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일이다. 영국인들은 인도에서의 골치 아픈 생활을 잊고 여가도 즐길 겸 캘커타에 골프장을 하나 만들었다. 그런데 골프를 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원숭이들이었다.
원숭이들은 영국인들이 쳐올린 골프공이 필드에 떨어지자마자 얼른 집어가 엉뚱한 곳에다 떨어뜨리곤 했다. 당연히 경기는 지연되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화가 난 영국인들은 골프장의 담장을 두 배로 높였다. 하지만 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들에게 그까짓 높이가 문제될 리 없었다. 영국인들이 그 작은 공에 그토록 미친 듯이 집착하는 것을 본 원숭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골프공을 이리저리 굴리고 다녔다.
결국 영국인들은 새로운 골프규칙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새로운 규칙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었다. 엉뚱한 곳으로 골프공이 날아갔는데 원숭이들이 그 공을 주워다 홀컵에 떨어뜨리는 행운을 맛 본 사람도 있었고, 또한 간신히 홀컵 가까이 공을 보냈는데, 원숭이가 재빨리 집어가 물 속에 빠뜨리는 불운한 경우도 있었다. 행운과 불운이 매번 교차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국인들은 그 골프 경기에서 배운 바가 있었다. 그들은 골프 경기만이 아니라 삶 또한 그렇다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계획대로 다 조종할 수 없다는 것을, 매번의 코스마다 긴꼬리원숭이가 튀어나와 골프공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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