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주례, 폐백 없이 한 아들의 결혼식

道雨 2009. 7. 2. 16:55

 

* 먼저 일가 친척을 비롯하여 저의 아들과 며느리의 혼인을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복잡했던 관계로 영접 인사에 소홀하였고, 가시는 길 제대로 배웅해드리지 못한 점, 넓으신 아량으로 해량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집안에 애경사가 있을 경우, 보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례, 폐백 없이 한 아들의 결혼식

 

 

 

 

 

 

지난 일요일(2009. 6. 28), 아들 공진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장소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아르피나 유스호스텔.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이미 주례선생님을 모시지 않고 하는 것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사돈측도 상견례 자리에서 흔쾌히 찬성하셨다.

쓸데없는 비용과 시간, 노력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모든 예물은 생략하기로 했다. 그리고 약간 고민은 했지만, 전 근대적(?)이고 낭비적인 요소가 큰 폐백까지도 생략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혼인하는데 드는 일체의 비용(아들과 며느리가 살, 원룸 얻는 비용 포함)은 양가에서 절반씩 부담하기로 하였다.

 

 

기본적인 혼례의 순서는 지키되, 주례사가 없는 대신, 양가의 부모가 아들, 며느리(딸과 사위)에게 당부하는 말을 하기로 하였으며, 혼인서약은 신랑신부가 번갈아가며 미리 준비한 시를 낭송하기로 하였다.

성혼선언문은 사회자에게 맡겼다.

 

아들의 친구 중에 랩(노래)을 하는 친구가 있어, 신랑 우인대표로서 축가를 맡겼고, 신부측 우인대표로서 나는 축시 낭송이 좋겠다고 했으나, 축시 낭송이 부담이 되었는지, 그냥 신부의 친구들 중에 축가를 하기로 하였다. 

 

폐백은 없애기로 하였으므로, 결혼식 하루 전, 친척들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 예비신부를 불러서 함께 식사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식 당일,

 

 

나는 내가 평소에 입는 복장(생활한복)으로 하객을 맞이하였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양복을 입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였으나, 내 소신대로 한복을 입었다.

평소에 입는 대로 입는다. 다만 깨끗하게 세탁해서 입는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이 복장은 내가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입는 복장으로서, 마음을 여미고 정성스럽게 사람을 대한다는 의식을 지닌 복장이기도 하다.

신랑신부의 어머니들은 한복을 입는 것이 상례화되어 있는데, 아버지라고 한복을 입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예식장 입구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데, 신부도 신부대기실에서 나와 신랑과 함께 손님을 맞이하도록 하여, 신부 친구들이나 신랑 친구들도 신부에게 자연히 눈도장을 찍게 하니, 신랑 신부와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양가의 어머니들에 의해 화촉에 점화가 이루어지고,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을 하였다.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데리고 들어가 사위에게 인계(?)하는 것은 남존여비사상을 느끼게 하거나 물건을 인계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동시에 입장하도록 하였다.

 

양가의 혼주들이 모두 나와 신랑신부와 함께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혼인서약은 이미 얘기한대로 신랑신부가 함께 준비한 사랑의 맹세를 담은 시를 부분적으로 번갈아가며, 그리고 동시에 낭송하였으며, 성혼선언문은 사회자가 진행하여 선언하도록 하였다.

 

주례사를 할 시간에 주례사를 대신해서 먼저 신부의 아버지가 딸과 사위에게 당부하는 말을 하였으며, 이어서 신랑의 아버지인 내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을 하였다.

신랑신부가 오늘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주고자, 신랑신부보다 높은 자리에 마련된 주례석에는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

 

양가 부모의 당부하는 말에 이어 신랑과 신부는 함께 양가 부모에게 큰 절을 올렸다.

 

 

이어서 축가공연이 있었는데, 먼저 신부 친구인 가수 두 명이 아름다운 멜로디와 목소리로 음악을 선사하였으며, 다음에는 신랑인 아들의 친구인 상준이와 아이들이 랩으로써 장내를 흥겨운 활력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신랑신부 행진에 앞서, 사회자의 짖궂은 질문과 함께 신랑인 아들의 막춤(흔들이 춤)을 보게 되었고(나도 평소에 보지 못했다), 이후 신랑신부가 함께 행진함으로써 예식이 끝났다.

 

이후에는 사진찍는 순서로서 여느 결혼식과 같았는데, 다만 신랑 신부의 우인들이 너무 많아 우인 사진만 석장을 찍었다.

 

 

 

 

**  끝까지 결혼식을 지켜본 사람들의 소감에 의하면, 주례가 없이 양가의 아버지가 신랑신부에게 당부하는 말과, 우인들의 축가로써 결혼식장을 흥겨운 분위기로 색다르게 장식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한다.

사실 나도 혼주의 입장이었지만, 흥겨운 음악과 랩에 맞춰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대체로 색다른 분위기였지만, 아주 좋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 아래의 글은 내가 아들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을 적은 것이다.

적어놓은 것을 보지 않고 말하였기에 부분적으로 빠지거나 어구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아들,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글


먼저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의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곱게 잘 길러주신 딸 혜정이를 여러모로 부족한 저의 아들과 혼인하게 해주신 사돈어르신과 사부인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신랑인 공진이 아버지이자 신부인 혜정이의 시아버지로서, 그리고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이 두 사람에게 두 가지 당부의 말을 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이 세상의 온갖 사람들과 모든 사물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달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에는 나 혼자 저절로 된 것이 아니요, 멀리는 조상님들의 은혜로부터 가까이는 부모, 형제, 친척들, 이웃들, 그리고 삶의 지혜와 지식의 길로 이끌어준 스승님과 선후배들, 직장 동료 및 여러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를 아프게 한 사람조차도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하며 길가에 굴러다니는 연탄재에도 감사하고, 산길을 걷다가 발에 채이는 돌부리에도 험한 길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주니 고맙다고 노래하던 시인들처럼, 이 세상 모든 사물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라는 것입니다.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달라는 것이 첫 번째 당부입니다.


두 번째 당부의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고난)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축복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흔히들 인생을 먼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곤 합니다. 먼 바다를 항해할 때는 좋은 날씨도 있겠지만, 험한 날씨를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강한 비바람과 높은 파도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에 대비하여 대양을 항해하는 배들은 항상 배 아래쪽에 무거운 것을 싣고 다닙니다. 이러한 짐을 바닥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바닥짐은 배의 연료를 좀 더 소모하기 때문에 비경제적일 수도 있지만, 험한 파도에 배가 뒤집혀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은 바로 배의 바닥짐과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바닥짐이야말로 풍랑에 배가 뒤집혀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니 축복이 되는 것입니다.

날씨도 바뀌듯이 사람의 삶에도 좋은 날과 힘든 날이 번갈아 찾아올 것인데, 힘이 들 때는 늘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바닥짐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디어 이겨내라는 것입니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꽃들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으며 줄기를 곧게 세우고 꽃잎을 따뜻하게 피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없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없다고 했습니다.


좋은 일들은 누구라도 다 즐겁게 받아들이고 또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힘든 일, 좋지 않은 일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들이 나의 바닥짐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하고 어려움도 잘 풀릴 것입니다.



항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에 대하여 감사하면서 살고, 힘든 일들은 바닥짐이라 여기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살기를, 아버지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새로이 첫발을 내 딛는 두 사람에게 당부하는 바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신랑신부의 일가 형제자매들과 직장 동료, 친구들 등 젊은 청춘 남녀들이 많이 자리하였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은 조속히 마음에 드는 분들을 만나 좋은 인연을 만들기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하객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우리 부부와 신랑신부가 함께 하객을 맞이하고 있다.  

 

 

* 신부도 신부대기실에서 나와 함께 하객을 맞이하니 자연스레 신부에게 눈도장을 찍게 되고, 함께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아들의 동료 및 선후배들 

 

 

* 아들의 부산의대 동기들 

 

 

* 신부도 동료들과 함께 사진.

 

 

* 화촉점화

 

 

* 신랑신부와 양가의 부모들이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함께 서있다.  

 

 

* 혼인서약으로 준비한 시를 번갈아가며 낭송하고 있다. 

 

 

* 혼인서약 대신 준비한 시를 동시에 낭송 

 

 

* 신부 아버님이 딸과 사위에게 당부하는 말씀을 하고 있다. 경청하고 있는 신랑신부. 

 

 

* 내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을 하기에 앞서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다. 

 

 

*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주신 하객분들... 자리가 부족해서 서 계신 분들께 죄송스럽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당부의 말씀을 해주신 신부의 아버님께 큰 절을 올리고 있다. 

 

 

* 축가를 불러주는 '가비앤제이'.

신부의 우인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결혼식 축가를 위해 멀리서 왔군요.

 

 

* 가비앤제이의 축가를 감상하고 있는 신랑신부. 

 

 

* 랩 그룹인 '상준이와 아이들'의 랩송을 감상하고 있는 신랑신부. 부산을 비롯한 전국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로 인해 결혼식의 피날레를 흥겹고 멋지게 장식하였다. 이 사람들 cd 좀 사주세요...

 

 

* 맨 오른쪽이 아들 공진이의 단짝 친구인 상준이다. 우리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 이벤트 행사(축가)가 끝나고 신랑신부 행진을 하기에 앞서 사회자의 요구에 의해 아들이 막춤을 추고 있다. 아들의 이러한 춤추는 모습은 부모인 우리도 처음 보는 것이다. 

 

 

* 막춤 제 2탄.

 

 

 

 

*** 많은 것들을 생략하거나 바꾸니 너무도 수월하게 큰일을 치루었다. 모든 것들에 흔쾌히 동의하고 성원해준 사돈 집안분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축가, 사회, 접수, 안내, 보조 등, 모든 일에 적극 도움을 준 아들과 며느리의 친구들, 결혼식 진행을 맡은 웨딩업체 직원분들,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서 결혼식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너무 멀리 있거나 다른 일들이 겹쳐서 직접 오지는 못하고 축의금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