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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2차 하락 시작되나?…경매신청 18년 만에 최대

道雨 2024. 10. 10. 18:26

부동산 2차 하락 시작되나?…경매신청 18년 만에 최대

 

 

 

8월 신규신청 1만건 넘어…동월 기준 2006년 이후 최대

연간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육박할 듯…응찰자는 급감

경매신청·거래량 대표적인 시장가격 선행지표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의 2차 하락 분위기 경매시장서 확인되는 셈

 

지난 8월 신규 경매신청 물건 수가 동월 기준 1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응찰자 수는 급감하는 등, 경매시장에는 냉기가 흘러넘쳤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 경매신청 건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필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만큼, 경매시장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부동산 시장가격에 선행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거래량과 경매신청 건수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에 2차 하락파가 닥쳤다고 판단하는 건 합리적이다.

 

 

18년 만에 최대 기록한 8월 경매신청 건수 

 

8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총 1만 149건으로, 지난해 8월(8833건) 대비 14.9% 증가했다. 이는 2006년 1만 820건 이후 8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매 신청 건수는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경매 진행(입찰) 건수와 달리, 채권자들이 신규로 경매 신청을 한 물건의 수다.

극도의 경기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경매 신청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연간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10만건(10만 1147건)을 다시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경매 신청 이후 실제 입찰이 진행되기까지 6개월∼1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급증한 경매 물건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입찰장에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시장은 금리나 경기 상황에 후행하기 때문에,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당분간 경매 신청 건수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와 별개로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도 경매 물건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응찰자 수는 도리어 크게 줄어 들어

 

한편 경매시장에 신규로 유입되는 물건은 쏟아지는 반면, 응찰자 수는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법원 경매 응찰자 수는 건당 평균 3.65명으로 작년 11월(3.4명) 이후 최저였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응찰자 수도 건당 평균 6.62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응찰자 수가 격감한다는 것은, 경매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경매시장에서 매수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급랭 중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경매시장에까지 전파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게시된 아파트 매물 정보. 2024.8.11 연합뉴스

 

 

 

이러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수도

 

눈길을 끄는 건 올해 경매시장에 신규로 나오는 매물 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올 8월까지 누적 경매 신청 건수가 8만 2287건으로, 작년 동기(5만 5859건)에 비해 25%가량 많다. 이런 추세면 올해 신규 신청 건수는 12만건을 넘어서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던 2013년(11만 9166건)을 넘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12만 4252건) 이후 15년 만에 최다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지하다시피 2009년은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라고 불리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었다. 올해 경매시장에 신규로 유입될 매물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 시기에 필적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의 2차 하락 본격화되나?

 

부동산 시장 가격에 선행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거래량과 경매신청 건수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7월 8889건, 8월 6127건, 9월 2080건)이 보여주듯 거래량은 빠른 속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매신청 건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 추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거래량과 경매신청 건수만 보면, 부동산 시장에 2차 하락파가 당도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생각해 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부동산 대세상승에 비해, 하락의 폭이 너무 얕았고, 기간조정도 지나치게 짧았다.

자연스러운 가격조정을 인위적으로 가로막은 건 윤석열 정부의 각종 부동산 부양책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마는 법이고, 자산시장에서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건 철칙이다.

부동산 시장이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잠시 튀어 오른다는 '데드캣바운스'를 끝내고, 2차 하락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전혀 아니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