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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낙수효과’ 맹신에 더 벌어지는 빈부격차

道雨 2024. 9. 19. 11:48

정부의 ‘낙수효과’ 맹신에 더 벌어지는 빈부격차

 

 

 

수출 회복에도 중소기업 생산 2년째 감소

반면 대기업 생산지수는 올해 6.8% 증가

소득 상위 20% 가계 흑자 3% 느는 동안

소득 하위 20% 적자 규모 4% 이상 증가

내년 조세지출 수혜도 대기업·부자에 집중

“감세의 ‘낙수효과’는 없고 양극화만 키워”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입만 떼면 대기업과 부자들 세금을 감면하면 투자 증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낙수효과’라는 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낙수효과가 없다는 것을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부자 감세’의 문제점을 따지자, 부자 감세가 아닌 ‘내수 촉진 감세’라며 옹색하게 변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2년 넘게 고집하고 있는 부자 감세가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부추길 뿐 아니라, 국민 전체 가계소득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세지출 수혜가 자금 사정이 넉넉한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감세 정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 세액 공제와 상속세 완화 같은 ‘부자 감세’를 강화하고 있다.

 

 

수출 회복에도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찬 바람뿐

 

연합뉴스는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인용해, 중소기업 생산이 2년째 후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업종에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대기업 생산은 증가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세금 감면의 ‘낙수효과’가 중소기업으로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평균 제조업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98.2에 그쳤다. 이 지수는 2020년 100을 기준으로 한다. 지수가 100 이하면 생산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1~7월 평균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2019년 102.6에서 2020년 97.7로 떨어진 뒤 2021년 100.4, 2022년 100.7로 회복했으나, 지난해 98.5로 2.2% 떨어진 뒤 올해 들어서도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기 대기업 생산지수 평균은 2022년 115.2에서 지난해 106.5로 7.6% 줄었다가, 올해 113.7로 6.8% 증가했다.

 

기업 경기를 보여주는 (제품과 서비스) 출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희비가 엇갈린다. 중소기업의 출하지수는 올해 1~7월 기준 작년 동기보다 1.5% 줄었으나, 대기업 출하지수는 1.0% 늘었다.

올해 1~7월 평균 제조업 생산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는데, 반도체와 반도체 부품을 제외하면 0.2% 감소했다. 이는 수출 회복의 온기가 일부 기업에 국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지수 비교. 연합뉴스

 

 

 

실적 저조와 고금리에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순이익 ‘제로’

 

중소기업까지 낙수효과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또 다른 증거는 대출액 동향이다.

한국은행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올해 1~8월 중소기업 대출액은 37조 원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액보다도 약 10조 원 많은 금액이다. 생산과 제품 출하는 감소하고 고금리 대출이 늘면서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의 40% 이상이 당기순이익이 전혀 없다고 신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조세지출 수혜는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 비과세·감세 등 조세지출의 중소기업 수혜 비중은 68.5%로 올해(75.6%)보다 7.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합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중소기업 수혜 비중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은 9.7%에서 17.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2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실적이 좋아지며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여기에 비례해 세액 공제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 국민소득 감소 (PG) 연합뉴스

 

 

 

‘부자 감세’ 폭주에 더 벌어지는 가계소득 격차

 

부동산 보유세 등 자산가에 대한 감세 부작용은, 소득 분위별 가계소득 변화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실이 통계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 흑자액은 연평균 2.9% 증가했다.

반면 하위 소득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적자 규모가 4.1% 늘었다. 가계 흑자액은 가계소득에서 이자 비용과 세금 등 비소비지출, 의식주 비용을 포함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비 지출을 뺀 금액을 말한다.

 

지난 2019년 2분기 기준 소득 5분위 가구의 가계 흑자액은 293만 7000원에서 올해 2분기 338만7000원으로 연평균 2.9%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소득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소득 하위 계층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특히 소득 1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가계 적자액이 21만 5000원에서 26만 3000원으로 늘어났다. 가계 적자가 연평균 4.1% 늘어난 셈이다.

 

최기상 의원은 이 자료를 공개하며, 정부가 상속세 개편 등 부의 대물림에 집중할 게 아니라,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재분배와 사회 안전망 강화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