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신라 천마도 진짜 모습 공개

道雨 2009. 9. 24. 16:50

 

 

 

     신라 천마도 진짜 모습 공개

             - 96년 적외선 촬영 사진.."사뭇 다른 천마"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73년 경주 천마총 발굴에서 수습한 신라 천마도(天馬圖)가 진짜 모습, '맨얼굴'을 드러냈다.

연합뉴스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29일 개막하는 특별전에 이 천마도가 출품되는 것을 계기로 지난 9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천마도를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관련 적외선 사진 10여 장을 입수해 24일 공개했다.

 

 

 < < 이상 적외선 사진 > >
 
이 적외선 사진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96년 '문화재와 보존과학 97'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그 전해에 이를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것이다.

당시 사진들은 1장을 제외하고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 1장도 전체 사진이 아니라 특정 부분만 공개됐을 뿐이다.

이 적외선 사진들에는 천마도가 현재까지 알려진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국사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책자에 실린 천마도나 국립경주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천마도가 진품이 아닌 복제품이기 때문으로, 기존 천마도 사진은 적외선 사진을 통해 드러난 천마도의 생생하면서도 세부적인 모습들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적외선 사진에 나타난 천마도는 더욱 생동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이번에 연합뉴스가 공개한 적외선 사진을 보면 '천마'의 정수리에 외뿔 모습이 완연히 보인다.

이는 천마도의 '천마'가 말이 아니라, 실은 정수리에 뿔이 하나 난 상상의 동물인 기린(麒麟.아프리카 기린과는 관계없음)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다만, 이 '정수리 뿔'이 목덜미를 따라가면서 그려져 있는 갈기들의 일부분인지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 '정수리 뿔'은 그 위치가 정확히 정수리 위이며, 나아가 목덜미를 따라가며 그린 다른 갈기 그림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굵을뿐더러, 표현 양식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천마도는 천마를 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형상화했다는 학계 일각의 주장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기린이 된 Giraff, 천마총의 '천마'

 

         "동양 기린의 모델은 말 혹은 사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기린은 두 종이 있다. 그 중 한 종은 서울대공원에서 볼 수 있는 실제 기린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럼에도, 요즘은 기린이라고 하면, 대뜸 서울대공원과 '동물의 왕국'을 떠올린다. 심지어 동양 사상을 전공하는 사람 중에서도 명백히 동아시아 문화가 잉태한 기린을 보고도 기린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는 그 기린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 중국 남조시대 기린. 말에 가까우며, 실상 천마도의 천마와 가장 비슷하다 > >
 
 

< < 고구려 안악1호분 기린. 사슴에 가깝다 > >
 
 

< < 전한 마왕퇴 승선도(昇仙圖) 부분. 기린에 가깝다 > >
 
 

< < 중국 남조 능묘 석각 기린.말이나 차라리 공룡에 가깝다 > >
 
 
경주 천마총 출토 신라시대 천마도의 소재가 '천마'(天馬)가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은 90년대 국내 학계에서 어느 미술사학자에게서 나왔다.

이 주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2004년 12월에 이 천마도를 촬영한 적외선 사진 1장이 공개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천마도의 천마 얼굴 부분만 공개된 이 사진에서 천마 정수리에는 우뚝한 뿔 하나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정수리에 꽂힌 뿔 하나는 기린의 가장 명백한 징표다.
실상 기린이 무엇이냐는 논란이 많지만, 그것이 '유니콘' 일종이라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마에 솟은 뿔이 하나 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기린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서울시가 그 상징으로 선정한 해치(해태)라는 상상의 동물도 뿔이 하나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기린은 상상의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의 인식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실제를 모델로 하기 마련이다. 봉황(鳳凰) 혹은 주작(朱雀)이라는 상상의 새만 해도, 그 모델은 닭, 그중에서도 수탉이다.

마찬가지로 기린은 그 모델이 사슴, 혹은 말이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봉선서(封禪書)에서는 한 무제 때 옹현이란 곳에서 뿔 하나 달린 들짐승을 포획하니 "그 모양이 마치 사슴과 같았다"고 하면서, 이를 관리들이 "아마도 기린(麒麟)인 듯 하다"고 했다는 언급이 보인다.

이 동물이 실제 기린일 턱은 없지만, 이 당시 사람들이 기린을 사슴 비슷한 동물로 상상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중국 신선들의 전기인 열선전(列仙傳)에 의하면 어떤 이가 "일찍이 새끼 달린 사슴을 놓아준 적이 있는데 기린의 어미였다"는 구절이 있다.

이 역시 기린과 사슴을 같은 종으로 인식한 증거다. 실제 조선시대 병풍 같은 데를 보면 기린이 거의 예외 없이 사슴 모습을 한 까닭이 이에서 비롯된다.

전국시대 병가(兵家) 계열 문헌인 시자(尸子)라는 문헌에는 요(堯) 임금이 "기린과 청룡을 탔다"는 언급이 보인다.

이는 기린을 말의 일종으로 보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기린이라고 형상화해 놓은 조각이나 그림을 보면 말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린은 어디까지나 상상의 동물인 까닭에 실제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고문진보에도 수록된 한유(韓愈)의 유명한 논설 '획린해'(獲麟解)에서는 "기린이란 동물은 집에서 기르지 않고 항상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모습은 유별나 말ㆍ소ㆍ개ㆍ돼지ㆍ승냥이ㆍ이리ㆍ고라니ㆍ사슴 같지도 않다. 그래서 기린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기린인 줄 모른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린은 말, 혹은 사슴 모습을 하는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말 혹은 사슴 비슷한 동물을 보고 "이것이 말이나 사슴이지 어찌 기린이냐"고 따지는 것은 서울대공원이나 동물의 왕국에서 만난 아프리카 산 'giraff'가 심은 인식 때문이지, 결코 타당한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프리카산 'giraff'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기린'이라고 번역되었을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우선 'giraff'는 공교롭게도 '기린'과 발음이 가깝고, 둘째, 그 특징 또한 상상속에서 그리던 그것과 흡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giraff'는 뿔이 두 개지만, 그것이 하나건 두 개건 그것을 '기린'으로 옮기는 데는 별다른 장애가 없는 듯하며, 나아가 상상속의 기린은 외뿔과 함께 거의 예외 없이 몸에는 '반점'이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아프리카 'giraff'는 반점 투성이다.

하지만 서구문명, 특히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불을 내 뿜는 악의 화신인 '드래건'(dragon)이 '용'(龍)으로 번역되는 바람에, 동아시아 문화권이 상상한 '물의 신'이자 '선한 동물'의 상징인 '용'까지 그렇게 인식되어 수난을 겪듯이, 동아시아 문화권의 '기린' 또한 동물원에서 만나는 'giraff'로 인해 괜한 오해를 사고 있다.

기린이냐 말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천마도의 천마는 실상 이런 논쟁이 동의어 반복일 수 있다. 왜냐하면 동양의 기린은 말을 모델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수리에 우뚝 솟은 외뿔, 몸 곳곳에서 확인되는 반점은 이것이 기린에 가깝다는 방증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린은 말의 일종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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