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벌초를 마치고

道雨 2009. 9. 22. 11:02

 

 

 

                                           벌초를 마치고

 

 

 

지난 일요일(2009. 9. 20) 벌초를 다녀왔다.

 

매년 이루어지는 행사(?)지만, 늘 긴장되는 일이기도 하다.

벌초작업이 예초기 등으로 위험하기도 하고, 평소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 일을 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하루 종일 땡볕에서 고된 일을 하는 것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벌초 시즌의 혼잡한 교통 때문에, 새벽 일찍 일어나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벌초를 마치고 오면 통상 밤 12시가 넘어버리기 일쑤였다.

 

우리가 벌초를 해야 할 조상님들의 산소는 모두 충북 청원군 현도면에 있는데, 묘소는  합장묘가 6기, 홀로묘(?)가 1기로 모두 7기이고, 작은 선산 한 곳에 모여있다.

 

손이 귀한 집안(?)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가까운 친척이 없어서, 보통 서울의 큰집과 우리집 등 두 집에서만 벌초에 참여한다.

 

이번 벌초에도 큰집에서 형님과 전진이(작은 조카)가 왔고, 우리는 식구 4명이 참여하였다. 형수님은 어깨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신 상태이고, 큰 조카는 다른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새 식구로 맞아들인 며느리는 임신으로 배가 불러 제외시켰다.  

 

보통 예초기 두 대로 벌초를 하는데, 한 대는 큰집에서 가져오고, 한 대는 현지(신탄진)에서 빌려서 썼다. 우리도 올라가면서 예초기 한 대를 빌려갔는데, 큰집에서 가져온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를 않아 한 대를 더 빌려서 썼다.

 

처음에는 예초기 작업이 위험하여 아이들에게는 맡기지 않았지만, 조카들이 군에 다녀온 후인 몇 년 전 부터, 예초기 작업은 아이들 몫으로 되었고, 어른들은 낫과 갈쿠리 등으로 작업을 하는 것으로 분업화되었다. 그만큼 아이들이 이제는 어엿한 집안 일꾼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젊다고 해도 하루 종일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안전에 신경을 쓰며 예초기를 돌리는 일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벌초를 하면서 유용하게 쓴 것이 있어 일이 훨씬 쉬워지고 시간도 절약되었다. 나는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아들 공진이가 장비를 두 가지 장만하여 왔다.

하나는 얼굴(머리)에 쓰는 가리개로서 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품명이 '풀돌이'라는 것인데, 예초기의 칼날이 땅에 닿지 않도록 지지하여주는 것으로 일반 예초기에 결합하여 쓰는 것이다.

 

바로 이 풀돌이라는 것 때문에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예초작업을 할 수 있었다. 

풀돌이는 활처럼 생긴 것이 양쪽에 있어서 그 사이에서 예초기의 날이 회전하도록 만든 것이다. 따라서 작업자는 예전과 같이 예초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땅에 그대로 내려놓은 상태에서 밀고 다니면 되는 것이니, 예초기를 드느라 팔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초기 날이 땅에 닿지도 않으니 돌이나 흙이 튀지도 않아 훨씬 안전하기도 하였다. 그러하니 초보자도 두려움 없이 예초기를 사용할 수가 있다.

 

풀돌이 덕분에 벌초 참여자가 작년보다 적었고, 일도 늦게 시작하였으며,. 예초기를 추가로 더 빌리느라 시간을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더 일찍 마치게 되었다.

혼잡을 피해 부분적으로 국도로 오기도 했지만, 집에 오니 밤 10시 반이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맨시티의 후반전 경기를 볼 수가 있었다.

 

 

올해는 풀돌이를 하나만 샀는데, 내년에는 하나 더 사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안전도구와 장비를 찾아 구입하고 준비한 아들 공진이도 대견스럽고, 벌초같은 이러한 고된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가족들이 고맙다.

 

풀돌이를 장착하고 작업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으면 좋았는데, 휴대폰도 꺼내놓은 채, 일 하기 바빠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러나 정말로 예초기 작업시 안전에 매우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생각되는 바, 매우 힛트할 상품인 것 같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옥션에서 찾아보니 가격이 5만원 가량 되었다. 풀돌이를 사면 예초기 칼날을 하나 사은품으로 주는데, 보통 사람들은 예초기 칼날을 분해할 수가 없으니, 이 칼날은 없애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1년에 한 번 쓰는 것이라, 쓰고 나서 손질하고 간수하는 것도 귀찮은 일인지라, 예초기 빌려주는 곳에서 이 풀돌이까지 장착하여 빌려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의 벌초는 예년에 비해 늦은 시기인지라 그다지 많이 덥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풀돌이로 인해 수월하게 일을 마친 것 같다.

벌초라는 하나의 집안행사가 그렇게 또 새로운 것(풀돌이)의 출현과 더불어 화제에 오르면서 무사히 지나가게 되었다.

전에 공진이와 집사람이 각각 말벌에게 쏘여 고생했었는데, 다행히 올해에는 말벌에게 쏘이지도 않았다. 묘소 가까운 곳에 말벌의 근거지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공격을 해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 안전 가리개 (예초기 날에 의해 돌이나 흙이 튀어 얼굴이나 눈에 맞는 것을 방지한다.)

 

 

 * 풀돌이 포장박스에 나와있는 풀돌이 소개 그림.

두 개의 활처럼 생긴 지지대 사이에서 예초기 칼날이 회전하기 때문에, 칼날이 땅에 닿을 염려가 없고, 작업자도 예초기를 들지 않고 땅에 놓고 밀고 다니면 되므로, 일이 훨씬 쉽고 안전하다. 

기존의 예초기에 결합하여 쓰는 부분품이다.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 누나 사진 (2009. 10. 3)  (0) 2009.10.10
상품권에 대한 단상   (0) 2009.09.25
마이웨이 2  (0) 2009.09.16
그랜드탁구장의 음덕(蔭德)  (0) 2009.09.15
가나다라 탁구예절  (0) 200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