가 하락 원인”…명백한 가짜뉴스!
공포 장세를 금투세 폐지 이유로 견강부회
최근 증시 급변동은 금투세 시행과는 무관
국민 대다수 폐지 동의한다는 주장도 거짓
금투세 1% 큰손만 혜택 보는 ‘부자 감세’
기재부 4년 전 금투세 과세는 ‘국제 표준”
“최근 미국 경기 경착륙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증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국민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실이 7일 느닷없이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 달라"며 쏟아낸 말이다.
그런데 그 근거나 논리가 금투세와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제대로 알고 내세우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현상을 금투세와 관련해 이야기한 것은, 누가 봐도 견강부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억지 주장을 펼치기 위해 두 사안을 연결한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금투세가 강행되면 주가가 하락해 1400만 명의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는 명백한 가짜뉴스다.
금투세 부과 대상자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전체 투자자의 1% 안팎에 불과하다. 대다수 투자는 금투세를 내지 않는다.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금투세가 부과된다고 해도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로 큰 수익을 낸 큰손 투자자만 과세 대상이다.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는 말도 거짓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국민 절반 정도는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를 찬성하는 국민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은 금투세를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대통령실의 수준이 경이로울 뿐이다.
금투세 폐지 논란은 올해 1월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투세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하며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금투세 폐지를 외쳤다. 금투세를 폐지하면 주식 투자자들이 환호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금투세는 손바닥 뒤집듯 쉽게 폐지할 수 있는 세금이 아니다.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부담을 주는 증권거래세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과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 금투세 도입의 전제 조건이 거래세율을 낮추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수 펑크가 56조 원에 달한다는 측면에서도, 대통령실이나 정부,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주식은 5000만 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렸을 때 해당 소득의 20%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과세표준 3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금투세에 붙는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제 세율은 각각 22%와 27.5%다.
금투세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20년 논의가 시작됐고, 지난해 시행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여당이 국민의힘으로 바뀐 2022년 12월, 여야는 금투세 시행 2년 유예를 합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융투자업계와 주식 투자자의 반대 여론이 있었는데 이를 의식한 합의였다.
민주당은 시행 유예를 양보한 대신,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 원 이상으로 정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2025년까지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여당이 이를 수용하며 금투세 시행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금투세를 부과하는 만큼, 거래세를 2022년 당시 0.23%에서 2023년 0.20%, 2024년 0.18%를 거쳐, 최종적으로 0.15%까지 내리기로 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자본시장 선진국이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고 통행세 성격의 거래세를 없애는 흐름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 시행령을 개정해, 주식 양도세 기준을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해 전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월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거의 모든 선진국이 시행하는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한국 7개국 중 주식 양도차익을 전면과세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며, 보수와 진보 정부 모두 자산소득 과세 강화를 위한 대상을 늘려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는 2013년 50억 원 이상에서 2016년 25억 원 이상, 2018년 15억 원 이상, 2020년 1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금투세 폐지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세금이 부과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한다. 과장된 주장이다. 물론 큰손의 투자금 비중은 상당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세금 때문에 증시에 충격을 줄 만큼 많은 자금이 한국 증시를 이탈할 것이라는 주장은, 금투세 시행을 막으려는 공포감 조성에 불과하다.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주요 이유는, 향후 발생할 수익이지 세금 때문이 아니다. 세금은 부수적인 요인일 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2020년 6월 비공개로 받은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지난 5일 공개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금투세를 도입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없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금투세가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논리와는 정반대다.
연구원은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금융자산에 대한 양도소득세(금투세) 부과는 반드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지는 않는다”며 “주식 투자로 이익을 많이 남긴 사람들이 금투세를 내는 시점을 미루기 위해 주식을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려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차규근 의원은 “기재부는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을 남겨둘 것이 아니라, 원천징수 등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개선한 뒤,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세 대상이 매우 제한적인 금투세보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게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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