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군의 정보가 줄줄 새는 이유

道雨 2024. 9. 20. 10:11

군의 정보가 줄줄 새는 이유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네 장면을 보자.

 

첫번째는 9월2일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선원 의원은 “(김용현 후보자는) 최근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죠?”라며, 경호처장이 사령관들을 불러 “계엄 이야기 안 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문회는 거짓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3일 뒤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격려성 회의였다”며, 경호처장과 사령관들이 수차례 만났음을 시인했다.

 

두번째는 5일 국방위에서 부승찬 의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해서 부대 현황 간담회를 갖고, 방첩사에 (근무하는) 충암고 출신 3명과 식사를 했다”고 폭로한 일이다.

신 장관은 “보고받은 적 없다”고 했지만, 회의 직후 국방부는 올해 3월에 이상민 장관의 방첩사 방문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세번째는 9월10일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용현 장관에 대한 장경태 의원의 질문이다.

장 의원은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의 장례식이 열리던 “8월24일 오후 5시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대통령 경호처 1인이 (성남의 군부대) 골프장을 이용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실은 장 의원의 폭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네번째는 지난 7월 말에 김민석 의원이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의 개인 신상 자료가 중국으로 유출되었다고 폭로했던 일이다.

8월에 군과 정보당국에 의해 김 의원의 폭로는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다.

 

 

네 장면을 연결해 보면, 최근 군에서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가 야당 의원들에게 줄줄 새는 흐름이 명확해진다.

국방부 장관도 모르는 중요한 일을 야당 의원이 먼저 알고 폭로하는 일이 매주 반복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정치권력이 군 지휘체계 밖에서 특정 고등학교 출신들을 중심으로 사적인 연결망을 형성하여 군을 정치화하고자 하는 데 상당한 반발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현상들이다.

 

대통령의 문고리 실세로 인식되던 김용현 장관은, 경호처장 시절부터 군 장교들 사이에서 “국방장관 위의 국방상관”이라고 불리던 실세였다.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인연을 넘어 정권의 파수꾼으로 인식되던 이상민 장관도, 군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군 일각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로 인한 치안의 비상사태를 대비한 경비계엄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올해 초부터 확산되던 터에, 군 지휘체계를 농락하는 소위 ‘충암파’의 월권에 군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의 3성 장군 이상을 전원 물갈이하여, 전문성이 부족한 무자격자들이 군의 최고 요직에 갑자기 진출하자, 군 지휘체계에 신뢰가 바닥났다.

엄연히 상식과 지성을 갖춘 직업 군인들에게, 전 정부의 흔적을 지우고, 독립운동의 가치를 폄훼하며,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는 통수권자와 국방부는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우리 군의 초급 간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군의 허리부터 무너질 조짐이다.

 

특히 작년에 채 해병 순직을 둘러싼 정치권력의 수사 개입과 외압으로 완전히 해병대는 골병이 들었다. 여름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대령들을 불러놓고 자신은 여러번 전역을 지원했으나 국방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며 “10월까지만 참아달라”고 한 모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피의자들이 해병대의 장군 보직을 차지하니, 인사의 흐름이 막혀버린 데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한 것이겠으나 과연 통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안심이 안 되는지 갑작스럽게 김용현 경호처장을 장관으로 내정하여 군을 더 확실하게 장악하려고 하자, 상당수 군인들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적정을 관찰하며 오로지 임무에 전념해야 할 군인이, 용산을 쳐다보게 하는 줄 세우기 행태에 군은 냉소적이다.

 

이런 잘못된 행태를 야당이 더 확실하게 견제해달라고 각종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필자의 해석이 과연 과장이겠는가.

정작 심각한 문제는 아직도 폭로되기를 기다리는 제보가 훨씬 더 많다는 데 있다.

10월로 예상되는 군 정기인사에서마저 지난 2년 행태가 반복된다면, 군에서부터 대통령의 레임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사에서 일부의 정치군인을 제외하고 우리 군의 대다수 장교단은 민주적 원리로 공정하게 관리되는 군으로 회복되기를 요구할 것이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