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선물, 요구르트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 사진 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여라.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다.”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영국의 처칠이 한 말로 유명하다.
이 말 속에는 ‘우유는 완전식품’이란 은유가 진하게 배어 있다.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다는 뜻이다. 식품에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오늘날 우유의 위상은 어떤가. 이 찬사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우유를 적극 권하는가.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이 우유를 마실 때면 마치 씻지 않은 과일을 먹기라도 하듯 찜찜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우유에는 그것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그것’은 바로 항생물질. 요즘엔 하나가 더 추가됐다. 성장호르몬까지 말이다. 사료에 이런 물질들이 마구 사용되니 ‘필경 우유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일리 있는 염려라고 치자.
그럼 이른바 ‘유기농 우유’는 괜찮지 않을까?
목초지에서 방목해 키운 소의 우유가 유기농 우유다. 이런 우유에는 항생제를 비롯한 이상한 물질이 들어 있지 않을 터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청정우유라고 해서 전문가들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그것이 바로 우유가 안고 있는 오늘의 고민이다.
사연은 이렇다. ‘유당’(lactose)이라는 것이 있다. 우유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이다.
고약하게도 이 당분은 ‘락타아제’(lactase)라는 효소가 있어야만 몸 안에서 분해된다. 이 말은 즉, 락타아제가 분비되지 않는 사람은 유당을 대사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유당 난소화성(lactose intolerance) 체질’이라고 한다.
이 체질인 사람이 우유를 먹으면 몸 안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설사, 방귀, 구토증, 복통, 부종 등이 그것. 흔히 알고 있는 알레르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 고약한 현상은 언뜻 희귀한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넘겨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당신이 동양인이라면 유당 난소화성 체질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이 문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양인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우유가 완전식품이니 뭐니 하는 찬사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걸까?
동양인들도 모유나 우유를 먹는 젖먹이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락타아제가 정상적으로 분비된다. 하지만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이 효소의 분비가 크게 줄어든다. 이 현상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굳이 방법을 찾는다면 우유를 조금씩 먹는 것이다. 적은 양인 경우에는 증상이 잘 관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더 적극적인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10대 영양학자로 꼽히는 안 기틀먼 박사의 설명에 답이 들어 있다.
“요구르트를 주목하세요. 재미있는 식품입니다. 우유에 비해 유당 함량이 낮다는 특징이 있지요.
발효 과정에서 유당이 유산(lactic acid)으로 변하기 때문이에요.
이때 신기한 일이 발생합니다.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아제가 저절로 만들어져요. 유산균들이 슬쩍 주고 가는 선물이죠.
그래서 요구르트는 유당 난소화성 체질인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요즘 우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대체로 타당한 근거를 가진 주장들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 때문에 우유를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깝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되도록 유기농 우유를, 그것도 발효시켜 요구르트로 만들어먹는 것이 그 일환이 아닐까?
아무튼 요구르트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식품임이 틀림없다. 영양가를 보더라도 완전식품의 명성을 훼손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우리 주변에서 요구르트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제품들은 좀 꺼려진다. 정제당이나 식품첨가물이 남용돼서다.
담백한 ‘무첨가’ 요구르트를 선택하자. ‘플레인 요구르트’라고도 한다. 그런 제품을 찾기가 어렵다면 집에서 손수 만들어먹자.
■ 요구르트 만들기
<준비물>
*요구르트 제조기: 대당 3만원에서 10만원까지 다양하게 시판되고 있다
*우유: 시판되는 일반 흰우유를 이용한다
*종균: 유산균을 구하기가 어려우면 시판되는 농후발효유 제품을 대신 쓴다
<만드는 법>
① 요구르트 제조기의 발효 용기에 우유를 약 100ml씩 붓는다
② 각 발효 용기에 종균을 적당량 접종한다(농후발효유를 쓸 경우 약 25g씩 넣는다)
③ 우유와 종균이 완전히 섞이도록 잘 저어준다
④ 전원을 연결하여 발효시킨다(6~7시간)
<보관 및 종균 재사용>
*발효가 끝나면 발효 용기를 꺼내 냉각시킨 뒤, 냉장고에 보관하며 먹는다
*만든 요구르트의 일부는 다음 요구르트를 만들 때 종균으로 사용한다
* 윗 글은 '한겨레21'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 김치, 된장…한국판 ''장수 식단'' (0) | 2008.09.09 |
---|---|
과수원과 채소밭에서 건강 난다 (0) | 2008.09.08 |
수박 예찬 (0) | 2008.08.20 |
면역력 높이기 (0) | 2008.08.02 |
똑똑한 아이? 모유로 키워라 (0) | 2008.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