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은 ‘흡수통일’이 아니라 ‘합의통일’이었다 동독의 사회주의체제는 대책 없이 붕괴하지 않았다. 동독 정부와 국민이 서독체제로 통합하기를 원했고, 서독이 그것을 받아들여 질서정연하게 통일했다. 독일 통일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은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정부였다. 두 나라는 1989년 5월 2일 국경의 철조망을 제거했고, 헝가리는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동독 시민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서독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1989년 여름 동유럽으로 휴가를 떠난 200만 명의 동독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주로 엔지니어, 건축가, 의사, 간호사, 교수 등 동독의 산업시설과 국가기관을 운영하는 데 필수 일을 하는 20~40대였다. 여름휴가 시즌이 끝난 뒤 동독 정부당국은 정상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