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마
- 정채봉 -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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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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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 사나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를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다.
그가 말을 배우기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사나이가 어느 날 운주사 와불을 찾아가서 신을 벗고,
양말도 벗고, 커다란 와불 팔을 베고 겨드랑이를 파고들며
이 세상 처음으로 가만히 엄마를 불러본다.......
늘 불러도 처음 같은 말
“엄마!”
하얀 눈이 오는 이 겨울, 그가 눈송이를 따라 엄마곁으로 갔다.
엄마를 부르러.
- 김 용 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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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채 봉
정채봉(1946-2001)은 동화작가이며 시인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어 할머니에게 컸다.
'오세암'이란 창작동화로 새싹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월간 샘터사에서 근무하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많이 썼다.
'물에서 나온 새', '스무살 어머니' 등 20여 권의 책을 저술하였으며,
'오세암'은 최근 애니메이션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간암으로 투병 중 2001년 1월에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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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사 와불
전남 화순에 있는 운주사는
도선국사의 전설이 서린 와불(누워있는 부처님)과 千佛千塔,
그리고 북두칠성을 닮은 칠성바위로 유명하다.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천불천탑을 만들어 세웠는데,
새벽 닭 우는 소리에 마지막 와불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와불에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고 하며,
많은 불자들과 답사객들이 찾는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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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1년에 작고한 정채봉님의 시(2편)와
섬진강시인 김용택님의 평(評)을 소개합니다.
답사차 운주사를 3번 다녀왔는데도,
저는 정채봉님만큼 절실한 것이 없었는지
그 만큼 감상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시를 최근에 읽고는
절절한 마음이 들었기에 소개합니다.
저도 지금 운주사 와불 곁에 누워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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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의 석불군
* 운주사의 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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